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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정지현 기자] 배우 박하선이 후배 배우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들을 향해 애정을 드러냈다.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종합편성채널 채널A 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극본 유소정 연출 김정민, 이하 '오세연')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오세연'은 금기된 사랑으로 인해 혹독한 홍역을 겪는 어른들의 성장 드라마로, 지난 24일 종영했다. 작품에서 박하선은 남편 진창국(정상훈)과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결혼 5년 차 주부 손지은으로 변신했다. 손지은은 윤정우(이상엽)와 금기된 사랑에 빠지면서 처절한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박하선은 손지은의 행복과 고통 등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깊고 풍부해진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오세연'은 일본 드라마 '메꽃-평일 오후 3시의 연인들'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박하선은 '오세연' 시놉시스가 그때 본 드라마 시놉시스들 중 제일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원작을 봤는데 끝까지 재밌더라. 사실 제가 먼저 리스트업을 시켜달라고 했다. 작가님이 그걸 보시고 '일하는 거야? 쉬는 거 아니야?'라는 말을 하셨다. 저는 일을 계속하고 싶었던 상태였다. 그 말이 되게 무서운 말 같다. 그때 마침 '야간개장'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가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을 보셨다더라. 그때까지 지은 역을 누구로 할지 생각이 안 나셨다는데, 너무 좋은 것 같다고 하셔서 합류를 하게 됐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이어 박하선은 결혼 그리고 출산으로 인한 공백기가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과거에는 고마운 줄 모르고 일했고, 연기하기 바빠서 주변을 못 챙겼다. 그런데 서른이 되면서 일이 재밌어졌고, 쉬다가 일을 했더니 너무 재밌다. 예전엔 월요병처럼 갔다면 요즘에는 새벽 공기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20대 때 저의 한을 다 소진했다고 생각해 텅 빈 느낌이었지만, 쉬면서 경험한 것들이 저의 자산이 됐다. 공백 기간이 핸디캡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너무 소중한 경험들을 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박하선은 호르몬도 많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과거에는 시크했고 슬퍼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뉴스를 봐도 내 이야기 같고, SNS에 슬픈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을 흘린다. 감정이 풍부해져서 연기하기 너무 좋다. 예전에는 '아까 울었으니까 안 될 거야' 했는데, 이번엔 '나 울 수 있어 잘 울잖아'하면서 연기를 했다. 평소 화장실에서 많이 울지 않나. 저는 화장실에서 많이 울었다. 연기할 때 그런 기억들을 꺼내며 희열을 느꼈다. 초반 화장실에서 우는 장면을 찍을 때, '이러려고 내가 그렇게 아팠구나' 하면서 좋았다. 진짜 버릴 시간은 하나도 없다고 느꼈다. 하늘에서 제가 다 소진한 것에 채워질 시간을 주신 것 같다"고 했다.
또한 박하선은 20대 여배우들을 보면 안아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힘들어서 SNS에 글을 올리는 것이 남일 같지 않다. 이번에 끝나고도 느낀 게 외국처럼 상담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자꾸 대사가 생각이 나더라. 잡생각에 안 빠지려고 청소를 해서 집이 깨끗하다. 제도적으로 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소신을 밝혔다.
아울러 "저는 되게 단순하게 태어났다. 그런데 이 일을 하면서 예민해지고, 소심해지고, 겁과 생각이 많아졌다. 그걸 벗어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 집에 있지만 않고 밖에 나가 사람도 만나보고, 여행도 다녔다. 그렇게 깨지 않으면 여배우들은 더 갇힐 수밖에 없게 된다. 저도 하소연을 많이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작품을 할 때 스태프들과 서로 의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하선은 작품 속 내레이션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여운을 더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내레이션이 정말 중요한 작품이다. 내레이션을 따다가 한 번 울컥해서 멈춘 적 있다. 두 번째 베드신에서 나온 나레이션인데, '나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라고 한다. 이게 어떻게 보면 없는 인물이고 가짜지 않냐. 그런데 '왜 이게 너무 아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은이는 모든 사람에게 응원 받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있지 않냐. 그 대사를 못 하겠더라. 또 사람들이 많이 후회를 하지 않나. 그 대사가 나오더라. '시간을 돌려 스무 살 무렵의 당신과 내가 만났다면 우린 달라졌을까요? 스무 살의 우린 아마도 서로를 그냥 지나쳤을겁니다. 바람이 꽃잎을 스치듯, 무심히, 그렇게'라는 대사였다. 굉장히 현실적인 대사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다음 작품에 대한 질문을 하자 역할을 가리지 않는다며 연기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보인 박하선. 그는 "과거에는 '의사 역할을 안 해봤으니 의사를 해 봐야지' 이런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작품이 좋고, 내가 더 좋게 만들 수 있다. 예전에는 작가님이 써 준대로만 하면서 정답을 찾아가는 게 맞는 줄 알았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내가 매너리즘에 빠져서 뻔한 연기를 하고 있구나'해서 뻔하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다를 수만 있으면 괜찮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바로 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은 박하선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박하선은 "좋은 분들을 만났고, 최고 시청률도 냈다. 불편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작품을 하면서 저를 굉장히 예쁘게 잡아주셨다. 촬영 감독님이 저와 세 번째 만남이라 저를 잘 아신다. 너무 예쁘게 공들여서 찍어주셨다. 제가 '평생작'이라고 말씀드렸다. 제가 나이 들어서도 볼 만큼 저를 예쁘게 담아주셔서 감사하고, 너무 힘이 될 것 같다. '나 이렇게 예뻤었지.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고 버텨서 계속 힘내서 하자'라는 생각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시청자들에게 '오세연'이 어떻게 기억됐으면 하냐는 물음에는 "기억에 남는 건 시청자들의 몫이다. 본인의 사랑이나 결혼 등을 생각하면서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 = 키이스트 제공]
정지현 기자 windfa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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