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플레이오프 탈락에 그친 SK가 팬 행사를 통해 팬들이 느꼈을 아쉬움을 달래줬다. 더불어 차기 시즌 반드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서울 SK는 지난 30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 종료를 맞아 ‘SK 나이츠, 팬스 기빙데이’를 개최했다.
SK는 2017-2018시즌에 통산 2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지만, 2018-2019시즌은 정규리그 9위(20승 34패)에 그쳤다. 국내선수, 외국선수를 가리지 않고 부상이 속출해 전력을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고, 끝내 3~4라운드 2승 16패에 그친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팬스 기빙데이’는 SK가 플레이오프 탈락에 따른 팬들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기 위해 기획한 행사였다. SK는 이날 개인 일정이 있는 일부를 제외한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이 참석, SK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신청한 팬들과 호흡하는 시간을 가졌다.
SK는 ‘팬스 기빙데이’를 1~2부에 걸쳐 기획했다. 1부는 문경은 감독이 영상, 데이터 등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2018-2019시즌을 돌아보고 2019-2020시즌 구상에 대해 직접 전하는 토크 콘서트로 구성됐다.
“벤치에서 소리 지르며 경기하고 있어야 하는 시기인데, 이런 자리를 너무 일찍 마련하게 돼 죄송하다”라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문경은 감독은 “시즌 초반 ‘잘 버티고 있다’ 싶었던 순간 김민수, 안영준, 최부경 등 부상이 나왔다. 3~4라운드에 2승에 그쳤는데, 이때 1~2승만 더 했어도 막판까지 6강 싸움을 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스스로 반성하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5~6라운드에는 우리 팀만의 컬러가 조금씩 나왔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문경은 감독은 2019-2020시즌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도 공개, 명예 회복을 다짐했다. 문경은 감독은 “기본기에 충실한 수비, 빠른 공수 전환과 팀플레이를 통해 라운드별 5승 총 30승 24패를 목표로 하고 있다. 4위권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성적이고, 이를 달성하면 이후 V3에 도전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팬들을 위해 맞춤형 전술 소개를 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문경은 감독은 스위치 디펜스, 스크린 등 2018-2019시즌에 주효했던 작전이 구사된 장면을 영상으로 준비했다. 전문용어가 생소할 수 있는 팬들을 위해 ‘바꿔! 바꿔!’, ‘자폭’ 등으로 표현해 이해도를 높였다. “저기 (김)민수는 걸어 다니네”, “영미(안영준의 별명)는 졸고 있다”라는 농담으로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선수단이 사전에 선별된 팬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코너도 인상적이었다. ‘문경은’ 3행시가 등장하는가 하면, 선수들의 루틴이나 퇴근시간을 물어보는 팬들도 있었다. 전술적으로 깊이가 느껴지는 질문도 적지 않았다.
특히 문경은 감독은 정식 감독 부임 후 드롭존을 팀 컬러로 주입한 것에 대해 “(김)선형이 때문에 생각한 전술이었다. 선형이가 워낙 2대2 수비에 약하다 보니…”라며 웃었다. 문경은 감독은 이어 “공격적인 부분에서도 선형이의 스타일을 고려했다. 드롭존을 통해 앞선에서 리바운드나 수비에 성공하면, 속공을 빨리 전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제일 말 안 듣는 선수는?’이라는 질문에선 의외의 선수가 언급됐다. 문경은 감독은 “말 안 듣는 선수는 없다. 다만, (김)건우는 의사 표현이 확실하다. 선수들은 자신의 생각이 맞다 해도 대부분 감정을 숨기는데 건우는 언제든 말한다. 내가 당황할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선수단 연봉 책정 등 구단 운영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선 사무국이 직접 답변,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줬다.
2부는 팬들이 주체가 되는 ‘나! 육! 대!(나이츠 육상/협동/미션 레크리에이션 대회)’였다. SK는 행사에 참가한 팬 400명을 4개팀으로 나눴고, 각 팀에 선수단이 합류해 팬들과 OX퀴즈/단체줄넘기/하프라인슛 등 다양한 게임을 함께 했다. SK는 종목별 성적에 따라 점수를 부여, 누적 점수를 통해 휴대폰과 대형 캐리어 등을 팬들에게 증정했다.
‘팬스 기빙데이’는 선수단의 합창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SK는 지난 시즌부터 ‘지금 이 순간’ 등 노래를 합창하며 팬 행사를 마무리해왔다. 일종의 SK 팬 행사마다 나오는 전통이 된 셈이다. ‘팬스 기빙데이’에서는 ‘걱정말아요 그대’와 SK의 2018-2019시즌을 돌아보는 영상이 나왔고, 팬들과 선수단이 합창하며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팬스 기빙데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SK는 이후 선수단이 도열해 귀갓길을 배웅하는 한편, 팬 전원에게 소정의 선물도 제공했다.
연세대 재학 시절 문경은 감독의 팬이었다는 김예숙(42) 씨는 “이벤트를 통해 처음 농구장을 찾았었는데, 이를 계기로 최근 5~6년 동안 꾸준히 경기장에서 SK를 응원해왔다. 관중석에서는 경기만 보고 돌아갔는데, 행사를 통해 선수들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김예숙 씨는 더불어 “문 감독님 토크 콘서트가 인상 깊더라. 설민석 강사인 줄 알았다”라며 웃었다.
김예숙 씨는 또한 경품 추첨으로 휴대폰을 받는 행운도 누렸다. “30번대 참가자 모두 지인이어서 누가 받아도 기뻤을 것 같다. 생각지도 못한 내 번호가 나와 깜짝 놀랐다”라고 운을 뗀 김예숙 씨는 “시즌 내내 부상이 많았지만, 5~6라운드에 SK다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2019-2020시즌에도 이 모습을 보여주면 우승할 것 같다”라며 응원의 한마디를 전했다.
김선형 역시 토크 콘서트를 인상적인 코너로 꼽았다. “팬들에게 스위치 디펜스 등에 대해 쉽게 알려줄 수 있었던 기회였다. 아내도 처음엔 득점하는 것만 좋아했는데, 내가 설명해준 이후부턴 농구를 더 재밌게 볼 수 있게 됐다고 하더라. 이번 행사를 통해 팬들도 앞으로 농구를 보다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김선형의 말이다.
김선형은 더불어 “지난해에는 팬들과 우승파티를 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이른 시점에 팬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 팀이 이기든 지든 항상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다음 시즌에는 지난 시즌처럼 더 높은 곳에서, 봄에 팬들과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고 전했다.
[SK 팬스 기빙데이. 사진 =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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