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좌타자 상대로 휘는 공이 필요하다."
롯데 신인 사이드암 서준원은 30일 잠실 LG전서 1군 데뷔전을 가졌다. 2이닝 동안 탈삼진 2개에 볼넷 1개. 패스트볼 최고 149km에 120km대의 커브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그리고 양념처럼 체인지업을 섞었다.
특급신인에 걸맞은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비록 7-0으로 승부가 기운 경기후반이었지만, 거침 없었다. 배테랑 박용택을 상대로도,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관중이 많이 모이는 잠실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베테랑 박용택을 패스트볼-커브-패스트볼 조합으로 타이밍을 빼앗으며 헛스윙 삼진을 유도한 건 백미였다. 스스로도 데뷔전 직후 "박용택 선배님을 삼진으로 잡았으니 데뷔전 점수를 100점 줘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웃었다.
31일 잠실 LG전서는 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패전투수의 쓴맛도 봤다. 유일한 피안타 상태가 전날 삼진을 잡은 박용택이었다. 박용택은 서준원의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고 우전안타로 연결했다. 물론 강판하는 서준원에게 위축된 표정은 감지되지 않았다.
롯데가 1차 지명할 때부터 특급 잠수함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강속구와 수준급 경기운영능력에, 배짱마저 돋보였다. 가장 인상적인 건 신인답지 않은 당당함이었다. 마운드는 물론,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거침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서준원은 "상대 타자가 누구인지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 공을 던지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라고 말했다. 필승계투조 일원으로 타이트한 상황에 많이 나갈 것 같다는 질문에도 "부담스럽지 않는다. 재미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양상문 감독은 "편한 상황에 올려서 지켜본 뒤 서서히 타이트한 상황에 기용하며 키워야 할 선수와 처음부터 강하게 키워도 될 선수가 있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서준원은 후자다. 데뷔전은 어쩔 수 없이 승부가 기운 상황서 나섰지만, 앞으로 롯데 불펜에서 비중이 커질 게 확실하다. 진명호, 구승민, 손승락이 지키는 필승계투조의 짜임새 측면에서 서준원의 가치는 상당히 크다.
다만, 서준원이 그저 신인의 패기만으로 당당한 건 아니다. 알고 보니 장기레이스를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서준원은 데뷔전서 패스트볼, 커브를 주로 사용했다. 31일 경기서는 패스트볼, 커브 외에 포크볼을 단 1개 섞었다.
그는 패스트볼 외에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던진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포크볼도 던질 수 있는데, 실전서 당분간 던지지 않을 것이다. 연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존 메뉴얼이 분석되고 통타 당할 것에 대비, 플랜B로 포크볼을 생각하고 있다는 뜻.
커브의 경우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간다. 반대로 좌타자에겐 몸쪽을 파고 든다. 실투가 되면 장타를 맞을 위험성이 있다. 때문에 서준원은 "좌타자를 상대로 휘는 공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불리해진다"라고 말했다. 좌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흐르는 포크볼로 좌우타자 편식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서준원은 "거의 내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한번씩 써야 할 때가 있으면 쓸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씨가 좀 더 풀리면 패스트볼도 150km 넘게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크볼을 언제 완벽히 연마할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될 경우 더욱 위력적인 투수로 거듭날 수 있다. 특급신인의 이유 있는 당당함이다.
[서준원.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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