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82년생 김지영'이 2019년,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서로를 '이해'하기를, 한번쯤 들여다봐주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82년생 김지영'은 조남주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1982년생 김지영(정유미)이 살아가는 2019년 현실을 그렸다. 원작에서는 김지영에게 많은 포커스가 맞춰서 심리를 그렸다면, 영화로 재탄생한 '82년생 김지영'은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와 각기 다른 관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더욱 중심적으로 펼쳐졌다.
원작이 여러 화제가 됐던 이유 중 하나였던 '젠더 갈등'이었다. 영화로 탄생한 '82년생 김지영'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처한 상황들을 다각적으로 그리려 애쓴 부분들이 곳곳 드러난다. 김지영을 중심으로 그의 남편 대현(공유), 부모님과 언니, 남동생, 시어머니, 시누이, 회사 사람들, 마주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이는 충분히 현실적인 상황들을 제시하면서 공감을 얻는다.
극 중 김지영은 길을 지나던 여성을 보며 과거의 자신과 마주한다. 또각거리는 구두를 신고 작은 핸드백을 들고, 첫 출근하던 그 때를 떠올린다. 하지만 2019년 현실은 아이에게 신경쓰느라 대충 걸친 옷에 아이 물건으로 가득찬 큰 가방. 남편 대현은 그런 지영이 안쓰럽지만 그마저도 온전히 지영의 답답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딘가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영화 속 지영은 집에서 육아를 하고 바쁜 생활을 보내며 잠깐 공원에 나와 커피 한 잔을 마신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직장인들은 "부럽다.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한가롭게 커피나 마시고", "나도 일 힘든데 결혼이나 할까" 등 폭력적인 언사들을 늘어놓는다. 가사와 육아일로 손목보호대를 하고 있지만 그들에겐 '부러운 호사'처럼 보일 뿐이다.
카페에서 들려오는 '맘충'이라는 표현에, 눌러왔던 지영의 감정이 터진다. 그는 "저에 대해 뭘 아세요? 여기서 10분 정도 본 걸로 사람 판단하세요? 제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사람을 만났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세요?"라며 되받아친다.
원작을 영화화하며 가장 임팩트있게 그려지는 장면은 지영과 지영의 어머니(김미경)이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모습이다. 각자의 삶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걸어온 세월을 돌이켜보는 과정에서 관객들의 눈물샘을 꽤 자극한다. 정유미와 김미경의 열연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김지영'이라는 이름은 지극히 평범하다. 영화의 말미에는 '김지영은 1982년 4월 1일 2.9kg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공무원, 어머니는 주부였다'라는 자막이 흐른다.
우리는 누군가의 딸이고, 아내이고, 엄마다. 우리 엄마 또한, 내 주변 사람들 또한 '김지영'이고, '김지영'일 수 있다. 젠더 갈등을 논하기 전에 영화를 먼저 보시라.
오는 23일 개봉 예정.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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