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임병욱답다."
키움 외야수 임병욱은 15일까지 93경기서 타율 0.254 39타점 37득점에 그쳤다. 시즌 내내 주전 중견수로 나선 걸 감안하면 공격 공헌도는 떨어진다. 그러나 최근 10경기만 따지면 키움 야수들 중에서 가장 뜨겁다. 타율 0.385 4타점 7득점.
임병욱은 2014년 1차 지명자다. 당시 히어로즈가 '미래의 4번타자'감으로 점 찍고 공들였다. 유격수 출신이었으나 입단하자마자 외야수 훈련을 받게 했다. 2017년 팔꿈치 부상으로 21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2016년 104경기, 2018년 134경기 등 일찌감치 1군 주축타자로 자리 잡았다.
작년 타율 0.293 13홈런 60타점 76득점으로 생애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서도 타율 0.364 2홈런 8타점 5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당연히 올 시즌에도 스텝업이 기대됐다. 그러나 야구는 역시 쉽지 않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자비로 미국에서 덕 래타 코치에게 '과외'를 받은 게 화근이었다. 장정석 감독은 16일 고척 NC전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보니 장점이 완전히 사라진 폼으로 바뀌었다"라고 돌아봤다.
임병욱은 야구를 더 잘하고 싶어서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 래타 코치는 미국에서 재야의 타격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 하지만, 족집게 과외강사가 모든 학생을 일류대학에 보내는 건 아니다. 더구나 타격은 이론은 있지만, 모든 타자에게 매커니즘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과정이 어찌됐든 임병욱과 래타 코치의 만남은 효과가 없었다.
장 감독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강병식 타격코치와 많은 대화를 하고 있는데 나까지 거들면 선수가 더 헷갈릴 것 같았다. 임병욱에 대해 타격코치하고만 계속 의견을 주고 받았다"라고 말했다.
실제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한 번 무너진 폼을 스프링캠프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시즌에 돌입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월간타율을 보면 3월 0.185, 4월 0.238, 5월 0.264, 6월 0.193에 그쳤다. 7월 0.271로 회복세였지만, 부족했다. 삼진을 너무 많이 당했다.
장 감독은 "여기서는(벤치) 디테일이 보인다. 임병욱은 계속 폼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보는 스타일이다. 저렇게까지 하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확고한 폼을 갖춰나가는 노력을 알았기에, 쉽게 2군에 보낼 수 없었다. 더구나 수비에서의 공헌도는 여전히 높았다.
결국 8월 들어 감을 잡은 듯하다. 이날 전까지 8월 타율 0.372다. 어렵게 2할5푼을 돌파했다. 여전히 김혜성(키움), 류지혁, 정수빈(이상 두산), 김민혁(KT)과 함께 90경기 이상 출전했음에도 시즌 첫 홈런을 신고하지 못했다. 장 감독도 "하나 나올 때가 됐는데"라고 아쉬워했다.
결과적으로 임병욱에게 2019년은 성공보다 실패에 가까운 시즌이다. 타격감이 많이 올랐지만, 이미 정규시즌이 종착역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장 감독은 "이런 경험마저 긍정적으로 본다. 본인이 야구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자비를 주고 미국까지 갔던 것이다. (장외 지도자에게 단기 연수)그 자체는 나쁘게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역대 강타자들의 연도별 성적을 보면 1~2시즌 정도 부진한 사례가 있었다. 중요한 건 그 시행착오를 스텝업의 원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장 감독은 "이제 임병욱답다. 30-30이 가능한 타자다. 발도 빠르고 한 방도 있다. 지금은 주로 하위타순에 배치하지만, 경험을 쌓아서 언젠가 중심타선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임병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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