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위해 뛰지마, 팬 위해 뛰자" 인천 깨운 유상철의 당부

[마이데일리 = 인천 안경남 기자] ‘잔류왕’ 인천 유나이티드가 상주 상무를 꺾고 잔류까지 승점 1점만을 남겨뒀다. 부임 후 홈 첫 승을 거둔 유상철 감독은 자신이 아닌 팬들을 위해 뛰어 준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인천은 24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상주상무와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라운드 B그룹 37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30분에 터진 문창진의 결승골과 후반 43분 케힌데의 추가골로 2-0 승리했다.

유상철 감독 부임 후 올 시즌 홈에서 첫 승을 거둔 인천은 승점33점을 기록하며 10위를 유지했다. 같은 시간 성남 원정에서 2-1로 승리한 경남(승점32)와는 승점 1점 차이다. 이로써 인천의 잔류는 오는 30일 경남과 인천의 리그 최종전에서 사실상 결정 나게 됐다.

극적인 승리였다. 전반까지 답답한 흐름이 계속되자 유상철 감독이 교체 카드를 꺼냈고, 문창진과 케힌데가 연속골을 터트리며 인천에 승리를 안겼다.

유상철 감독에겐 의미가 큰 승리였다. 지난 5월 인천 부임 후 홈에서 승리가 없었던 그는 마치 드라마처럼 마지막 홈 경기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여기에 10위까지 유지하며 잔류를 위한 유리한 고지도 점했다.

그만큼 절실했다. 유상철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투병 중에도 선수단을 지휘했던 그는 홈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하지 못해 미안했다. 그래서 경기 전 선수들에게 “나를 위해 홈에서 이겨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곧바로 후회했다. 유상철 감독은 “아차 싶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팬들을 위해 승리를 해야 했다. 그래서 다시 미팅 때 이 말을 정정했다. 내가 아니라 팬들을 위해 뛰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이 아프다고 열심히 뛰는 건 말이 안 된다. 연민 때문이란 말은 듣기 싫다”고 했다.

문창진도 “감독님이 자신을 위해 뛰지 말라고 하셨다. 그건 프로가 아니라고 했다. 대신 홈에서 승리가 없는데, 오늘은 팬들을 위해 꼭 승리해달라고 말씀하셨다”며 유상철 감독의 말이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설명했다. 유상철의 한 마디가 인천을 깨웠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