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부천 김진성 기자] 알고도 못 막는다.
디펜딩챔피언 KB의 최대무기는 박지수와 카일라 쏜튼이다. 박지수는 신장과 영리함, 쏜튼은 운동능력에서 WKBL 그 어떤 수비수도 1대1로 상대하기 힘들다. 박지수를 외국빅맨이 수비하면, 어쩔 수 없이 국내선수가 쏜튼을 막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KB를 상대하는 팀은 철저히 더블팀과 로테이션 혹은 지역방어를 준비한다. 24일 홈으로 KB를 불러들인 KEB하나은행도 그랬다. 이훈재 감독은 "아직 더블팀 이후 볼 없는 움직임에서 조금씩 부족한 부분은 있다. 팀 디펜스에서 부족한데, 그래도 좋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KB가 무서운 건 박지수가 언제든 2점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외에, 더블팀이 오는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동료에게 연결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나머지 5개 구단은 알고도 당한다. 결국 실전은 선수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
하나은행은 언더사이즈빅맨 마이샤 하인스 알렌이 있다. 이 감독은 마이샤를 쏜튼에게 붙이고, 박지수를 김단비가 맡으면서 원 카운트에 더블팀을 시도했다. 물론 스위치를 하다 마이샤가 박지수를 맡으면서 더블팀을 하기도 했다.
3쿼터 초반까지 대등한 승부였다. 일단 하나은행은 이 감독이 부임한 올 시즌 팀 컬러를 완전히 바꿨다. 마이샤는 키는 크지 않지만 힘이 좋고 속공가담도 능하다. 하나은행은 풍부한 활동량을 앞세워 시종일관 KB를 괴롭혔다. 이 과정에서 많은 스틸을 해냈고, KB의 턴오버도 많이 유발했다.
박지수와 쏜튼도 마이샤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마이샤는 탁월한 마무리 능력을 뽐냈다. 트랜지션에 능한 고아라와 슈터 강이슬, 역시 득점력을 갖춘 신지현. 예년에 비해 페이스가 상당히 늘어났고, 정교해졌다. 외국선수가 뛰지 못하는 2쿼터에도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KB의 외곽슛이 전반적으로 원활하게 터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쏜튼이 무리하게 골밑을 파는 빈도가 높았다. 하지만, 쏜튼이 외곽으로 공간을 벌리면서 KB의 공격이 풀리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특유의 올 스위치는 괜찮았다.
쏜튼이 외곽으로 나가자, 하나은행은 마이샤의 움직임이 애매해졌다. 마이샤가 골밑의 박지수까지 막다 외곽의 쏜튼에게 컨테스트를 해야 하는 상황. 이게 원활하지 않았다. 박지수는 하나은행 국내선수들의 도움수비가 들어오는 타이밍에 정확히 쏜튼에게 연결했고, 쏜튼이 3점슛 두 방을 잇따라 터트렸다. 골밑에서도 쏜튼이 엔드라인을 무너뜨리고 들어오는 타이밍에 정확하게 연결, 2득점을 도왔다.
하나은행은 더블팀과 로테이션이 비교적 잘 됐다. 그러나 3쿼터에 갑자기 무너지면서, 공격까지 풀리지 않았다. 공격과 수비는 상호 유기적이다. KB는 압박 강도를 높였고, 박지수와 강아정이 센스 있는 스틸을 해낸 뒤 쏜튼, 최희진의 3점포로 연결됐다. 순식간에 10점 내외로 달아났다. 4쿼터에도 이 격차가 이어지며 KB의 79-65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하나은행은 패배했지만, 나름대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속공과 얼리오펜스는 상당히 날카로웠다. 몸 상태가 올라온 마이샤는 장점을 확실히 드러냈다. 다만, 흐름을 넘겨준 뒤 풀어주는 선수가 없었다. 강이슬이나 신지현, 고아라가 이 부분은 아무래도 부족하다.
KB는 3주 전 휴식기 직전 우리은행전 대패 충격을 씻어냈다. 역시 쏜튼과 박지수의 위력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수준이다. 다만, 경기가 풀리지 않던 전반에는 박지수 위주의 단순한 오펜스를 펼치며 활동량이 하나은행보다 많지 않았던 건 옥에 티였다. 절대적인 수준에서 KB도 경기력을 더 올려야 한다.
[박지수(위), 쏜튼(아래). 사진 = 부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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