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본인도 반가워하더라고요."
키움 장정석 감독이 가장 호평 받는 건 철저한 관리야구다. 주전에게 144경기 모두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플랜 B~C를 촘촘하게 계획하고, 실전서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핵심 타자가 잔부상이 있을 때 하루 혹은 이틀 쉬게 하거나, 필승계투조 핵심 요원이 연투가 잦을 때 무조건 하루 휴식을 주는 건 보편적이다. 장정석 감독 역시 김하성, 이정후, 박병호 등의 잔부상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준비된 백업 요원들로 재미를 봤다. 시즌 초반 많은 경기에 나선 조상우에게 휴식을 준 날 세이브 상황이 조성됐음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흥미로운 건 장 감독의 관리야구가 이런 기본적인 차원을 넘었다는 점이다. 장 감독은 일찌감치 풍부한 내야진의 활용법을 세분화, 다양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멀티포지션을 준비했다. 1~2명이 부상 혹은 컨디션 난조를 겪더라도 전력에 거의 지장이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단순히 체력세이브를 떠나서 세밀한 관리가 드러나는 결정적 대목이 있다. '3루수 김하성-유격수 김혜성' 체제다. 놀랍지 않은 기용이다. 김혜성의 내야 멀티 수비력은 지난해 검증됐다. 김하성의 3루 수비 역시 문제 없다.
장 감독은 김하성의 체력안배를 단순히 휴식이 아닌, 포지션 변화로도 꾀한다. 아무래도 유격수보다 3루수의 움직임이 단순하다. 유격수는 단순히 3루수보다 커버해야 할 범위만 넓은 게 아니다. 장 감독은 "2루 도루도 체크해야 하고, 안타를 맞을 때 외야로 나가 중계플레이도 해야 한다. 정말 움직임이 많다"라고 말했다. 대신 3루수는 타구의 강약에 따라 앞, 뒤 움직임만 조율하면 된다. 유격수보다 활동량이 적다.
장 감독은 "(김하성)본인이 반가워한다"라고 말했다.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이자 2, 5번을 오가는 핵심 타자. 체력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그는 9일 고척 KT전 이후 16일 포항 삼성전을 통해 돌아오기까지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잘 알려졌듯 허리 근육통 때문. 가볍지 않았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즉, 김하성의 3루수 옵션은 수비 부담을 상대적으로 줄이면서 몸 컨디션을 적절히 관리하고, 좀 더 타격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3루수 옵션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면 이 효과는 절대 볼 수 없었다. 3루에서 별 다른 수비 실수도 나오지 않았다. 최근 연이틀 2안타씩 치며 타격감도 올렸다. 장 감독이 김하성을 최근 3경기 연속 3루수로 쓴 건 또 다른 세밀한 관리야구다.
김혜성의 유격수 기용도 의미 있다. 김혜성은 올 시즌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작년 만큼의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지 못한다. 21경기서 타율 0.167 3타점 6득점. 그러나 장 감독은 "혜성이에게 타격에 대한 부담은 주지 않으려고 한다. 수비로 충분히 팀에 공헌한다"라고 말했다.
유격수는 내야 다른 포지션보다 해야 할 일이 많고, 내야 중심을 잡아야 한다. 즉, 장 감독의 김혜성 유격수 기용은 시즌 초반 타격 부진으로 의기소침한 김혜성에게 수비로 좀 더 큰 책임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타격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최근 3경기서 연속안타를 치며 타격감도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장 감독은 "둘 다 수비를 너무 잘 한다"라고 말했다. 체력, 심리적인 부분을 터치하고, 팀의 공수응집력까지 공고히 다진다. 김하성 3루수-김혜성 유격수 옵션은 세심한 키움 관리야구의 좋은 예시다.
[김하성(위), 김혜성(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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