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단기전에서 이만한 ‘깜짝 임팩트’를 남긴 선수가 또 있었을까. 비록 인천 전자랜드는 V1에 실패했지만, 이대헌(27·197cm)은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을 거치며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세간의 평가를 뒤집은 반전 스토리였다.
지난달 20일 전역, 전자랜드로 복귀한 이대헌은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성장세였다.
4강에서는 조커 성향이 강했다. 이대헌은 제임스 메이스(LG) 수비에 가담하며 주전들의 체력 조절을 돕는가 하면, 내외곽을 오가는 화력까지 뽐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대헌은 4강 3경기에서 평균 13분 2초만 뛰고도 10.0득점 4.0리바운드를 기록했고, 이를 발판삼아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챔프전에서는 5경기 모두 선발 출전했다. 단번에 조커에서 주축으로 도약한 것.
“전역 후 곧바로 큰 경기를 뛰게 돼 정말 좋았고 행복했다. 즐기면서 챔프전에 임했다”라고 운을 뗀 이대헌은 “첫 챔프전이었지만 전혀 부담스럽거나 긴장되진 않았다. 전역할 때 주목을 못 받았고, 기대치가 낮았던 게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 덕분에 부담 없이 임할 수 있었다. 우승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챔프전을 치렀다”라고 덧붙였다.
이대헌은 챔프전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평균 10.4득점을 기록했고, 1차전에서 3개의 3점슛을 모두 넣으며 현대모비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5차전에서는 라건아를 앞에 두고 과감하게 리버스 레이업슛을 성공시키는가 하면, 함지훈을 포스트업으로 제치기도 했다.
이대헌은 라건아, 함지훈과 맞대결한 것에 대해 “안 될 거란 생각은 안 했다. 붙어봐야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내가 앞으로 계속 맡을 역할이고, 이겨내야 할 상대이기도 하다. 만약 안 되면 부족한 부분을 연습하면 된다. 자신감 있게 임하다 보니 좋은 동작도 나왔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5차전 1쿼터 막판에는 함지훈을 제친 후 덩크슛을 시도하기도 했다. 점프하는 과정서 공이 손에서 빠져 실패에 그쳤지만, 유도훈 감독은 박수치며 이대헌을 격려했다. “마음먹고 떴는데 올라가는 과정에서 공을 놓쳐 아쉽다. 넣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감독님이 뭐라 하실 줄 알았는데 박수쳐주셔서 이후에도 자신감을 갖고 뛸 수 있었다.” 이대헌의 말이다.
플레이오프, 챔프전을 거치며 단연 돋보였던 것은 3점슛이었다. 이대헌은 서울 SK 시절 포함 군 입대 전까지 정규리그 통산 69경기에서 3점슛 시도가 단 1개였다. 대학농구리그 4시즌을 통틀어도 18개 가운데 단 1개 성공시켰다. 하지만 챔프전에서는 5경기서 평균 1.4개를 넣었고, 성공률은 53.8%에 달했다. 3점슛도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이대헌의 3점슛이 급격히 좋아진 데에는 상무 시절 룸메이트였던 슈터 임동섭(삼성)의 공이 컸다. 이대헌은 “입대 전까진 연습할 때만 던졌는데, 상무에서 3점슛이 필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임)동섭이 형이 슛 연습할 때 옆에서 따라했고, 야간훈련할 때도 따라다녔다. 그러다 보니 몸에 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근육몬’이라 불릴 정도로 눈에 띄게 증가한 근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대헌은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은 일찍부터 깨달았고, 입대 전부터 꾸준히 해왔다. 쉴 때도 그냥 누워있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오는 편이다. 나는 똑같은 것 같은데 ‘더 탄탄해졌다’라는 반응이 많이 나와 신기하긴 하다. 나 스스로는 매일 봐서 못 느낀 것일 수도 있다”라며 웃었다.
“책임감 커졌고, 그래서 마음가짐도 바뀌었다”
사실 이대헌은 동국대 재학시절에도 탄탄한 체격을 갖춰 기대주로 꼽혔다. 센스까지 지녀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소극적인 자세는 단점으로 꼽혔고, 개선도 쉽지 않았다.
“덩치는 큰데 너무 소극적이다. ‘UFC에 나가’라고 농담할 정도로 힘도 센데 골밑에서 상대를 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장을 맡으면 이와 같은 단점도 어느 정도 고쳐질 거라 기대했는데 효과가 기대보다 낮은 게 사실이다.”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대헌에 대한 서대성 동국대 감독의 견해였다.
이는 이대헌이 알을 깨고 나오기 전 평가였다. 프로 데뷔 직후까지 존재감이 미미했던 이대헌은 군 제대 후 플레이오프, 챔프전을 거치며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외국선수와의 맞대결에 터프하게 맞섰고, 앞서 언급했듯 과감하게 덩크슛을 시도하기도 했다. 마음가짐에 분명한 변화가 있었기에 진화도 뒤따를 수 있었다.
“계기를 딱 꼬집을 순 없지만, 군대에 다녀오며 나이가 들다 보니 책임감이 커졌다. 그래서 마음가짐이 적극적으로 바뀌고,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 상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성공하기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찾다 보니 긍정적인 변화도 따랐다. 무엇보다 동섭이 형 도움이 컸다.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셨고, 때에 따라 채찍질도 하면서 도와주셨다.” 이대헌의 말이다.
전역 당시 기대치가 낮았지만, 차기 시즌 이대헌에 대한 주위의 눈높이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정효근이 입대하는 전자랜드는 이대헌과 강상재를 주축으로 포워드 전력을 재정비하게 됐고, 신장제한 폐지로 보다 수준 높은 외국선수들도 가세한다.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지만, 이대헌에겐 최근 활약상이 ‘반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지게 됐다.
이대헌은 “예전에는 긴장하고 부담도 갖는 스타일이었는데, 이제 즐기면서 임할 것이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자만하지 않고 1분, 1초만 뛰더라도 어느 위치에서든 최선을 다하겠다. 외국선수들과 부딪치며 더 멋있는 모습, 국내선수도 외국선수를 상대로 득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이대헌. 사진 = 마이데일리DB,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