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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신소원 기자]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 '박쥐'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필름메이커 토크'에는 박찬욱 감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와 '박쥐'의 주요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찬욱 감독은 이날 영화 '친절한 금자씨' 속 백선생(최민식)에 대한 사람들의 복수 시퀀스에 대해 언급했다. 박 감독은 "이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스토리가 다르고 그들의 선택, 그들의 감정이 다 다르다. 누구는 용감하고 욱하는 성격이고 누구는 주저한다. 그들의 개별성은 유지한 채로, 그러면서도 하나의 그룹으로 묶일 수 있는 면이 있다. 손주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분노와 상실감을 가진 면에서 하나의 그룹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 복수자들의 투명한 우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박 감독은 "상반된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비쳐보이는 우비가 맞다고 봤다"라며 "그것이 지닌 또 하나의 강점은 빛을 받았을 때 반사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방 조명 하에 있을 때 광택이 지금 이뤄지고 있는 일과 상반되고 어울리지 않는 찬란한 반사가 된다는 것이 좋은 콘트라스트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영화 연출을 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로 '질감'을 꼽았다. 그 이유에 "영화는 만질 수 없는 것인데 만질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촉각. 바삭바삭하고 거칠거칠한 다양한 화면들을 일으킬 수 있는 소재를 주의깊게 고르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여러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살아숨쉬게 느껴졌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또한 복수의 장면이 '학교'라는 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장소가 교실, 학교라는 것이 재미있는 점이다. 배움이 이뤄진다, 아이들이 죽은 복수극이라는 것이다. '이런다고 아이가 살아돌아오지는 않아'라는 것은 모든 복수극의 공통이다. 다들 그 말에 긍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딘가에 흡인되는 것처럼 칼을 내밀고 밀려 들어온다. 이것이 복수극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공허함, 낫띵(nothing)을 위해 에브리띵(everything)을 바치는 것이 복수다"라고 전했다.
'친절한 금자씨'에 이어 '박쥐' 속 신부 상현(송강호)과 태주(김옥빈)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박 감독은 "10년이 걸렸다. 다른 영화도 생각했지만 햇빛을 쬐고 물도 주면서 키워온 장면이었다. 유일하게 오래 걸린 작품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뱀파이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의 첫 장면이 바로 이 것이었다. 이 장면이 먼저 있었고 다른 장면들이 가지를 뻗어나갔다. 죽이다보니까 피가 나고 죽인 행동을 스스로 인식한 순간에 충격받고 후회하고, 신부라서 죄 의식에 사로잡혔는데 그 순간 피의 향기가 사로잡힌다. 그 욕망을 주체할 수 없어서 평소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라고 밝혔다.
또 박찬욱 감독은 "되살릴 생각을 하게 되고 뱀파이어로서의 삶은 권장할 일은 아니지만 자기 피를 다시 줌으로서 되살릴 생각을 하게 되고 자기 혀에 상처를 내서 키스를 하는데 그로 하여금 마음껏 나의 피를 흡혈, 궁극의 키스가 아니겠나 싶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궁극의 키스를 선보이자는 마음으로 이 장면을 떠올렸다"라고 전해 장내에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스토리보드가 있는 것이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스토리보드 없이도 좋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을 알고 있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는 스토리보드가 필요하다. 촬영 감독을 옆에 앉히고 함께 한다"라고 자신의 연출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속 질감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현장에서는 '배우의 질감'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박 감독은 "송강호 배우는 친해지면 그런 모습들을 가끔 보게 된다. 논리적이고 감정에 휘둘리기 보다는 냉철한 면이 있다. 그런 순간의 송강호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민식은 물론 지적인 사람이지만 엄청 다정다감하고 격한 성격이다. 불 같이 뜨겁다. 격렬한 표현을 동반한다. '올드보이'는 '복수는 나의 것'과 반대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박찬욱 감독은 '달은...해가 꾸는 꿈'으로 1992년 데뷔, '공동경비구역 JSA'(2000),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설국열차'(2013), '아가씨'(2016) 등을 연출했다.
[사진 = 부산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영화사 제공-마이데일리 사진DB]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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