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두산 김태형 감독과 오재원의 끈끈한 관계가 오는 2020시즌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
두산 캡틴 오재원은 올 시즌 그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초반 18경기 타율 .161의 극심한 타격 침체에 4월 연예인 승리의 필리핀 생일파티 사건에 연루되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해졌다. 이로 인해 한 차례 2군에 다녀와야 했고 5월 2일 복귀 후에도 주전이 아닌 대주자 혹은 대수비를 맡으며 결국 98경기 타율 .164 3홈런 18타점이라는 데뷔(2007년) 후 최악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러나 오재원은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서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2차전 9회 결정적인 2루타를 시작으로 감을 잡은 뒤 4차전 5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우승을 견인했다. 4차전 데일리 MVP가 되는 기쁨까지 누렸다. 오재원은 경기 후 “정규시즌에 좋지 않았는데 한국시리즈서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해 다행이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라고 김 감독을 향한 인사를 남겼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오재원을 쉽게 내칠 수 없었다. 지난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 감독은 “베테랑인데 성적도 안 좋고 주장으로서 팀도 리드하지 못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선수로 인해 팀에 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며 “본인이 가장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2015, 2016년 우승을 시켜준 선수다. 분명히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줄 선수로 믿었다”고 비난 여론에도 오재원을 1군에 놔둔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오재원을 향한 미안한 마음도 전했다. “지금 너를 포기하고 주장 역할을 해달라는 말은 못했다”는 김 감독은 ‘그냥 여기 있어라. 믿고 아무 생각하지 말고 나랑 있자. 일단 해보자’는 조언을 통해 선수를 다독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마 선수는 섭섭했을 것이다. 내가 경기를 많이 내보내지 않았다”고 개운치 못한 마음도 전했다.
그러나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동행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김 감독은 한 때 4위까지도 떨어질 수 있었던 위기서 통합우승을 일궈내며 역대 최고 대우 재계약에 성공했고, 오재원도 한국시리즈 활약으로 정규시즌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냈다. 김 감독은 “우승하고 (오)재원이만 따로 불러 ‘우리가 참 잘 참았다. 나도 잘 참았고 너도 그랬다’고 이야기해줬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제 이들의 동행이 내년에도 이어지기 위해선 오재원이 두산 잔류를 택해야 한다. 오재원이 우승 직후 “FA 자격을 행사해 시장 평가를 받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시즌 타율 .164의 선수가 FA 신청을 했다는 부분이 아이러니하지만 그 간의 활약과 특유의 야구 센스를 보상받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 시장 평가라는 말 안에는 당연히 원소속팀 두산과의 협상도 포함돼 있기에 김 감독은 “빨리 계약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오재원과의 동행이 지속되길 희망했다.
오재원이 과연 이번 스토브리그서 자신을 믿고 기다려준 김 감독과의 동행을 택할 수 있을까. 김 감독은 이미 구단에 "오재원은 팀에 필요한 선수다"라고 밝힌 상태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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