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민(民)에서 관(官)으로 이전된 축제
오늘 축제 총감독 김종원의 시선이 닿은 축제는 부여와 공주가 공동 개최하고 있는 ‘백제 문화제’다. ‘백제 문화제’는 여느 지역축제와 달리 역사가 깊다. 한국 전쟁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55년 부여에서 백제대제(百濟大祭)가 열렸다. 민간 유지들이 중지(衆智)를 모아 백제대제집행위원회를 구성하고 백제의 삼충신인 성충·흥수·계백의 충절을 추모하며 삼충제(三忠祭)라는 이름으로 제를 올렸다. 제향(祭享)을 한 후 부여 도성의 함락 와중에 백마강에 몸을 던진 궁인들의 넋을 위무(慰撫)하는 수륙제를 봉행하였다.
6.25 한국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는 상태에서 열린 부여의 백제대제(百濟大祭)는 보기 드문 행사였다. 신문마다 부여에서 열리는 백제대제(百濟大祭)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그 덕분에 백제대제(百濟大祭)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백제 최후를 지킨 성충·흥수·계백 세 충신과 백제가 멸망하면서 꽃잎처럼 지고 만 원혼(?魂)들을 위무하는 제의(祭儀)의 형태를 띤 백제대제는 해를 거듭하면서 규모가 커졌고, 전국적인 축제로 떠올랐다. 소박한 제향에 문화행사가 더해지면서 행사 콘텐츠도 나날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민간 주도 백제대제(百濟大祭)는 관(官)주도의 행사로 전환되었다. 지금의 백제문화제의 전신이 백제대제다.
지나간 역사는 되돌릴 수 없지만 여기서 한 가지 가정(假定)은 해볼 수 있다. 만약 백제대제(百濟大祭)가 관(官)주도로 넘어가지 않고 민간이 중심이 된 지역축제로 쭉 이어져 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마 훨씬 더 많은 콘텐츠가 개발되고 시너지 효과도 눈덩이처럼 커졌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 대한민국 지역축제가 추구하고 있는 전문성과 창의성 등을 고려해 볼 때 백제대제(百濟大祭)는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
무한 콘텐츠의 저장고(貯藏庫) 백제 문화
백제대제(百濟大祭)를 전신(前身)으로 한 백제문화제는 옛 백제 문화의 선양과 전통 문화의 창달이 주된 목적이다. 백제 수도였던 공주의 공주 공산성과 부여의 구드레 광장을 중심으로 매년 10월에 개최되는 문화 관광 축제로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며 충청남도와 공주시·부여군이 공동 주최하고 있다. 이렇게 백제문화제에 발을 담고 있는 기관이 여럿이다 보니 때로는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모양새가 된 적도 적지 않다.
부여가 단독으로 백제대제를 개최했던 시기, 이미 공주에서도 웅진 백제시대 백제 왕을 추모하던 제의(祭儀)가 공주향교 주관으로 매년 봉행되었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속·예술·체육 대회 등을 가미한 지역 축제 성격으로 개최되었다. 이렇게 두 지역에서 제 각각 백제를 소재로 한 축제를 열다 보니 희소성이 사라지면서 식상하게 되자 1966년부터는 부여와 공주가 공동개최 하기로 합의를 봤고 명칭도 백제문화제로 거듭났다. 이렇게 해서 1973년 까지 공주·부여에서 동시 개최되던 백제문화제는 1974년부터 공주·부여·대전에서 동시에 개최되었다. 그러다가 서로 돌아가면서 축제를 개최하는 윤번제로 바뀌었다가 2007년부터 현재까지 다시 공동 개최를 하고 있다.
신라.고구려. 백제가 공존했던 삼국시대는 대한민국 문화 융성의 기반이 된 위대한 역사다. 많은 학자들이 삼국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상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심층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데 지역축제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가 개최하고 있는 지역축제가 고대 삼국시대에서 발아되었기 때문이다. 삼국 시대 중 백제는 신라와 고구려에 비해 시대적 여건 상 조명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그 덕분에 백제 문화는 신라와 고구려에 비해 ‘신선함’과 ‘신비로움’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 지역 축제의 콘텐츠로는 더할 나위 없는 보물창고다.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 설립을 반기는 이유
‘백제문화제’ 역사에서 공주·부여의 동시 개최가 결정된 2007년은 매우 중요한 해다. 당시 백제문화제를 명품화하고, 백제문화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민간 중심의 추진 조직인 재단법인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를 설립하였다. 당시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는 2010년 대백제전(大百濟展)의 성공적 개최를 목표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했는데 지역축제의 교과서로 삼을만 하다.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는 강한 목소리로 민간 주도의 프로그램과 콘텐츠 개발을 주도해 나갔다. 그 결과 <백제 문화제>의 경쟁력이 강화되었고, 자생력 또한 튼실해졌다.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백제문화제 아이디어 공모, 포스트 공모, 예술 감독 공모 등 관 중심의 축제에서 민간 중심의 축제로 탈바꿈하여 2008년에 문화 관광 축제 예비 축제로 지정되었는데, 지금 대한민국 지역축제가 나아갈 방향성과 일치한다.
이렇게 2007년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가 결성된 후 2008년에 열린 제54회 백제문화제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제54회 백제문화제 주제는 ‘교류왕국 700년 대백제’로 그 동안 물밑에 가라 앉았던 백제 문화의 우수성을 수면위로 끌어 올리기에 충분했다. 당시 백제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으로는 테마가 있는 ‘백제 웅진성 역사 퍼레이드’, 무령왕 관련 체험 위주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무령왕 이야기’, 공주 공산성과 백제대교 간 금강에서 펼쳐질 2만여 개의 ‘금강등불제(유등)’, 백제문화제 성공을 기원하는 ‘백제왕 혼불 점화 및 봉송’, ‘황산벌 전투재현’, ‘백제문양 불꽃 놀이’ 등을 운영했는데 이 콘텐츠는 지금까지도 잘 육성되고 있다.
역사.문화 콘텐츠 축제 백미는 전승행렬
역사를 주제로 한 ‘역사축제’의 백미는 당시 역사와 문화를 재현하는 역사 퍼레이드다. 백제문화제 역시 ‘웅진성 퍼레이드’가 있어 더 빛이 난다. ‘웅진성 퍼레이드’는 백제 문화가 깃들어 있는 백제문화권의 역사성과 독창성을 바탕으로 한 춤과 노래가 있는 흥겨운 주민화합 행렬로, 해가 거듭될수록 재미를 더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민이 축제의 주인공이 되다 보니 해마다 ‘웅진성 퍼레이드’ 콘텐츠가 발전하고 있어 참여하는 주민은 물론이고 백제문화제를 보기 위해 찾아 온 관광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웅진성퍼레이드는 매년 확대되고 있는데 작년에는 읍·면·동 및 온누리시민, 학생, 단체 등 12개 팀, 2천여 명이 참가했다. 또 더 의미가 있는 점은 재경향우회와 공주고동문, 장군면민들이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읍·면·동에서 참가한 면민들은 지역의 특색 있는 퍼레이드로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처음으로 참가한 공주고동문들은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운 마음으로 퍼레이드를 즐겼다. 첫 주자로 나온 우성면은 문주왕 천도행렬을 필두로 행렬 후미를 장식한 사곡면까지 웅진성퍼레이드는 장엄하고 화려했다. 특히 산사·한국의 산지승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천년고찰 마곡사 주지 원경스님을 비롯한 스님들, 그리고 면민들이 함께한 탑돌이 퍼포먼스는 백제가 불교 문화의 중심 국가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퍼레이드였다.
귀주대첩1000년 관악 강감찬 축제로 귀결되는 백제문화제
부여와 공주가 공동 개최하고 있는 ‘백제문화제’는 필자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올 10월 17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귀주대첩 1000년 관악강감찬축제’ 메가폰을 쥐고 보니 머리 속에는 온통 ‘고려’와 ‘강감찬’ 뿐이다. 2019년을 기점으로 ‘관악강감찬축제’가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더 많은 지역축제를 들여다보면서 다양한 답을 찾는다.
‘관악강감찬축제’가 관악구만의 축제가 아닌 서울시,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방문객 유도를 위한 채널을 다양화 하는데 주력한다. 아울러 지역주민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홍보 전략을 접목하고 있다.
또 ‘2019 관악강감찬축제’가 막을 내린 후에도 축제관련 프로그램은 물론, 축제관련 콘텐츠와 상품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축제의 연속성을 고민하고 있다.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온라인상에서도 ‘관악강감찬축제’ 브랜드가 강력한 힘을 발휘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지금 내가 품고 있는 최대 목표다.
필자 소개
김종원 축제칼럼니스트는 지역축제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지역 축제를 성공시켜 문화관광 활성화와 지역 경제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 (연출상) 외 많은 상(賞)을 수상했다. 또한 축제 총감독으로 ‘관악 강감찬축제’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양구배꼽축제’ ‘지리산함양 곶감축제’ ‘남해 보물섬 마늘 축제’등 지역 축제의 지휘봉을 잡았다.
- (現)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 (現) 제이스토리미디어 대표
- (現) 파주시 정책자문위원 (경제문화분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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