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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배우 윤정희가 10년째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윤정희의 남편이자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1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아내 윤정희가 알츠하이머 투병중이라고 밝혔다.
백건우는 “알츠하이머 증상이 10년쯤 전에 시작됐다. 우린 결혼 후부터 단둘이서만 살고 모든 것을 해결해왔다. 사람들은 나보러 혼자 간호할 수 없을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내가 제일 잘 아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너무 힘들어했다. 특히 연주 여행을 같이 다니면 환경이 계속 바뀌니까 겉잡지를 못했다. 여기가 뉴욕인지 파리인지 서울인지. 본인이 왜 거기 있는지”라고 전했다.
증세와 관련,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데 우리가 왜 가고 있냐고 묻는 식이다. '30분 후 음악회가 시작한다' 하면 '알았다' 하고 도착하면 또 잊어버린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묻고,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고 하면 '앙코르는 뭘 칠거냐'고 물어본다.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한 100번은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딸 진희씨 또한 엄마와의 일을 회상하며 "나를 못 알아볼 때가 정말 힘들었다. 내가 '엄마' 하면 '나를 왜 엄마라 부르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내가 '여기 내 턱밑에 바이올린 자국 봐봐. 엄마 딸 바이올린 했잖아. 이 자국이 있으면 딸인 줄 아세요' 했다. 지금은 엄마가 머무는 곳에 엄마가 익숙한 사진과 십자가, 옛날 잡지 같은 것을 가져다 놨다. 5월부터 요양 생활을 시작했는데 이제 많이 편해지셨다"고 전했다.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한 윤정희는 '강명화'(1967), '안개'(1967) '내시'(1968), '천하장사 임꺽정'(1968), '장군의 수염'(1968), '독짓는 늙은이'(1969), '야행'(1981), ‘시로의 섬’(1988) '만무방'(1994) 등에 출연했다.
윤정희는 지난 2010년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시'에 출연, 15년 만에 영화계에 복귀했다. 그는 ‘시’에서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상을 앓고 있는 ‘미자’ 역을 맡았다. 실제 알츠하이머 증상을 앓으면서 미자 캐릭터를 연기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백건우는 “마지막 작품인데 참 이상하지 않나. 그 역할이 알츠하이머 앓는 역할이라는 게”라며 “그때 배우로서 자존심 때문에 출연했는데 긴 대사는 써놓고 읽으며 하고 그랬다”고 전했다.
진희씨는 “엄마는 요즘도 ‘오늘 촬영은 몇시야’라고 물을 정도로 배우로 오래 살았던 사람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사람이다. 이 병을 알리면서 엄마가 그 사랑을 다시 확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면서 “이 소식을 듣고 엄마에게 사랑의편편지를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지금 엄마에게 그게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영화 포스터]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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