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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다채로운 포맷과 참신한 소재로 2030 시청층을 매료시키며 tvN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 예능 PD들이 크리에이터로서 갖는 고충, 부담감 등의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7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CJ ENM 탤런트 스튜디오에서 케이블채널 tvN '크리에이터 톡: 예능을 만드는 사람들' 기자간담회가 열려 정종연 PD, 손창우 PD, 문태주 PD, 박희연 PD, 김민경 PD 등이 참석했다.
올해로 13주년을 맞이한 tvN은 지난 2006년 개국 이후 수많은 예능, 드라마 콘텐츠를 탄생시키며 국내를 대표하는 창의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났고, 해외 각지로의 콘텐츠 수출을 통해 한국 예능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킨 데에 크게 일조했다.
지상파를 뛰어넘는 화제성과 인기 비결에는 콘텐츠를 창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의 한계 없는 접근, 과감한 도전 의식이 자리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을 두고 유행을 주도하는 인물들을 일컫는 '트렌드 세터'라고 평하기도 했다. 다만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과 흐름에 따라 시청자들이 기시감을 느끼는 속도도 가속화됐다. 유사한 구조를 지닌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기 때문.
이러한 평들에 '수미네 반찬' 등을 연출한 문태주 PD는 "트렌드의 방향을 정해놓지는 않는다. 기획 단계에서 '소확행', '워라밸' 등을 염두에 두고 작성해보지만 맞아 떨어지면 되는 거고 아니면 아니다. 얻어 걸린다는 게 가장 맞는 표현이다. 2030 세대를 앞서 가서 선도하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라고 정정했다.
'짠내투어'의 책임자인 손창우 PD는 "트렌드 세터가 되는 건 제작자로서의 꿈이다. 사실 일정 부분 포기했다. 그러려면 개인적인 브랜드가 공고해야 한다고 본다.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이 있는데, 2019 버전이 나왔으면 2018을 보고 만들면 대중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더니 "2019는 너무 생소하고 어렵다. 2018을 보면 이해가 쉽다. '짠내투어'도 가성비, 스몰 럭셔리라는 개념인데 뉴 트렌드가 아닌 철 지난 트렌드다. 묵었다가 꺼내놓으면 0.5보 앞서가는 느낌을 준다. PD들도 실패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손PD는 "먹방과 여행이 지겹다는 반응들이 많다. tvN 예능의 '나영석화'라고 하기보다는, 보편적인 것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굴 따라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아니라 아이템을 짜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만든다. 그런 게 쌓이다 보니까 피로감이 생긴 게 아닐까 싶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럼에도 타 채널들에 비해 tvN의 콘텐츠가 유연하다는 평을 받는 데에는 PD들을 향한 tvN 측의 높은 신뢰와 자유로운 창작 환경 조성이 있었다. 문PD는 "tvN은 자유롭다. 기획안에 대해서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는다. 하고 싶어 하는 기획안을 발표했을 때, 평가를 거쳐서 제작으로 이어진다"라고 전했다.
'더 지니어스', '대탈출'의 정종연 PD 역시 "tvN 채널이 다른 채널과 달라보였던 제일 큰 이유는, 크리에이터들을 향한 간섭이 덜하기 때문이다. 터치하는 부분이 잘 없다"라며 "최근 넷플릭스에서도 빅데이터를 통해 캐스팅하고 스토리보드를 짠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식으로 하면 결국 예상 가능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시청률이 잘 나올 수는 있지만 tvN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대신 시청률에 대한 개인적인 압박감도 크다고. 정종연 PD는 "책임감 때문에 힘들다. 식솔들은 많은데, 프로그램들이 계획된 대로 잘 안 될까봐 밤에 잠을 잘 못 잔다. 생각한 대로 그림이 안 나오면 창피하고 면이 안 선다. 망하면 안 된다"라며 "꿈에서도 일을 한다. 일어나서도 피로가 떨쳐지지 않는 느낌이 이어진다. 신체적인 피로보다는 일에서 1초도 벗어날 수 없는 피로가 크다"라고 PD로서 겪는 고충을 솔직하게 공개했다.
손창우 PD는 "저희 직업은 사회적으로 결과가 드러난다는 점이 힘든 것 같다. 제 친구가 영업사원인데, 저는 그 친구의 영업 성적을 모른다. 하지만 제 성적은 다 공개된다"라고 심경을 전했고 문태주 PD는 "부담감이 심하다. 새벽 5시부터 깨서 시청률을 확인한다. 시청률이 좋으면 기분이 좋은데, 다소 떨어지면 '다음 주 어떡하나'싶어서 고민한다. 매주 평가를 받는 입장이다 보니까, 매주 시청률이 아니라 분기별로 나오면 어떨까 싶었다.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라고 동일한 고충을 토로했다.
반면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커피 프렌즈'를 연출한 박희연 PD는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계속 저조하게 나오더라도 0.1%씩 조금씩 올려나가자는 마음으로 위안을 삼는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하면서 선배들이 해주신 말이 있다.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스타트를 끊었으니, 그걸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하라'라고 하시더라. 그런 프로그램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코미디 빅리그', 'SNL 코리아' 등의 김민경 PD는 "저희는 시즌제가 아니라 매주 시청률에 울고 웃으면 스트레스가 크다. 그래서 파이 자체를 키워보자는 욕심을 내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양세찬 씨와 문세윤 씨가 저를 찾아온다. 떨어지면 '왜 떨어졌냐', '우리 이래서 되겠냐'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게 제 개인적인 스트레스다"라고 전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콘텐츠 이외에도 여러 방면으로 플랫폼이 다양화됨에 따라 대중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수단이 더욱 세분화됐다. 유튜브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유튜브로 넘어가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연예인들도 다수다. 유튜브가 지닌 파급력은 어느새 TV 등 기존 미디어를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에 정종연 PD는 "TV와 유튜브는 명확한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본다. 다른 영역인 것 같다. 유튜브는 다른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새로운 영역이라고 본다. 'TV 대신 유튜브'라고 하기 보다는, 상황이 안 되어서 유튜브를 본다는 느낌이다. TV 프로그램도 수상기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볼 수 있지 않나"라고 전했다.
박희연 PD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기획할 때도 유튜브를 많이 참고했다. 유튜버는 먹는 것만 보여주고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그런 걸 차용해서 찾아가는 과정 등을 생략해서 본론만 보여주려고 했다. 그런 식으로 방법적인 걸 가져온다"라며 "젊은 세대들을 계속 살피고 있지만 피부로 와닿기는 힘들다. 저희도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작은 부분도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한다"라고 노력을 전했다.
이날 PD들은 출연자 검증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연예인들의 행각이 수면 위에 떠오르면서 그들이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준영이 출연했던 '짠내투어'를 담당한 손창우 PD는 "제작진도 책임이 있다"라면서 "검증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연자 계약서를 통해서 향후 대책을 세울 수는 있지만 그 전에 문제가 되는 사람들의 섭외를 막기 위해서는 평판을 조회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의견을 냈다.
정종연 PD는 "사실 저희가 출연자를 검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저희가 국정원도 아니고, 수사를 할 수 없다. 운에 맡기고 평판에 맡기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논란이 나서 출연자 검증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뒷조사를 하라는 것 자체가 아닌 것 같다. 물론 시청자 분들이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어려움이 있다. 저희도 힘들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전하며 애로사항을 전했다.
[사진 = CJ ENM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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