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힘들어해도 이겨낼 수 있게 해줘야죠."
2019시즌 포스트시즌이 멀어진 KIA 타이거즈. 그러나 올해만 하고 야구를 끝낼 건 아니다. 순위가 낮아도 리빌딩을 통해 향후 더욱 강한 타이거즈가 되기 위한 디딤돌을 놔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KIA는 그 어떤 하위권 구단보다 성공적인 시즌을 치르고 있다. 전임 김기태 감독과 박흥식 감독대행이 비시즌 재목을 여럿 발굴했고 이제 그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KIA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가장 큰 소득은 마운드다. 그 중에서도 불펜을 꼽을 수 있다. 고질적인 뒷문 불안에 시달렸던 KIA는 올해 하준영, 전상현, 박준표, 문경찬이라는 향후 5년은 거뜬히 책임질 수 있는 필승 계투진을 구축했다. 문경찬은 얼마 전 마무리 데뷔 시즌에서 20세이브를 올리는 쾌거를 이뤘고, 나머지 선수들도 접전 상황에서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지며 한 단계 성장했다.
타선에서는 박찬호, 이창진의 등장이 반갑다. 이범호의 은퇴와 주축 선수들의 고령화로 야수진 역시 새 얼굴이 필요했던 상황. 두 선수 모두 첫 풀타임을 맞아 많은 시행착오와 체력 문제에 직면했지만 그래도 중간 중간 고비를 넘기며 유종의 미를 향해 달리고 있다. 여기에 오선우, 한준수 등 또 다른 새 얼굴들이 확대 엔트리를 맞아 경험을 쌓는 중이다. 전날 수원에서 만난 박 대행은 오선우를 지켜보며 “향후 KIA의 장타력을 책임질 선수”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실 박 대행은 말 그대로 감독이 아닌 대행이다.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수습해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그걸로 임무 완료다. 내년에 정식 감독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박 대행은 그 어떤 지도자보다 책임감을 갖고 리빌딩을 진행 중이다. 2군 감독 시절부터 어린 선수들을 꾸준히 지켜봤기에 애정과 관심이 남다르다. 선수들도 어려운 시절 함께했던 지도자가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법이다. KIA 리빌딩이 바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박 대행은 “1군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체력적 문제와 각종 보완점이 나오기 마련이다. 대다수의 선수들이 재능은 있지만 풀타임 속 체력적 한계에 부딪힌다”며 “올해 우리 선수들도 분명 느꼈을 것이다. 내가 끊임없이 어린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도 바로 이런 고비를 넘겼으면 하는 마음에서다”라고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힘들어해도 휴식을 줄 수 없다”는 게 박 대행의 리빌딩 지론이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도 선수와 팀이 미래를 위해 냉정함을 유지한다. 박 대행은 “모두 KIA의 주축이 될 선수들이다. 그렇기에 풀타임을 꼭 치러봐야 한다”며 “물론 힘든 걸 다 알고 있다. 어떨 때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미래를 위해 빼줄 수 없다. 만약 힘들어한다고 휴식을 준다면 절대 주전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순위는 5위 NC에 7경기 뒤진 7위이지만 새 얼굴들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어 웃을 수 있는 KIA다. 올 시즌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젊은 호랑이들의 2020시즌에 기대가 모아진다. 박 대행은 “내가 부임한 뒤로 신구 조화 속 모두가 큰 이탈 없이 잘해주는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며 “KIA가 올해만 야구를 하는 게 아니다. 내년까지 이런 흐름을 잇는다면 더욱 짜임새 있는 팀이 될 것”이라고 밝은 미래를 제시했다.
[KIA 박흥식 감독대행.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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