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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 림프종 추적검사 결과를 공개, 건강하다는 근황을 전했다.
허지웅은 4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오늘 추적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을 다녀왔다"며 "정말 아무렇지 않았는데 집을 나서자마자 얼어붙고 말았다. 그간 앱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쏟아졌던 쪽지들에서 재발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뭔가가 조금씩 쌓여왔던 모양이다"라고 지난 날 느꼈던 불안감을 솔직히 털어놨다.
이어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고 저는 아주 건강하다. 병원을 천천히 걸어나왔고, 공기가 맑았고, 바람은 따뜻했다"며 "스티븐 킹의 신작을 읽고 김동률의 오래된 앨범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잠시 잊고 있었다. 불과 6개월 전까지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던 나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이 조금도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기 쉽지 않겠다,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 제가 느낀 걸 그분들과 나누고 싶었다"며 "지금과 같은 양의 쪽지에 계속 답을 드리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유튜브 스트리밍을 이용해서 정기적으로 대화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겠다"라고 덧붙이며 활발한 소통을 예고했다.
이하 허지웅 글 전문.
오늘 추적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정말 아무렇지 않았는데 집을 나서자마자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그간 앱이 열리지 않을 정도로 쏟아졌던 쪽지들에서 재발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뭔가가 조금씩 쌓여왔던 모양입니다.
병원까지 3분도 안되는 거리를 10분이 넘게 걸려 겨우 도착했습니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저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재발 판정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두번은 도무지 자신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의자에 쑤셔 박혔습니다. 애써도 등이 펴지지 않고 숨을 고르게 정돈할 수 없었습니다. 느리게 재생되는 필름처럼 문이 열리고, 어떻게 걸어 들어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무튼 선생님을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무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고 저는 아주 건강합니다. 병원을 천천히 걸어나왔고, 공기가 맑았고, 바람은 따뜻했습니다. 편의점에서는 아이가 똥이 나오지 않는다며 엄마에게 칭얼대고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조금 궁금했습니다. 여전히 아무런 발전이 없는 요가를 하고 찜닭을 먹었습니다.
지금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스티븐 킹의 신작을 읽고 김동률의 오래된 앨범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불과 6개월 전까지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던 나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이 조금도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기 쉽지 않겠다, 생각했습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주 가끔 깨닫고, 대개 까먹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자살하고 싶다거나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여러분이 알면 정말 깜짝 놀랄만큼 많이 받습니다.
오늘 하루 제가 느낀 걸 그분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사람도 시간도 나이듦도, 세상에 당연한 건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추신: 지금과 같은 양의 쪽지에 계속 답을 드리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내용에 압도되어서 일상생활이 힘든 것도 있고요. 유튜브 스트리밍을 이용해서 정기적으로 대화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볼게요. 그게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좀 알아보고 나서 시간 공지 드리겠습니다.
[사진 = 허지웅 인스타그램]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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