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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살인적인 눈웃음 하나로 전국의 수많은 여심을 사로잡았던 20대 청년에서 30대 대세배우가 되기까지. 어느덧 데뷔 14년차로 접어들며 성장을 거듭한 정일우가 보다 더 농익고, 단단해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정일우는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의 한 갤러리에서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해치'(극본 김이영 연출 이용석)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해 드라마 비화를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해치'는 왕이 될 수 없는 문제적 왕자 연잉군 이금(정일우)이 사헌부 다모 여지(고아라), 열혈 고시생 박문수(권율)와 손잡고 왕이 되기 위해 노론의 수장 민진헌(이경영)에 맞서 대권을 쟁취하는 유쾌한 모험담으로, 조선 21대 왕 영조의 청년기를 담은 정통 사극이다.
주인공인 연잉군 이금(영조) 역할을 연기한 정일우는 "김이영 작가님이 영조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재창조해주셔서 굉장히 관심이 많이 갔다. 대선배님들이 영조를 연기하셔서 부담감은 있었지만 굉장히 영광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라며 "이번 작품은 비도 많이 맞고 사건사고가 정말 많았다. 캐릭터 자체가 천민의 피를 가지고 태어나서 왕까지 올라가는 인물인데,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영조는 그런 걸 다 이겨내며 왕이 된다. 저도 그만큼 심적으로 고생을 많이 했고 함께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정일우, 고아라, 권율 등 주연 배우의 열연은 물론, 정문성, 이경영, 박훈, 최민철, 남기애 등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신스틸러 배우들이 '해치'를 진중하게 이끌었다. 무엇보다 '해치'는 조선 21대 왕 영조의 청년기를 담아 새로운 도전에 나섰는데, 출생적인 한계를 지녔던 왕자가 이를 타파한 뒤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하는 성군의 길을 걷는 모습은 짜릿한 쾌감을 안기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일우는 "저는 기존 자료들을 보며 영조는 굉장히 냉정하고 철두철미한 왕이라고 분석했는데, 이번에는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감성적인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 악인에게까지 의문점을 던지는 부분들이 기존 영조와는 달랐던 것 같다. 그런 역할에 몰입해서 연기를 하다 보니 저도 달라졌다. 사실 대체복무 할 때 같이 근무했던 친구 중에 역사학을 전공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영조에 대한 생각을 잡아서 작가님께 는데 '지금까지 생각한 건 다 잊어라. 창조된 인물이라고 생각해라'라고 하셔서 잠깐 '멘붕'이 왔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연신 체력적인 한계를 느꼈다며 귀여운 투정을 털어놓던 정일우는 "'해를 품은 달'도 24부작이었는데 유독 이 작품이 많이 힘들었다. 체력적으로도 지쳤다. 20대와는 다르구나 싶더라.(웃음) 캐릭터 자체가 감정 소모가 굉장히 많다. 또 제가 안 나올 장면이 없을 정도로 전국 팔도를 돌아다녔다. 정신력으로 버텼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서 했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는데 또 그래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지난해 소집해제한 뒤 '해치'를 복귀작으로 선택한 정일우는 "사실 2년 넘게 공백기를 가지고 있다가 촬영을 쉴 틈 없이 시작했다. 6개월가량 정말 바쁘게 달려왔다. 그동안 촬영장을 굉장히 그리워했지만 너무 힘들다 보니까 2년 공백이 있었는지 생각도 안 들 정도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다. 지방 촬영을 많이 하다 보니까 체력적으로도 많이 아쉬웠다. 또 촬영 중에 제 개인적인 일들도 있었다. 가족처럼 지내던 강아지가 갑작스레 죽었다. 그래서 드라마 후반부에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한 것 같다"라고 소회를 털어놨다.
방영 전부터 대작 사극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해치'는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도 수목극 1위를 유지해나갔지만 10%의 시청률을 뛰어넘지 못해 일말의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정일우는 "그래도 감사하게도 1등으로 끝나게 됐다"라고 너스레를 떨더니 "군 복무하기 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이제는 시청률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마음을 비워놓으라고 하시더라. 스태프들과 시청률 내기를 할 때 저는 사실 3.5%를 걸었다. 워낙 시청률에 대한 개념이 사라졌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엄청 잘 나왔다고 생각이 든다.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시작을 하니까 그게 감사하다"라고 의연히 말했다.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 '해를 품은 달', '야경꾼일지'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사극 장르에 도전해왔던 정일우는 '해치'를 통해 다시 한번 정통 사극에 발을 들였다. "사극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는 그는 "작가님과 감독님이 계속 이야기하셨던 건 '사극이지만 현대극처럼 하자'라고 하셨다. 이후에는 캐릭터를 조금 더 무게감 있게 바꿔나갔다. 캐릭터가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저도 연기적으로 성장을 했고, 캐릭터에 몰입을 더 하게 되면서 그런 부분들을 극복해 나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일우는 "사실 30대 때는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20대 때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는 공백기가 길었다는 점이다. 대중 분들은 제가 쉬지 않고 일했다고 생각하지만, 2년 간 공백기였던 적도 있다. 왜 계속 그렇게 쉬면서 일을 했나 싶다. 20재 때 할 수 있던 역할을 지금은 못한다. 지나고 보면 도 다를 거다. 그런 걸 많이 하면서 쌓아놓고 싶다. 어떤 작품이 좋은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 이제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쉬지 않고 일하고 싶다"라고 남다른 열정을 표현했다.
데뷔작인 MBC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에서 누렸던 신드롬급 인기 재현에 대한 욕심은 없냐 묻자 정일우는 곧바로 "없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더니 "이제는 작품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드려야 할까가 제일 중심이다. 사실 저는 '하이킥' 끝날 때 가장 바랐던 게 그 시간이 멈춰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이후 흥행이 안 된 작품들도 있고, 그런 걸 겪어나가면서 성장하는 것 같다. 이제는 작품의 시청률이 안 나와서 흥행을 못 했다고 해서 상처를 받지는 않는다. 얻은 게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이킥'을 찍고 나서 많이 다운 됐다. 그게 데뷔작인데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감당이 안 됐다. 특히 스무 살이라 어렸다. 인기를 감당하기에는 어려웠고, 작품이 안 되면 또 나 때문인 것 같아서 힘들었다. 그런데 그게 다 익숙해지더라. 이제는 내가 맡은 역할에서 최선을 다 하면 될 것 같다"라며 "내 인생작은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하지만 30대의 인생 캐릭터는 '해치'의 영조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지고 그동안 틀렸던 것도 인정을 했다. 새로운 시도도 많이 했는데 제 것으로 만든 게 많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배우로서 선한 영향력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정일우의 또 다른 직업은 편집장이다. 인력까지 추가로 고용해 최근 잡지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그는 "창간호에서 나문희 선생님과 인터뷰를 했다. 제가 늘 질문을 받던 입장에서 하던 입장이 되니까 기자 분들의 고충을 알게 됐다. 배우들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과 만나서 많은 걸 공유하고 싶다. 배우가 배우로만 비춰지기에는 콘텐츠 자체가 너무 많아졌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말주변이 있는 게 아니라 1인 방송은 부담스럽다. 제가 가진 감성, 관심 있는 분야 등을 공유하고 싶었다"라며 기분 좋은 욕심을 드러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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