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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터닝 포인트’ 두산 박세혁 “의지 형 공백, 크지만 내가 할 역할 있다”

시간2019-04-04 06:00:02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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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상징성이 컸던 선수인 만큼, 양의지(NC)와 관련된 얘기를 수없이 듣는 것은 받아들어야 할 숙명이다.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주전 포수 박세혁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 말하는 한편, 자신만의 야구를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두산은 핵심 전력이었던 양의지가 비시즌에 4년 총액 125억원의 대형 계약을 체결, NC 다이노스로 떠났다. 분명 전력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두산은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초반 순항 중이다. 최근 5연승을 질주하는 등 단독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5-1로 이긴 지난 3일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는 양의지를 대신해 주전 포수로 거듭난 박세혁이 공수에 걸쳐 제몫을 했다. 박세혁은 2회말 2타점 결승타를 터뜨리는가 하면, 안정적인 투수 리드로 이영하의 6이닝 7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1실점(1자책) 호투에 힘을 보탰다.

박세혁은 “지난 시즌에는 결승타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백업이어서 타율은 .282를 유지했지만, 삼진(55개)이 많았다. 오랜만에 결승타를 때려 기분이 좋다. 내 적시타가 나온 이후 팀이 한동안 득점을 못 올렸는데, 이기는 게 중요했다. 최대한 상대의 득점을 막자는 생각이었다”라고 돌아봤다.

두산은 최근 수년간 FA 자격을 취득한 핵심 자원들이 줄줄이 팀을 떠났다. 특히 포수라는 포지션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했을 때 양의지의 이탈은 어느 때보다 출혈이 커보였다. 양의지는 두산의 주전 포수일 뿐만 아니라 KBO리그 최고의 포수였다. 전력 약화 요인이 분명한 두산을 두고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박세혁 역시 세간의 평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양)의지 형의 빈자리와 그에 따른 우려, 불펜 부재 등에 대해 많이 듣고 있다”라고 운을 뗀 박세혁은 “하지만 (배)영수 형, (장)원준이 형 등 베테랑들이 팀을 잘 이끌어주신다. 덕분에 (이)형범이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힘을 내서 경기에 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박세혁은 또한 “캠프 때부터 젊은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특히 룸메이트인 (함)덕주와 많이 얘기했다. ‘분명 상대는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올 테니 이런 식으로 해보자’라고 했다. 그러면 덕주도 많은 세이브를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주전은)처음이다 보니 실수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양의지는 빼어난 투수 리드뿐만 아니라 공격력까지 겸비한 KBO리그 최정상급 포수였다. 박세혁으로선 투수 리드 외에도 다양한 항목에서 양의지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중압감을 이겨내야 할 터.

박세혁은 “의지 형의 자리는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8년 동안 팀의 주전 포수를 맡아 골든글러브를 많이 수상했고,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했다.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세혁은 이어 “나도 정말 많이 준비했다. 준비는 매년마다 하는 것이지만, 특히 이번 비시즌에는 올 시즌이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의지 형은 여전히 존경하는 선배고,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배울 점도 있지만, 내가 팀에서 해야 할 역할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간 양의지라는 거대한 산이 있었던 만큼, 박세혁은 데뷔 후 오랫동안 백업 역할을 소화해왔다. 현재 자신의 뒤를 받치고 있는 장승현이 느끼는 고충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수도 박세혁이다.

”쉬다가 갑자기 경기를 나가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힘든 일이다. 내가 의지 형을 보고 배운 만큼, 승현이에게도 내 경험을 얘기해준다. 나도 배울 점 많은 선배가 되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중이다.“ 박세혁의 말이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양의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졌다는 의미다.

팀에 대한 믿음도 분명했다. 박세혁은 “자만은 아니지만, 자신감은 있다. 우리 팀은 누가 빠져도 그 자리를 잘 메운다. 의지 형 공백도 모든 선수들이 그 부담을 나눠가지면 된다. 우리 팀은 강하다. 나 역시 자신을 믿고 박세혁만의 야구를 보여주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제는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양의지와 두산 선수들은 비교적 이른 시점에 맞대결을 갖는다. 두산은 오는 5일부터 NC를 상대로 홈 3연전을 치르며, 이날은 양의지가 원정팀 소속으로 두산의 홈구장을 처음 찾는 날이기도 하다.

박세혁은 이에 대해 “느낌이 이상할 것 같다. 옛정이라는 게 있지 않나. 설렘보단 뭉클한 마음이 들 것 같다. 경기 중 만나면 때리든 안아주든 의지 형이 어떻게든 하시지 않을까 싶다”라며 웃었다.

[박세혁.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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