골프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제 5의 메이저’라고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아일랜드 그린의 17번홀은 선수들에게 하나의 부담이다. 17번홀로 가는 터널을 지나 티 박스로 가는 길에서부터 그 압박은 시작된다. 때로는 16번홀로 향하기 위해 클럽하우스를 지나거나 16번홀 페어웨이에서 들리는 관중들의 환호 소리에 의해 선수들은 중압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일랜드 그린은 17번 홀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악명 높은 홀 중 하나이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의 향방이 온순해 보이는 이 파 3홀에서 결정되기도 했다. 누구에게는 꿈을 이루게 해준 영광의 장소이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악몽의 장소이기도 했다.
2011년 17번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데이비드 톰스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던 최경주는 그 누구보다 17번홀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최경주는 최근 PGA투어를 통해 “그 홀은 선수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 홀 주변이 모두 호수이기 때문에 클럽 페이스를 떠난 이후에는 그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홀이다. 오직 신만이 그 결과를 결정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곳에 공을 떨어트릴 수가 없다는 것은 선수에게 정말 큰 부담이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이어 “데이비드가 파 퍼트를 하기 위해 준비할 때 나는 그 위치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연습 라운드 때 그 위치에서 퍼트를 해봤었는데 그린 라이가 어렵고 약간 울퉁불퉁한 느낌이었다. 데이비드가 퍼트를 했을 때, 약간 강하게 쳤다고 느껴졌고 퍼트에 실패했다. 그가 어떤 기분일지 알기 때문에 참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우승의 순간을 회상했다.
최경주는 “17번홀이 유명해서 그 홀에서 연장전을 한다고 생각했었다. 연장전에서 티샷을 준비할 때 ‘물에만 빠지지 말자, 그린에만 올리자’라는 생각 밖에 없었다” 고 덧붙였다.
최경주는 17번홀에서 통산 53차례 플레이했고, 4개의 버디와 6개의 보기 이상의 플레이로 4오버파, 통산 3.08의 평균 타수를 기록 중이다.
15명의 한국(계) 선수들은 지금까지 17번홀에서 236번의 플레이를 했고, 버디 45개를 기록했다. 모든 선수들의 플레이 성적을 합산하면 통산 11오버파, 3.04의 평균 타수를 남겼다.
한국 선수 중 17번홀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보여준 선수는 나상욱이다. 34번의 플레이에서 11개의 버디와 단 3개의 보기 이상의 성적을 기록, 통산 7언더파 2.79의 평균 타수를 적어냈다. 이러한 기록을 바탕으로 플레이어스에서 2009년 공동 3위를 비롯해 3번의 톱10을 기록했다.
때로는 겁 없는 자신감이 17번홀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2017년 우승자 김시우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김시우는 “그 홀에서 내가 선두에 있었기 때문에 전혀 떨리지 않았다. 그냥 그린 가운데를 목표로 하고 집중해서 피칭 샷을 했다. 그냥 평소와 같이 편안하게 플레이 했다”고 말했다.
PGA투어는 "이번 주 열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7번홀에서 한국 선수들의 또 다른 드라마가 쓰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2011년 3월 15일 TPC 소그래스 17번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최경주가 우승 퍼트를 성공한 후 기뻐하고 있다(첫 번째), TPC 소그래스 17번홀 전경(두 번째). 사진 = PGA투어 제공]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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