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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나랏말싸미'가 드디어 오늘(24일) 개봉했다. 송강호, 박해일, 그리고 故 전미선의 진가가 발휘되며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훌륭한 앙상블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한다.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송강호)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 제21회 춘사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한 '사도'(2015) 시나리오를 집필한 조철현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세종의 위대함보다는 그 이면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 색다른 드라마를 구성했다는 점이 '나랏말싸미'만의 재미다. 한글 창제 과정에서 숨은 조력자 신미 스님(박해일), 든든히 뜻을 보탠 소헌왕후(전미선) 두 인물에게까지 시선이 닿으며 자연스럽게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던 세종의 차별화된 매력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가장 높은 곳의 임금 세종은 스님 신미가 숭유억불(崇儒抑佛)로 인해 가장 낮은 신분임에도 '백성을 위한 새 문자'를 만들 것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협업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와 신분, 종교, 성격 모든 게 다르기에 충돌을 겪기도 하지만 끝내 포용하는 모습으로 유연성, 호방함 등을 엿보게 한다.
평생 뜻을 같이한 반려자인 소헌왕후를 대하는 세종의 면모도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친근함과 다정함이 돋보이며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백성이 읽고 쓸 수 있는 새 문자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왕권 강화를 견제하는 유신들의 압박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세종의 모습과 극과 극 온도 차로 인간미를 극대화한다.
여기에 스님 신미와 소헌왕후 쓰임새가 단조롭지 않게 표현되어 촘촘히 채워지지 못한 서사의 부족함을 메꿨다. 스님 신미의 우직함이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했고, 소헌왕후의 어진 성품은 울림을 더했다. 특히 "암탉이 울어야 집안도 흥하고 나라도 번성한다.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넘어진 자리에서 딛고 일어나야 한다" 등 소헌왕후의 외침은 현 시대 관객들의 공감을 자극했다.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은 명연기로 역할에 완벽히 녹아들며 눈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세 사람 모두 지난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 이어 또 한 번 나란히 한 작품에서 재회한 바. 오랜 인연의 케미가 시너지 효과를 상승 시켜 특별한 호흡을 완성했다.
"전미선이 후배이지만 누나 같은 푸근함, 따뜻함이 있다"는 송강호, "가족 같은 느낌"이라는 전미선, "각자 치열하게 역할을 준비했고, 촬영을 마치면 오손도손 모여 과거 이야기와 '나랏말싸미'에 대한 설렘을 나누고는 했다"는 박해일의 말처럼 각별한 팀워크가 스크린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특히 전미선은 어진 성품과 성정으로 세종과 뜻을 같이한 소헌왕후 그 자체로, 스크린에서 찬란하게 빛나며 침통함에 빠져 있던 관객들의 슬픔을 달랬다. 짙은 여운을 전하는 열연으로 '아름다운 배우 故 전미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엔딩 크레딧을 먹먹하게 바라보게 했다.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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