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말 울음소리, 붉은 노을과 평온한 들녘, 그 아이의 아버지.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의 기자 시사회가 열렸다. 러닝타임 84분은 움직이는 액자를 보는 듯 카자흐스탄의 멋진 풍광과 빛을 고스란히 담았다.
'말도둑들. 시간의 길'은 카자흐스탄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과 일본 리사 타케바 감독의 합작이다. 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과 리사 타케바 감독이 공동연출했으며,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선정작이다. 2018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사말 예슬라모바가 출연했다.
모리야마 미라이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로 제28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신인배우상과 우수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말도둑들. 시간의 길'에서는 덥수룩한 수염과 긴 헤어스타일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20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한 남자는 어느 날 아침 마을 사람들과 말을 팔기 위해 읍내 장터로 향하고, 그곳에서 말도둑들에게 살해를 당한다. 남자의 품에는 10살 남짓한 아들과 두 딸에게 선물로 줄 새끼 고양이가 있다. 새끼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숨을 거두지만, 고양이는 누군가에게 구조를 요청하듯 있는 힘을 다해 울어대고 양치기를 통해 발견되면서 가족들에게 알려진다.
영화는 말도둑들로 인한 한 가족의 비극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차분한 들녘과 슬픔을 무표정으로 삭이는 아내(사말 예슬라모바)의 모습은 오히려 슬픔을 더욱 배가시킨다. 아들 올자스는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고 창문 사이로, 문 사이로 어른들의 대화를 엿듣는 가운데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되고 눈물을 흘리지 않고 어머니처럼 슬픔을 가슴 속에 묻는다.
극의 중반부에서는 새로운 남자, 카이랏(모리야마 미라이)이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극의 긴장감과 아들 올자스의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아버지에게 배웠다는 말 타기를 아저씨 카이랏을 통해 다시 익히고, 직접 말을 몰아가며 아이는 성장해간다. 극 말미, 어쩌면 아이가 꿈꿨던 세상이 문 밖에서 펼쳐지고 카이랏이 남긴 말 모양의 목각인형과 아버지의 깨진 시계만이 눈 앞에 남는다. "왜 다시 온거야?"라는 질문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카이랏은 아이에게 선물 외에 무엇을 남기고 떠난 것일까.
아이에게 남겨진 세상은 말 울음소리,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뒤섞인다.
[사진 = 영화사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