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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진지희(20), 어엿한 숙녀가 됐다.
지난 2003년 KBS1TV 일일드라마 '노란 손수건'으로 데뷔한 진지희는 '연애시대'(2006), '자명고'(2009), 영화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 등 아역 연기자로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데뷔 7년 차, 11살이 되던 해 첫 번째 전성기가 찾아왔다.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을 만난 진지희는 남들보다 이르게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며 자신의 존재를 톡톡히 알렸다. 이기적이고 얄미운 행동은 골라서 하는 해리를 연기한 그는 목이 나가도록 연신 '빵꾸똥꾸야!'를 외쳐대며 시트콤의 최고 '신스틸러'로 떠올랐다. 그래도 미워할 수 없었다. 귀여운 얼굴로 생글생글 웃으면 시청자들은 피식 웃었고, 동그란 눈으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면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었다.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진지희는 이후 영화 '사도'(2015), '국가대표'(2016), '이웃집 스타'(2017), 드라마 '해를 품은 달'(2012), '불의 여신 정이'(2013), '선암여고 탐정단'(2014), '백희가 돌아왔다'(2016), '언니는 살아있다'(2017) 등 끊임없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갔다. 때로는 누군가의 아역으로, 때로는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로 분하며 꾸준히 연기했다.
다만 일부는 여전히 그를 '빵꾸똥꾸'를 외친 아이로만 바라봤다. 아역배우의 숙명이다. 그러나 마이데일리 창간 15주년을 기념해 기자와 만난 진지희는 "오래 배우 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라고 도리어 의연하게 말하며 웃었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하며 여느 또래와 같이 대학 생활을 만끽했던 그는 자유로워보였다. 열정 또한 진중하고 순수해 미소 짓게 했다. 차기작 케이블채널 tvN D 웹드라마 '언어의 온도'에서 만날 진지희가 더욱 궁금해졌다.
"마이데일리 창간 15주년 너무 축하드립니다. 영화, 드라마 때는 물론 제 대학교 입학도 함께 해준 마이데일리에요. 마이데일리와 같이 자랐어요. 같은 동료, 친구, 또래로서 같이 롱런했으면 좋겠습니다."
- '언니는 살아있다' 이후 SNS을 통해서만 간간히 소식을 들었어요. 어떻게 지냈나요?
"2학년 1학기 동안 열심히 학교 생활에 집중했어요. 지금은 차기작으로 웹드라마 '언어의 온도'에 들어가게 돼 휴학했어요."
- 대학생활은 어땠어요? 성적도 A+를 유지했다고 들었어요.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성적도 좋게 받아왔고, 무엇보다 연극학부에 들어간 덕분에 같은 꿈을 꾸는 동기들을 만났어요. 좋은 사람이 많다는 걸 한번 더 깨닫게 됐죠. 제가 이제껏 못해봤던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됐어요. 성적은 2학년 되고 나서 망했어요.(웃음) 다른 분들이 보시기엔 '뭐가 망한 거야'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1학년 때 높게 찍고 나니까 놀아볼까 싶더라고요. 보통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오른다는데 전 반대가 됐네요. 2학년 2학기 때 정신 좀 차려볼까 싶었는데, 감사하게도 작품을 하게 되어서요. 하하."
- 새로운 경험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요.
"저희 집은 통금 시간이 있어요. 학교에서 공연 작업을 하다 보면 밤도 새게 되고, 친구들과 놀러도 다녔죠. 제 유일한 일탈이에요. 과 미팅 같은 것은 못해봤어요. 제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낯가림이 있어서요. 미팅 제안도 잘 안 들어오고요. 공연은 제가 출연하지 않고, 열심히 무대 뒤에서 도왔어요. 저는 1학년이었으니까요.(웃음) 덕분에 이제껏 저를 지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렇게 힘들게 옷을 구해다주셨구나, 소품을 구해주셨구나. 너무 소중한 경험이에요."
-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생활도 만끽했나요?
"사실 아직도 저보고 더 놀으라고 해요. 제발 좀 놀으래요. 그런데 저는 제가 잘 논다고 생각하거든요.(웃음) 또 학부가 연기 학부이긴 해도 교양 수업으로도 다른 세계를 접했고요. 그 속에서 또 다른 사회가 형성됐어요. 새로운 인간관계도 많이 형성했어요."
-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했어요. 이미 베테랑일 텐데,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배운 연기는 어떻게 달랐어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대본 보는 방법, 캐릭터 연구하는 방법 등을 배웠어요. 그 전에는 본능에 맡겨서 연기했고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터득해갔죠. 하지만 이번에는 주체적으로 중심을 가지고 캐릭터를 만져가는 법을 배웠어요. 그래서 이번 '언어의 온도' 촬영 때도 감독님께 아이디어를 더 많이 냈어요. 사실 걱정도 돼요. 노력을 해서 했는데도 막상 나왔을 때의 결과물은 모르니까요. 또 작품 공백기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현장을 가니 오히려 신나고 설??楮? 긴장과 두려움인 줄 알았는데, 현장감에서 오는 기대감이었어요."
- 약 2년 반만의 컴백이에요. 같은 꿈을 꾸는 대학 동기들도 함께 기뻐해줬겠어요.
"웹드라마를 들어간다고 하니 동기들이 엄청 좋아해줬어요. 너무 기대된다고 기뻐해주고요. 홍보도 많이 해주겠대요. '(진)지희 성공하자'고요.(웃음) 다들 긍정적으로 함께 기뻐해줘서 너무 고맙죠."
- 연기 이외에 다른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생기지는 않았나요. 대학교에 들어가면 조금 더 현실적인 고민들에 부딪힐 텐데요. 연기 공백기도 있었고요.
"사실 저한테도 '대2병'이라는 게 잠깐 왔다 갔어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어요. 최근에 필라테스를 배웠는데, 자격증을 따서 필라테스 강사를 해볼까도 싶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뒤에 돈을 모아서 카페 같은 것도 열어볼까 싶었던 거죠. 현실적인 고민이었어요. 예전엔 파란만장한 꿈이 있었는데, 이젠 제가 할 수 있는 걸 찾게 되더라고요. 저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졌어요. '아무리 힘든 역경이 와도 너 포기하지 않을 수 있어?'라고요. 여기서 흔들렸어요. 어렸을 때부터 해온 건 연기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건 연기였어요. 배우로 롱런하고 싶어요."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영상 = 김정수 기자 easeful@mydaily.co.kr]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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