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실패라기보다, 과정인 것 같다."
키움 임병욱은 지난 오프시즌에 미국에서 덕 래타 타격코치에게 '과외'를 받았다.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자비로 다녀왔다. 결과적으로 올 시즌 성적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전반기 77경기서 타율 0.233 32타점 27득점에 그쳤다.
그러나 임병욱은 래타 코치와의 만남을 '실패'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17일 고척 한화전을 앞두고 "좋은 경험이었다. 야구는 계속해야 한다. 실패라기보다, 과정인 것 같다. 래타 코치에게 들은 말, 타격 이론 중에 틀린 건 하나도 없었다"라고 돌아봤다.
혹시 기회가 생기면 또 다시 단기 과외를 받으러 해외에 나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왜 사람들이 유학을 받으러 해외에 나가는지 알게 됐다. 다시 기회가 생기면 다녀올 의향이 있다. 좋은 건 받아들이고, 안 맞는 건 버리면 된다"라고 말했다.
장정석 감독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임병욱의 타격폼이 무너진 걸 발견했다. 그러나 강병식 타격코치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많은 연구를 하는 임병욱의 진심을 알았다. 장 감독은 "2군에 보낼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계속 폼을 바꾸는 스타일이다. 저렇게 노력하고, 수비에서 공헌이 큰데 2군에 보낼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래타 코치를 통해 타격이론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면, 팀에선 강병식 타격코치와 함께 취해야 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하고 자신의 타격을 구체화한다. 그 과정에서 부작용과 슬럼프가 있었을 뿐이다.
임병욱은 "예를 들어 팔 위치는 내려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스타트(임팩트를 위해 시동을 거는 타이밍)를 빨리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내 폼을 찾은 것 같다. 좋았던 작년 폼에 변화를 준 건 아니다. 이젠 내 폼을 다져가는 과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후반기 19경기서 71타수 24안타 타율 0.338 7타점 11득점이다. 전반기에 삼진을 74차례 당했으나 후반기에는 24차례에 불과하다. 타격이 잘 되니 수비 응집력도 좋다. 13일 잠실 LG전서는 홈으로 향하는 주자에게 노 바운드 송구로 횡사시켰다. 송구가 자로 잰 듯 홈플레이트 정중앙으로 향했다.
임병욱은 "나도 놀랐다. 항상 수비에 중점을 두고 경기에 나선다"라고 말했다. 타격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수비로 팀에 공헌하겠다는 마음이다. 다만, 최근 수비 도중 어깨를 다쳤다. 그는 "조금 불편한데 괜찮다"라고 말했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차로 5분 떨어진 거리에 산다. 임병욱은 "몇 번 빼고 계속 월요일마다 야구장에 출근했다. 웨이트트레이닝도 하고, 방망이도 휘둘렀다. 전반기에는 경기 후에도 따로 타격연습을 했다"라고 털어놨다.
야구가 풀리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스타일이다. 강병식 코치가 큰 힘이 된다. 임병욱은 "강 코치님은 참 멋있는 코치님이다. 내가 '이런 것 해볼게요'라고 하면 '그래, 그러면 이렇게 해보자'라며 팁을 알려준다. 언제 염색하실 거냐고 편하게 묻기도 하지만, 진지한 얘기도 나눈다"라고 말했다.
정규시즌 막바지다. 팀 동료 김혜성, 김민혁(KT), 류지혁, 정수빈(이상 두산)과 함께 90경기 넘게 출전한 선수들 중 시즌 첫 홈런을 신고하지 못했다. 임병욱은 "의식하지 않고 싶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홈런을 의식하고 타격을 하면 나에게도, 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홈런타자도 아니고, 어렵게 잡은 타격감을 가다듬어 자신의 스타일대로 팀에 공헌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명하다. 임병욱은 "아프지 않고 시즌을 마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임병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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