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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케이블채널 tvN을 대표하는 예능 PD들이 모여 프로그램에 대한 솔직한 속내들을 털어놨다.
7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CJ ENM 탤런트 스튜디오에서 케이블채널 tvN '크리에이터 톡: 예능을 만드는 사람들' 기자간담회가 열려 정종연 PD, 손창우 PD, 문태주 PD, 박희연 PD, 김민경 PD 등이 참석했다.
지난 2006년 개국해 올해로 13주년을 맞이한 tvN은 예능, 드라마 등을 비롯해 다채롭고 신선한 콘텐츠들을 통해 국내를 대표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예능 부문에 있어서는 약 30개에 가까운 프로그램을 론칭했고 해외 각지로 수출하며 한국 예능의 영향력을 강화시켰다.
그 중 정종연 PD는 지난 2002년 엠넷에 입사한 이래로 '더 지니어스' 시리즈를 비롯,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등 다수의 탈출 및 추리 예능으로 '뇌섹 예능'의 선두주자로 거듭났다. 그러나 정 PD는 "모든 프로그램들이 제게 아픈 손가락이다. 온전히 지나간 시점이 없다. 말끔하게 지나간 해가 없다. 늘 논란에 휩싸였다. 출연자도 말썽을 피우거나 그랬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 프로그램들이 넓은 층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분야가 아니라 제 프로그램 시청자 분들도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만족감과 결핍을 동시에 안겨준다. 폭 넓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가도, 시청자 분들의 집요한 사랑에 기쁠 때도 많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짠내투어', '미쓰 코리아' 등을 연출하며 여행 예능의 새 트렌드를 연 손창우 PD 역시 "저희 역할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결과가 드러난다는 점이 힘든 것 같다. 시청률로 드러나지 않나. 제 친구가 영업사원인데, 저는 그 친구의 영업 성적을 모른다. 하지만 제 성적은 다 공개된다. 좋게 생각하면 프로페셔널한 대우를 받는다. 실제적으로 제 성적이 드러나서 힘들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더불어 최근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사실상 퇴출당한 정준영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손PD는 "제작진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검증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연자 계약서를 통해서 향후 대책을 세울 수 있지만 그 전에 문제가 되는 사람들의 섭외를 막기 위함이다"라며 "평판들을 조회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라며 조심스레 의견을 전했다.
'리얼스토리 묘', '화성인 바이러스' 등을 시작으로 '강용석의 고소한19', '로맨스가 더 필요해', '응답하라 1988', '수업을 바꿔라' 시리즈, '수미네 반찬' 등을 책임진 문 PD는 자신이 기획한 프로그램들을 떠올리며 "잘 안 된 것도 많다. 제가 '수미네 반찬' 전에 '수업을 바꿔라'라는 프로그램을 했다. 기획안을 작성하면서 '이 프로그램이 방송에 나가면 대한민국의 교육이 바뀔 거야'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혼자 했다. 하지만 잘 안 되어서 마음이 아팠다. EBS에서 틀었어야 했나보다"라고 너스레로 말문을 열었다.
문PD는 "가장 애착이 가는 건 아무래도 '수미네 반찬'이다. 시청률도 잘 나오고 있다. 김수미 선생님에게도 남다른 프로그램이 된 것 같다. 선생님이 조연으로 맹활약하시다 보니까 배우 김수미로는 이야기를 자주 듣지만 작품명으로는 잘 못 들었다고 하시더라. 하지만 '수미네 반찬'은 직접 언급되니 뿌듯하다고 하신다"라며 "무엇보다 '수미네 반찬'이 먹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찬 하나하나에 이야기를 넣고 싶었다. 단순히 반찬을 만들 때 먹는 게 아니라, 그리움 등을 이야기해보자 싶었다"라고 말하며 애정을 표했다.
문PD와 함께 2007년에 입사한 박희연 PD는 최근 '집밥 백선생3',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커피 프렌즈' 등을 메인 연출하며 세련되고 감각적인 비주얼을 선보였고, 그 덕에 시청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삼시세끼: 정선편' 등으로 당초 나영석 사단으로 이름을 떨친 박PD는 "처음 공동 연출로 나선 '삼시세끼-정선편'은 제가 연출자로서 한 첫 입봉작이다. 첫 녹화 당시 이서진 씨가 '망했다'라고 하셔서 첫 날부터 큰 좌절감에 휩싸였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시청률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계속 저조하게 나오더라도 0.1%씩 조금씩 올려나가자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는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하면서 좋았던 게 있다.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스타트를 끊었으니, 그걸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하라고 선배들이 말씀해주시더라. 그러다 보면 그런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PD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커피 프렌즈' 시즌2에 대한 가능성도 내비치며 "일단은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시즌2가 제작된다. 이를 마치고 난 뒤에 생각해볼 문제"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코미디 빅리그', '롤러코스터', 'SNL코리아' 등을 연출하며 코미디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자랑해온 김민경 PD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오래 하다 보니까 출연자들이 40명 정도 된다. 개그맨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다양한 취향이 있어서 제가 모르는 것으로부터 많이 영감을 얻는다"라고 아이디어의 원천을 밝혔다.
또한 김PD는 개그맨들의 유튜브 진출에 대해 "개그맨들이 유튜브를 하는 경우도 많고, 대기실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는 개그맨들도 많다. 코미디 장르가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사실 흐름 때문인 것 같다. 젊은 친구들이 유튜브를 선호하기 때문에 그 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유튜브와 방송을 접목시키는 건 아니지만,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어떻게 그걸 코미디로 녹여낼지 고민한다"라고 노력을 전했다.
특히 이날 PD들은 tvN의 일부 예능들이 나영석 PD의 프로그램과 유사하게 흘러간다는 시청자들의 지적과 관련해서도 솔직하게 밝혔다. 손창우 PD는 "먹방과 여행이 지겹다는 반응들이 많다. '나영석화'이라고 하기 보다는, 보편적인 것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굴 따라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아니라 아이템을 짜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만든다. 그러나 그런 게 쌓이다 보니까 피로감이 생겼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정종연 PD는 "tvN 채널이 다른 채널과 달라보였던 제일 큰 이유는, 크리에이터들을 향한 간섭이 덜하기 때문이다. 터치하는 부분이 잘 없다"라며 "최근 넷플릭스에서도 빅데이터를 통해 캐스팅하고 스토리보드를 짠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식으로 크리에이티브한 걸 정한다는 건, 결국 예상 가능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의 손을 타면 그렇게 된다. 그렇게 하면 시청률이 잘 나올 수는 있지만 tvN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없다고 본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사진 = CJ ENM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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