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이 영화에 사랑의 환상 따위는 없다. 달콤하고 설레는 천편일률적인 로맨스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게 좋다. 대신, “저거 내 얘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현실적 사랑과 대사가 콕콕 박힌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격하게 공감하고 쿨하게 위로받는 현실 로맨스 끝판왕이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랑에 좌절한 경험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다시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전 여친에 깊은 상처를 받았으면서도 술 먹고 계속 카톡을 보내는 재훈(김래원). 여느 때처럼 숙취로 시작한 아침에 모르는 번호의 누군가와 밤새 2시간이나 통화한 기록을 발견하는데, 상대는 바로 첫 출근한 직장 동료 선영(공효진). 남친과 뒤끝 있는 이별 중인 선영은 남친과 헤어지던 현장에서 자신의 연애사를 재훈에게 들킨다. 만난지 하루만에 일보다 서로의 연애사를 알게 된 두 사람에게 다시 사랑이 찾아올 수 있을까.
재훈과 선영은 모두 사랑에 아파한 경험이 있다. 재훈이 울고 불고 매달리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반면, 선영은 남자들은 다 똑같다는 경험을 얻고 잊으려 노력 중이다. 둘의 공통점은 모두 과거의 사랑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둘이 티격태격 하면서도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유는 아픔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선영은 “남자와 여자는 똑같다”라고 말하는데, 이 대사는 이렇게 들린다. “사랑의 상처에 아파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김한결 감독은 까칠한 후회남 재훈과 돌직구 현실파 선영의 대비를 통해 현실 로맨스에 신선한 재미를 불어 넣는다. 이들은 지난 몇 년간 등장한 로맨스 영화에서 최고의 현실적 캐릭터롤 꼽힐만하다. SNS와 인터넷 시대의 사랑 풍속도를 그려낸 점도 돋보인다. 카톡 화면과 문자 메시지를 적극 활용해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을 코믹하게 담아내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퍼나르는 세태도 따끔하게 꼬집는다.
김래원은 까칠하면서도 어설프고, 무심한 듯 하면서도 남몰래 상대를 챙기는 반전 매력의 재훈 역을 맛깔나게 연기했다. 공효진은 겉으로는 강하면서도 속으로는 여린 선영 역을 ‘러블리하게’ 소화했다. 두 배우 모두 ‘로코 장인’의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남의 로맨스에 사사건건 참견하는 병철 역의 강기영, 부인에게 꽉 잡혀사는 회사대표 관수 역의 정웅인 등은 극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극 중반, 재훈과 선영은 술을 마시다 서로의 입모양이 무슨 말인지를 맞히는 게임을 하는데, 처음엔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 우리 모두 처음 만나고, 만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상대의 진심을 알기 힘들다. 싸우고 화해하고 갈등하고 이해하는 시간이 쌓이다보면 조금씩 마음을 알게된다. 극 후반부에 재훈은 선영의 입모양을 ‘정확하게’ 읽어낸다. 둘은 이제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사랑은 그렇게 다시 시작된다.
[사진 제공 = NEW]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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