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벤 라이블리(27)와 함께 시즌을 시작했다면, 삼성 라이온즈는 보다 높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야구에 만약이란 없다’라고 하지만, 이런 상상을 하는 삼성 팬이 점차 늘고 있다면 라이블리의 KBO리그 데뷔시즌은 성적 그대로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덱 맥과이어의 대체외국선수로 삼성에 가세한 라이블리가 지난 경기의 부진을 딛고 호투를 펼쳤다. 라이블리는 지난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7피안타 1사사구 6탈삼진 1실점(1자책) 호투를 펼치며 삼성의 6-3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은 지난달 8일 덱 맥과이어의 대체외국선수로 낙점한 라이블리와 연봉, 이적료 포함 총액 32만 5,000달러에 계약했다. 시즌 종료까지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삼성으로선 ‘외국인투수 잔혹사’를 끊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한 셈이었다.
라이블리는 이후 8경기에 등판, 4승 4패 평균 자책점 3.78을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완봉승을 따내는 등 퀄리티스타트는 총 5차례 작성했다. 맥과이어가 시즌 개막 후 8경기를 치른 시점의 성적(1승 3패 평균 자책점 4.98 퀄리티스타트 2회)과 단순 비교한다면, 맥과이어가 노히트노런을 한 차례 달성한 것만 빼면 라이블리가 우위에 있다.
다만, 기복이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라이블리에게 무작정 호평을 내리는 데에도 무리가 따른다. 라이블리는 지난달 2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2이닝 9실점(9자책) 난조를 보였고, 15일 NC 다이노스전에서도 6이닝 5실점(5자책)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라이블리는 5위 이내에 있는 팀과의 맞대결서 승을 따낸 적이 없다.
물론 라이블리가 시즌 막판 합류, 적응기를 거쳐야 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라이블리는 입국 후 단 5일 만에 데뷔전을 가졌다. KBO리그 적응까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2번째 등판에서 완봉승을 따냈다는 점은 분명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라이블리 역시 경기력의 차가 컸던 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라이블리는 “삼성에 온 후 2~3경기는 KBO리그에 적응하는 시기였다. 마운드, 스트라이크존 모두 달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적응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라이블리는 이어 “빅이닝을 허용했던 때를 돌아보면, 투구 템포가 빠르거나 직구 의존도가 높았다. 타자들이 그 부분을 잘 공략했던 것 같다. 기복을 줄이고 안정적인 투구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언젠가부터 삼성의 ‘외국인투수 잔혹사’는 연례행사처럼 반복됐다. 올 시즌 역시 맥과이어-저스틴 헤일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들도 구세주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시즌 막판 합류, 10경기도 채 치르지 않은 라이블리는 ‘적응을 완벽히 마친다면…’이라는 기대감만큼은 심어주고 있다. 삼성이 당초 기대했던 150km 이상의 직구와 커브를 주무기로 삼은 경기운영도 점차 안정세에 접어든 모습이었다.
잔여경기 일정상 라이블리는 정규시즌 종료 전 한 차례 더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 합류 직후 “당연히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한국에 오고 싶다”라는 포부를 전했던 라이블리가 마지막 등판에서도 물음표를 지워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벤 라이블리.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