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비빌 언덕이 없다는 것은
지역축제 총감독이라는 직업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세상의 모든 밥벌이가 어렵다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걸어가고 있는 ‘지역축제의 길’을 생각하면 내 스스로 대견할 때가 더러 있다. 솔직히 나는 흔히 말하는 연줄도, 뒷배를 봐주는 사람도 없는 고독한 인간이다. 축제에 ‘지역’이라는 말이 붙었다하면 십중팔구 거미줄 같이 얽힌 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축제 총감독 위촉을 받으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이 연줄에 의한 <사람>. 독야청청 내 축제 철학을 고집하면 얼굴 붉히고 소리를 칠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다. 밥상을 차리기도 전에 준비한 식재료를 뒤엎어야 하는 서글픈 요리사. 이런 심정을 한 이불 덮고 자는 아내도 몰라주니 새벽잠을 설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런 세월이 벌써 10년을 넘었지만 축제를 맡을 때마다 매번 똑 같은 일이 되풀이 되는데 정말 희안한 것은 결과물은 또 새롭다. 어쩌면 새로운 결과물 때문에 지역축제 총감독이라는 직업을 부여잡고 용을 쓰는 것 같다.
새해 벽두가 되면 올 해는 또 어떤 총대가 지역축제 총감독 김종원에게 주어질까 가슴 설레기도 하고, 일을 맡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2019년 새해 벽두도 이렇게 기대 반 불안감 반으로 맞았다. 숨 쉴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이런 감정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사실 지역축제 총감독에게 비빌 언덕이 없다는 것은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들풀처럼 자생력이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땅이 황폐 할수록 더 깊게 뿌리를 내리고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잡초는 쉽게 뽑혀지지 않은 것 처럼 말이다.
질풍노도의 봄
올 해도 역시 1월부터 몸이 열 개라로 모자랐다. 1월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제12회 지리산 산청곶감축제’를 마무리하기가 바쁘게 1월 23일과 24일 이틀동안 청계광장에서 <설맞이 ‘청계광장 명품 함양곶감 특판 행사>를 진행했다. KBS 6시 내 고향 국민안내양 가수 김정연의 사회로 열린 개장식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 시장, 서춘수 함양군수, 강석진 국회의원, 황태진 군의회의장, 이윤철 아나운서를 비롯한 향우회, 농가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특판 행사장이 아니라 성대한 축제장 같았다. 2018년도 이어 완판행진을 이어가면서 역시 김종원이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어딘지 허전했다. 그러던 찰나 춘천 KBS에서 ‘집중진단 강원’ 패널 출연 요청이 들어 왔다. 화천 산천어 축제를 놓고 강원도 겨울축제 종합분석과 의견을 개진해 호평을 얻고 나니 이번에는 "제8회 경북 문화관광산업 활성화 국제심포지엄" 사무국에서 강연 초청 이메일이 왔다. 관광 전문가 및 실무 담당분들을 초빙하여 지역 축제 및 도시재생을 주제로 행사를 개최하고자 한다는 내용을 보고 참석을 수락했다. <귀주대첩 승전 1,000주년 기념 2019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 임무를 수행하면서 심포지엄에 참가하는 일이 녹록치는 않았지만 어쨌든 6월27일과 28일 이틀간에 걸쳐 경북문화관광산업 활성 국제심포지엄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좋은 공부, 제8회 경북문화관광산업 활성화 국제심포지엄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주관하고 영남일보가 주최한 제8회 경북문화관광산업 활성화 국제심포지엄은 참으로 고마운 기회였다. 지역축제 연출을 맡고 있는 이들이 더 많이 참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6월27과 28일 이틀간에 걸쳐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8회 경북문화관광산업 활성화 국제심포지엄> 주제는 ‘미래 문화관광산업 전망과 대응 방안’이었다. 국내외 문화관광산업의 패러다임을 살펴보고 관광산업 메가트렌드, 관광 중심형 도시 재생, 관광벤처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 해법을 심층적으로 모색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첫째 날인 27일 심포지엄 세션1에선 ‘문화관광의 메가트렌드’를, 세션2에선 ‘관광 중심형 도시 재생’을, 세션3은 ‘관광벤처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토론 주제였는데 발제자로 나선 이들이 내로라 하는 전문가들이었다.
우선 레오나르도 디오코 마카오 국제관광연구센터장은 ‘디지털시대 미래 관광-도전 과제와 기회·대비 방법’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임했다. 그는 “국제 관광객 증가는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국가에선 긍정적 소식인 반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그 사례로 과잉 관광·탄소 배출·공해·도시 혼잡·인구 밀집 등의 문제를 거론했는데 이 대목이 귀에 쏙 들어 왔다. 사실 지역축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역 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이익이 크면 큰 만큼 불협화음도 많이 일어난다. 레오나르도 디오코 마카오 국제관광연구센터장이 제시한 해법들은 지역축제에 접목해볼만한 것들이 참 많았다.
이슬기 세종대 관광산업데이터분석랩 연구소장의 논지 역시 배울 점이 많았다. 이 소장이 피력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관광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데이터 기반 스마트관광 이슈’의 핵심은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모바일 기반의 플랫폼 경제·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의 융합과 연결‘로 “문화관광산업 발전 전략엔 융·복합이 필수”라고 주장했는데 지역축제에 절실하게 필요한 문제다. 관광객 유치와 좋은 콘텐츠 확산을 위해서는 빅데이터·모바일 기반의 플랫폼 경제·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의 융합과 연결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나라 로드리게스 스페인 빌바오 두이스토대 관광학과장은 “스페인 빌바오시는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조선업과 철광산업으로 부흥했고, 1980년대 아시아 국가권에 산업 주도권을 빼앗긴 이후 빠르게 쇠락했다. 빌바오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선 ‘문화관광산업’이라고 판단, 구겐하임 재단으로부터 미술관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으로 많은 공감을 얻었다.
또 김남현 동국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 교수는 ‘관광 벤처기업 육성 및 관광 생태계’ 주제발표에서 “관광벤처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관광산업의 혁신 성장을 견인한다. 예를 들면 최적화된 관광객의 경험 제공이 관광 경쟁력 확보와 관광 분야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설명했는데 지역 축제 역시 관광객의 경험이 큰 자산이며, 지역축제 일꾼 양성의 디딤돌이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만나 볼 수 없는 패널들이기에 한마디 한마디 놓치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썼던 이번 경북문화관광산업 활성화 국제심포지엄은 지역축제 총감독 김종원의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 매김되었다.
욕심나는 이승훈 문화체육관광부 융합관광산업과장 기조 강연
이승훈 문화체육관광부 융합관광산업과장의 기조강연은 눈이 번쩍 귀가 활짝 열릴 만큼 반가운 이야기였다. 이 과장은 기조강연에서 “관광벤처사업 공모를 통해 융·복합 관광기업 창업을 지원하고, 사업화 자금 지원액도 기업당 현 2천250만원에서 최대 5천만원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자금 지원도 제조업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관광기업 육성 펀드’를 최대 2천억원 규모로 늘리고, 관광 사업체가 관광기금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연내 ‘신용보증제도’를 새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문체부는 서울·제주를 제외한 광역시 가운데 한 곳을 ‘국제(Global) 관광도시’로 키워나갈 방침”이라며 “일정 수준의 기반시설을 갖춘 기초지자체 4곳도 ‘관광거점도시’로 선정, 지역관광의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 강연을 듣는 순간 모래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다. 지역축제를 여는 이유는 지역의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한 것. 정부가 나서서 이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지역 문화관광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축제가 활기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렇게 반가움을 표하는 이유는 단지 일거리 때문만은 아니다. 10년 넘어 지역축제 총감독으로 현장을 뛰면서 ‘문화창달의 근본적인 밑거름의 부족’을 수없이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문화원형질만 제대로 발굴해도 지역축제 콘텐츠가 무궁무진할 텐데 그 밥에 그 나물인 경우가 많아 속이 무지 상한다. 지역축제는 붕어빵틀에 찍어 내는 붕어빵이 아니다. 그 지역마다 품고 있는 문화의 향기와 정체성을 제대로 끄집어내서 관광객에는 재미를 지역에는 경제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안겨줘야 한다. 또 콘텐츠가 부족하면 그 지역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잘 키워나가면 되는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지역 축제 총감독 모두가 바라는 희망사항이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늘 반대로 흘러간다. 문제는 돈. 예산이라는 방석을 제대로 깔아주고 ‘지역축제 총감독 니 맘대로 한번 놀아봐라’ 재량을 준다면 상상 이상의 축제가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관의 입김이 들어간 축제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그래서 지역 주민에게 허탈감을 안겨주는 것으로 귀결된다.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가 그랬듯이 말이다.
부탁을 겸한 쓴 소리 한마디
이번 제8회 경북문화관광산업 활성 국제심포지엄에서 주낙영경주시장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가 참석 격려와 인사를 통해 커다란 포부를 밝혔다. 경상북도는 백두대간·낙동강·동해안 등 천혜의 자연과 신라·가야·유교 등 찬란한 역사문화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매력적인 관광지임을 천명했다. 아울러 ‘2020년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앞두고 다양한 관광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 국내외 많은 관광객이 경북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여기에 꼭 당부하고 싶은 말, 아니 쓴소리 한마디를 보태고 싶다. 다양한 관광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지역축제 총감독을 배제하지 말라는 부탁이다. 관광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이를 실행하는 여러 지렛대 중 하나가 지역축제 총감독과 지역축제 전문가들이다. 열 가지 목표 중에 50%만 성공해도 그 프로젝트는 역사에 회자되는 영예를 안는다. 지역축제총감독 활용방안은 추후 기회가 될 때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오늘 칼럼의 끝은 세종대왕의 이야기로 마무리 하고 싶다. 세종대왕 시절 백성이 편안했던 이유는 참 많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대목이 “경들의 의견을 말해보라”는 세종대왕의 습관적 어투 때문이라고 한다.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따지지도 않고 다양하게 의견을 물었던 세종의 지혜를 지역축제 활성화와 관련해 누가 발휘 할 지 귀추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 소개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 外 다수 역임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2019관악 강감찬축제 귀주대첩1000주년 총감독
(現)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위원장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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