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런 허슬플레이가 너무 좋다."
10일 고척 KT전. 키움 1루수 박병호가 4-2로 앞선 9회초 1사 2루서 KT 심우준의 초구 기습번트에 몸을 날렸다. 2점차였다. 당연히 번트 타이밍이 아니었다. 전진수비를 하지 않은 상황. 그러나 박병호는 내야 파울라인 부근으로 힘껏 몸을 던졌다.
타구는 박병호가 쭉 뻗은 미트 바로 앞에 뚝 떨어졌다. 파울. 키움으로선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고척스카이돔은 인조잔디가 깔려있다. 몸을 날릴 때 아무래도 천연잔디에 비해 부상 위험이 크다.
그러나 박병호는 별 다른 내색 없이 털고 일어났다. 이후 심우준의 파울 타구를 침착하게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박병호가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집중력이 높다는 게 새삼 드러난 장면이었다.
그런 박병호를 덕아웃에서 지켜본 장정석 감독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장 감독은 11일 고척 KT전을 앞두고 "그런 허슬플레이가 너무 좋다. 타석에서 안타를 치는 것만큼 그 플레이를 보고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6일 광주 KIA전 두 번째 타석부터 10일 고척 KT전 마지막 타석까지 잇따라 출루하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2003년 이호준, 2007년 제이콥 크루즈, 2014년 정훈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음날 KBO 새 역사에 도전할 기회를 잡은 상황. 선수이기 이전에 사람이라면 수비보다 자신의 타격에 좀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결국 11일 첫 타석에서 라울 알칸타라에게 3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연속타석출루를 '13'에서 끝냈다. 신기록 작성 실패.
이런 예민한 상황에서도 박병호는 '팀'에 집중했다. 홈런 한 방이면 리드가 무너지는 절체절명의 위기서 몸을 날려 아웃카운트를 올리고자 했다. 어떻게든 조상우의 어깨를 가볍게 하려고 했다. 설령 몸을 날리다 다치거나, 그래서 대기록 도전을 앞두고 타격밸런스에 악영향을 미치더라도 몸을 아낄 마음이 없어 보였다.
장 감독이 흐뭇했던 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박병호를 걱정할 필요가 있나요"라고 취재진에게 되물었다. 실제 박병호는 11일 첫 타석에서 기록이 끊긴 뒤에도 알칸타라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박병호는 5회초 1사 1,2루 위기서 황재균의 1,2간을 총알 같이 꿰뚫는 듯한 타구를 기가 막힌 슬라이딩으로 캐치했다. 비록 2루에 악송구하며 실책을 기록했으나 수비 응집력이 살아있는 순간이었다. 8회초 선두타자 유한준의 타구는 점프 캐치로 처리하기도 했다. 타격이 풀리지 않을 때 수비로 팀에 공헌하려는, 한결 같은 자세가 돋보였다.
연속타석출루는 KBO 신기록이 아닌 타이기록에 만족했다. 그러나 키움은 계속 야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박병호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
[박병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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