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잡고 기사회생한 LG는 사실 2차전도 가져갈 기회가 있었다.
선발투수 차우찬이 7이닝을 1점으로 막으면서 LG도 4-1 리드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김대현이 8회말 박병호에 중월 2점홈런을 맞았고 9회말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나왔지만 서건창에 좌전 적시타를 맞고 4-4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국 LG는 연장 10회에 4-5 끝내기 패배로 고개를 숙였다.
차우찬의 '게임 플랜'은 확실했다. 특히 박병호를 상대하는 법에 있어서는 더욱 그랬다. 직구와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차우찬은 박병호에게는 커브를 집중적으로 구사했다. 차우찬은 "(박)병호 형과 승부를 많이 했는데 가장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게 커브였다. 커브를 연속으로 던지면 위험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가장 강하게 던질 수 있는 공이었다"라고 말했다. 상대 타자 입장에서 차우찬이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승부를 할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래서 차우찬은 커브의 비중을 늘려 상대에게 혼란을 주려고 했다.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하고 선발과 구원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투수인 차우찬은 그야말로 베테랑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막 포스트시즌 경험치를 쌓고 있는 어린 투수들을 보면 옛날 생각이 날 법도 하다. 차우찬은 '성장통'을 겪고 있는 고우석에게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고)우석이에게 '좋은 경험을 했다'고 했다"는 차우찬은 "단기전에서는 패턴에 변화를 주기는 해야 한다. 특히 초구를 더 조심해야 한다. 사실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라면서 "직접 느껴야 한다"라고 말했다. 파이어볼러인 고우석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박병호에게 154km 강속구를 던지고도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그저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직구였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이기에 상대 타자에 맞게 구종과 코스 선택이 더 신중해야 하고 상대의 예상을 벗어나는 공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우석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을 치른 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3차전에서는 '변화'를 택했다. 차우찬의 말처럼 직접 느낀 것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2차전을 마치고 냉정하게 나를 돌아봤을 때 내가 제구가 부족했고 타자가 대응을 잘 했다"는 고우석은 3차전에서는 슬라이더의 제구에 힘 썼다. 경기 전부터 '게임 플랜'에 변화를 줄 생각이었다.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더 편하게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생각대로 제구가 잘 됐다"는 게 고우석의 말이다.
포스트시즌은 역시 '경험'의 무대이다. 가을야구를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거의 보기 드물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모른다. 고우석에게도 지금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