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부산 김진성 기자] "하, 그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요."
BNK 썸 유영주 감독은 '전원 여성 코칭스태프' 얘기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유 감독과 최윤아 수석코치, 양지희 코치로 구성된 부산 BNK 썸.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로 전원 여성코칭스태프로 구성됐다.
첫 케이스이니 주위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다. 특히 보수적인 여자농구판에서 좋은 말보다는 우려가 큰 게 사실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다', '세 여성 코칭스태프의 지도자 경력이 짧다' 등등. 결국 2019-2020시즌 성적이 말해준다. 프로스포츠는 결과로 증명한다.
그런 점에서 유영주 감독의 분명한 방향설정은 인상적이다. 24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창단식을 마친 뒤 만난 유 감독은 "내가 했던 스타일대로 가르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역 시절 국내 최고의 파워포워드였다. 저돌적인 돌파와 몸싸움, 좋은 마무리능력을 보유했다.
유 감독은 "가장 조심하는 게 선수들에게 '꼰대'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젊은 선수들을 이해하려고 하고, 선수들의 눈 높이에 최대한 맞추려고 한다. 안세환 감독 시절 가르쳤던 선수들이 많지만, 세월도 조금 흘렀다.
선수들과 같은 여자이다 보니 섬세한 부분을 터치할 수 있다. 그는 "워크샵에서 코치들이 PPT를 준비해서 선수들에게 보여줬다. 우리가 왜 훈련을 많이, 힘들게 해야 하는지 객관적으로 이해시켰다. 처음에는 부담이 됐지만, 선수들이 운동량이 늘어나면서 많이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우나에서 선수들의 몸을 보면 달라진 걸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남자 코칭스태프가 절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주장 정선화는 "같은 여자라 너무 섬세해서 부담스러운 점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 감독과 최윤아 수석코치, 양지희 코치, 선수들이 조금씩 가까워진 건 분명하다.
유 감독은 최 수석코치와 양 코치 선임도 뿌듯하다. 지금까지는 잘 뽑았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유 감독은 "연습할수록 코치들을 잘 뽑았다 싶다. 내가 선견지명이 있구나 싶다"라면서 "양 코치는 나와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덤벙거릴 줄 알았는데 보기보다 섬세하다. 그리고 예민하다"라고 말했다. 최 수석에 대해선 "내가 가지지 못한 냉정함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봤고, 실제 그렇다. 최근까지 현장을 경험했다. 우리끼리 회의할 때도 대화해보면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구슬은 "여성 감독님, 코치님이라서 보고 배울 수 있는 게 확실하다. 여자선수만의 경험 같은 것도 말씀해주신다. 기술도 섬세하게 알려준다"라면서 "단점은 기가 너무 세다. 세 분다 기가 세다. 그럴수록 소극적일 때가 생긴다. 물론 세 분 모두 성격이 좋고, 풀어줄 때는 잘 풀어준다"라고 말했다.
사상 최초 여성 코칭스태프의 2019-2020시즌 준비. 지금까지는 순조롭다. 결국 다음시즌 뚜껑을 열어봐야 결론을 낼 수 있다.
[왼쪽부터 양지희 코치, 유영주 감독, 최윤아 수석코치(위), BNK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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