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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충무로에 또 한 명의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이 등장했다. 이상근 감독이 재기 발랄한 연출력으로 첫 장편 '엑시트'(EXIT)를 완성, 관객들에게 본 적 없는 재미의 재난영화를 선사한다.
'엑시트'는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 하는 청년백수 용남(조정석)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의 기상천외한 용기와 기지를 그린 재난탈출액션물이다.
'2013년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 기획개발 지원작'으로 개발 당시부터 소재의 신선함으로 주목 받은 작품. 이상근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가운데, 벌써부터 심상치 않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파, 분노유발 캐릭터, 수동적 인물 등 기존 재난영화의 진부한 클리셰에서 탈출한 색다른 재미로 시사회 이후 입소문 열풍이 터진 것.
특히 '유독가스 재난'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흥미를 유발했다. 최근 마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이상근 감독은 일상에서 떠오른 상상력이 그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이상근 감독은 "뜻밖에 재난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유독가스'를 떠올리게 됐다. 과거 택시에서 우연히 유독가스 성질에 관해 설명하는 라디오를 듣고 영감을 얻었다"라며 "가스 성질에 따라 형태, 퍼지는 속도가 다르다고 하더라. 그때 '그렇다면 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될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었다"라고 말했다.
창착물은 창작자의 경험이 투영되기 마련이기에 자신이 겪은 청춘과도, 현 세대들의 심리적 상황과도 절묘하게 맞닿아 있는 소재였다는 것. "취업준비생 용남과 사회초년생 의주의 '가스 재난 탈출' 과정을 통해 팍팍한 삶의 청춘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라는 기획 의도를 담았다.
이상근 감독은 "'엑시트'가 고난도 해석을 강요하는 그런 작품은 아니지만, 다양한 해석을 드리고 싶었다"라며 "뿌연 연기 속 고군분투하는 두 주인공을 보면서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고민하던 자신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진정성을 담으며 억지 감동, 웃음에서 벗어난 특별한 재난영화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상근 감독은 "재난 영화라고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었다"라며 "착한 영화를 만들려 했던 건 아닌데, 희생을 강요해 쓸데없이 당하는 분들을 최소화시키고 싶었고 누군가를 비하한다든지, 답답한 고구마 캐릭터, 욕설 등을 배제하려 했다"라고 차별점을 강조했다.
대신 가족애를 살려 공감대를 높이고 자연스럽게 웃음 코드를 형성했다. 이상근 감독은 "가족이라는 집단이 뭉쳤을 때 나오는 한국만의 정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온 가정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다수가 평소엔 애정 표현에 인색하지 않나. 그렇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재난이라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 뭉침들이 드러나면 유머러스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질 것 같았다. 여기서 페이소스가 나올 수 있겠구나 싶었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그는 "용남과 의주처럼 무슨 쓸모가 있을까 하는 인물들이 어느 순간 자신을 파괴하는 모습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전하려 했다. 이들을 '히어로화'시키려 한 게 아니다. '루저의 성공기'라고 봐주셨으면 한다. 대단한 능력이 아니더라도, 모두 각자만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무시를 당하고 있더라도, 분명 누구한테든 '엑시트'의 주인공과 같은 빛나는 순간이 올 거다"라고 말했다.
또한 여느 재난영화와 달리 능동적인 여자 주인공 캐릭터에 대해 "그런 걸 국한시켜 만들고 싶지 않았다. 물론, 남녀가 피지컬적인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각자 특출난 재능은 다르기에 시너지 효과가 발휘된다. 남녀가 주인공이지만 버디물에 비중을 뒀고, 남남 설정보다는 남녀 관계에서 더 풍성한 재미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상근 감독은 "'엑시트'는 기분 좋게 보고 나올 수 있는 영화"라며 "출구를 발견하시지 못할 정도로 재밌을 거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단편영화를 선보이고 '엑시트'로 장편 데뷔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충무로에서 안 보인다고 공백기를 가졌던 건 아니다. 무던히도 오래 앉아 있었던 시간을 보낸 끝에 '엑시트'로 찾아뵙게 됐다. 계속 노력했다. 저처럼 영화계에 숨어서 노력하는 친구들이 많다"라며 "이제 시작이다"라고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이어 이상근 감독은 "제가 재밌고, 관객분들도 즐기 수 있는 그런 영화를 앞으로도 꾸준히 만들고 싶다. 영화감독이라면 누구나의 꿈이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CJ엔터테인먼트]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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