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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정신줄을 놓은 것일까.
KBL이 대형사고를 쳤다. 2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2019-2020시즌부터 "외국선수를 기타사유로 인한 시즌 대체 시 횟수 제한(종전 2회) 없이 교체가 가능하도록 변경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3일 오전에 180도 뒤집는 발표를 했다.
KBL은 "제24기 제4차 이사회 결과에서 외국선수를 기타사유로 인한 시즌 대체 시 횟수 제한 없이 교체가 가능한 것으로 발표했지만, 이는 회의결과를 정리하는 과정의 착오였다"라고 번복했다. 현행 2회 교체를 유지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KBL은 '해프닝'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사회에 이정대 총재, 최준수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상식적으로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 회의결과를 정리하는 과정에서의 착오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KBL 이사회는 그 내용을 문서 혹은 녹취로 남긴다. 그리고 총재의 재가를 받게 돼 있다. 재가 없이 절대 언론에 릴리스 되지 않는다. 그 내용만 제대로 확인해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KBL 총재, 사무총장, 관련 부서 모두 업무 처리를 느슨하게 했다는 뜻이다.
더구나 외국선수의 기타사유(사실상 기량미달)에 의한 무제한 교체는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 감독이 프런트에 외국선수 교체를 자주 요구할 경우, 자칫하다 책임회피의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감독이 (막상 써보니)기량이 좋지 않은 외국선수를 데리고 시즌을 치르다 성적을 내지 못하면 "구단이 기량이 부족한 외국선수에 대한 교체요구를 적시에 들어주지 않아 성적이 나지 않았다"라는 핑계를 댈 수 있다.
감독이 외국선수 교체를 결정하더라도 프런트가 하루아침에 곧바로 업무를 마무리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변수가 상당히 많다. 시장 상황에 따라 후보군이 바뀌거나, 교체 작업이 지연되거나, 아예 교체가 무산되는 케이스도 있다. 즉, 이 부분을 단순히 외국선수에 드는 비용 증가 차원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감독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가 흔들릴 수 있다.
외국선수 영입 및 교체 역시 현장 및 프런트의 능력이다. 외국선수를 기량미달로 100번 교체해서 마음에 드는 외국선수 조합을 구축하고, 좋은 성적을 냈다고 치자. 그러면 그 감독의 외국선수 선택에 대한 역량, 나아가 팀 전력구성능력을 높게 평가할 수 있을까. 실제 이사회에서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래서 KBL은 이 문제를 그 어떤 사안보다 신중하게 다뤄야 했다. 하지만, 핵심안건에 대한 결론을 하루만에 180도 번복했다. 집행부의 리더십, 각 부서 직원들의 업무처리 조직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건 해프닝이 아닌 '대형사고'다. 'KBL이 정신줄을 놓은 것 같다'라는 농구 팬들의 반응은 당연하다.
혹시 KBL이 2일 보도자료 릴리스 후 팬들의 반응을 살핀 뒤 의도적으로 3일 번복 보도자료를 냈다면, 대형사고를 넘어 KBL 존폐를 거론해야 할 수준의 스캔들이다. 정말 단순한 실수였다면, 보도자료 수정 발표까지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렸느냐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농구관계자에 따르면 그런 의도까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KBL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사회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언론들이 수년 전부터 회의록 공개를 주장했지만, KBL은 거부해왔다. 과거 집행부들의 이사회가 '일방통행 행정', '밀실 행정'이라는 의심을 받아온 결정적 이유다. 이제부터라도 이사회 회의록에 대한 전면공개가 필요하다.
이 사건을 통해, 이번 집행부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이정재 총재의 리더십에 제대로 금이 갔다.
[이정대 총재(위), 이정대 총재 취임식 당시 10구단 단장들(현재 일부 바뀜,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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