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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런닝맨'이 9주년이라는 뜻 깊은 순간을 맞이했다.
4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모처의 한 카페에서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9주년 기자간담회가 개최돼 정철민 PD가 참석했다.
'런닝맨'은 지난 2010년 7월 11일 첫 방송한 이래 9년 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등장과 동시에 '꼬리표 떼기'라는 신선한 게임 포맷을 선보이며 국내 시청자들에게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고, 배우 송중기, 래퍼 개리 등이 '런닝맨'을 거쳐 가며 대중에게 보다 더 친숙하게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유재석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석진, 김종국, 송지효, 이광수, 하하 등은 가족과 같은 케미를 자랑하며 팬들을 결집시켰고 지난 2년 전 배우 전소민, 개그맨 양세찬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반전의 분위기를 꾀했다. 그 덕에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이했던 '런닝맨'은 재도약에 성공, 지난 8월 26일에는 9주년 기념 팬미팅 프로젝트 '런닝구 프로젝트'를 개최하며 오랜 기간 지켜준 팬들과 만났다.
이날 만난 정철민 PD는 여전히 팬미팅 여운에 빠져 있다며 "이런 결말을 예상하고 꾹꾹 힘든 거 참고 한 거 같다. 힘들 때는 왜 하나 싶겠지만, 끝나고 나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새벽까지도 멤버들과 통화를 하고 왔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런닝구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저희가 여러 방향으로 촬영을 진행했지만 돌이켜보니 전체 멤버가 모두 합쳐서 무언가를 만들어본 적이 있나 싶었다. 그러다가 해외서 했던 팬미팅 자료를 보게 됐고, 멤버들이 무대 위에서 호흡을 맞추는 게 좋아보였다"라며 "물론 해외 팬미팅은 커버곡을 연습한 거라 분량이 많지는 않지만 사적으로 시간을 빼서 연습을 한 것이지 않나. 그런 사적인 시간을 공유하니, 조금 더 진솔하고 친한 사이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멤버들 역시 흔쾌히 정 PD의 제안을 수락했다는 전언이다. 정 PD는 "SBS 역사상 9년을 넘어간 프로그램이 없다. 10년을 채운 예능이 없다. 영원할 것 같다가도 어떻게 될지를 모르지 않나. 생각이 난 김에 하고 싶었다. 이 순간에 하고 싶다고 양해를 구했다"라며 "멤버들이 참 고맙다. 이야기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한다. 사실 멤버들도 힘들었을 거다. 스케줄도 빼야 하고 노래도 어렵다. 하지만 무대가 끝나고 내려온 뒤에 팬들의 환호에 소름이 돋았다고 하더라. 하길 잘했다 싶다"라며 뜻 깊은 소감을 덧붙였다.
9년이란 시간 동안 SBS 예능 간판 자리를 지킨 '런닝맨'이지만 위기도 숱하게 존재했다. 지난 2016년에는 일부 출연자 하차, 시즌2 추진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호되게 혼나기도 했고, 사소한 잡음이 계속 됐다. 정 PD는 가장 큰 위기로 개리 하차를 꼽았다.
정 PD는 "개리 형이 나가겠다고 결심했을 때, 당시 시청률이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지고 5% 아래까지 떨어질 때였다. 방향성 자체도 혼란스러웠다. 모두가 힘들어했다. 핵심 코너였던 '이름표 떼기'로 사랑을 받아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름표 떼기'를 하니 시청률이 떨어지더라. 돌발성 기대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갈피를 못 잡았다. 개리 형도 설득하려고 했지만 그 형의 인생관과 계획이 있었다. 멤버 한 명이 이탈하면서 멤버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계속 처지는 느낌이었다. 이 위기를 이겨냈다. 유재석 씨가 포기를 모르는 분이고, 저를 믿어줬다. 전소민과 양세찬을 영입할 때도 멤버들이 적극 찬성했고 두 분도 죽을 각오로 하겠다고 시작했다. 가끔 개리 형이 그립기도 하지만 개리 형이 없는 '런닝맨'도 나름의 사랑을 받게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다행히 전소민과 양세찬이 투입되면서 신선한 바람이 일었다. 정 PD는 "막내 두 명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사실 (이)ㅋ광수가 막내 포지션이었는데 배려심이 넘치는 스타일이었는데, 생각보다 광수는 과묵하다. 동생 두 명이 들어오면서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다"라며 "전소민은 막내딸 같다. 늘 개구지고 장난기가 많다. 양세찬은 철 든 동생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형들을 다독여준다.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다. 방송 안팎으로 자기 몫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또한 정 PD는 '런닝맨'의 구성이 매회 다르게 흘러가는 것과 관련해 "게임 버라이어티로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게임 버라이어티다 보니 확장성에 한계성을 많이 느낀다. 초창기 제가 막내였던 조연출일 때와 지금의 '런닝맨'은 색깔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스토리텔링 위주였다. 부정적인 브랜드로 평가 받는 와중에 제가 맡게 되면서 해결하려고 노력을 했다"라고 말했다.
정 PD는 "제가 맡는 중에도 부정적인, 긍정적인 이미지가 오갔다. 그걸 어떻게 할지 고민을 했다.이제 남은 버라이어티가 몇 개 없는데 뭘 더 할 수 있을지 싶다. 여러 버라이어티적인 아이템을 잡아서 최대한 '런닝맨'스러운 것과 아닌 걸 잘 녹여보려고 한다. 기존 팬들과 새로운 유입 시청자들을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끔찍한 혼종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저것 하다 보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정말 아이디어가 고갈 되고 이제 내 손을 떠났구나 싶은 생각이 드면 총기 어린 후배들이 또 다른 색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여타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탄탄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 PD는 "멤버들 덕분"이라고 확신했다. 정 PD는 "멤버들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방송이 실망스럽더라도 코어 팬들은 멤버들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멤버들의 성품과 열심히 하려는 프로페셔널한 자세 등 덕에 인기가 있는 것 같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무엇보다 그 중심에는 '국민 MC' 유재석이 있었다. 정 PD는 "유재석 형은 제게 너무 고마운 형이다. 막내 때부터 줄곧 봐왔다. 제가 어린 연차에 메인 PD를 맡게 돼 부족했지만 저를 도와줬다. 제가 못 본 걸 잡아주기도 하고, 진심 어린 걱정과 조언도 많이 해줬다. 또 제가 끝까지 하고 싶다고 하면 '하자'라며 도와줬다"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한번 통화를 하면 3~4시간씩 한다. 다 방송 이야기다. 방송밖에 모르는 바보다. 웬만한 PD 선배들보다도 방송적인 혜안이 뛰어나고 예능 철학이 존재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제게 없어서는 안 될 아버지 같다. 제가 인복이 있는 것 같다. 방송쟁이로서 이렇게 방송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눌 수 있는 있어 좋다. 다른 형들도 다 마찬가지다. 특히 재석이 형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이번 팬미팅 준비도 제가 후회하고 있으니 '잘 하고 있으니 끝까지 가보자'라며 다독여주더라"라며 무한한 신뢰를 밝혔다.
정PD가 바라보는 '런닝맨'의 10주년은 어떤 모습일까. 정PD는 "'런닝구 프로젝트'를 다시 하면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너무 힘들었다"라면서도 "끝내고 나니 희열과 쾌감이 있다. 너무 힘들었지만 멤버들도 잘 해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10주년 팬미팅'을 한다고 하면 멤버들이 저를 죽일 거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더니 "솔직히 생각해본 적 없다. 그 때가 어떤 상황일지 전혀 모르고,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10주년에 대해서는 계획을 안 세우고 있다. 그 때가 되면 멤버들과 다시 계획을 세울 것 같다. 그러나 계획이 생기면 뭐든 할 수 있는 게 '런닝맨'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기대감을 당부했다.
[사진 = SBS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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