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특별한 인연이나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태풍(39, 180cm)은 기자 입장에서 매우 반기는 인터뷰이다. 단순히 엉뚱한 코멘트로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솔직하다. 예를 들어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예비명단에 포함돼 해외 전지훈련까지 소화했지만, 결국 최종명단에서 제외된 직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은 나이 많은 사람 형이라고 불러. 나도 똑같이 형이라고 했어. 근데 한국선수들 (양)동근이한테 형이라고 하고 나한테는 형이라고 안 해. 나 동근이보다 나이 많아. 색깔 달라서 그러나봐.”
고양 오리온스(현 오리온)에서 부산 KT로 이적하는 4대4 대형 트레이드가 발표된 직후 전화 인터뷰에서는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이랑 나 안 맞았어. 다른 팀 가고 싶었는데 트레이드됐다는 얘기 들어서 너무 기분 좋아”라고 말했다. KBL에서 이처럼 솔직하게 속내를 얘기할 수 있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친분이 두터운 편이 아니다 보니 민감한 질문을 던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함께 살을 부딪치며 생활하는 동료들만큼 전태풍이라는 캐릭터를 알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전태풍과 인연이 있는 농구인들에게 대신 질문을 부탁했고, 창간인터뷰 2편은 이를 토대로 작성했다. 전태풍의 시원시원한 대답. 기대해도 좋다. 1편에 이어 2편 역시 날 것 그대로인 전태풍의 코멘트를 담았다.
-변기훈(SK) : 넷째 계획은 없으신가요?
“절대 없어. 절~대. 나 시즌 끝나고 수술할 거야. 진짜로. 절대. 절~대. 아오, 나 미쳤어. 너무 좋은데 너무 힘들어. 집 가면 아기들 보고, 와이프 발 마사지도 해줘. 쉬지도 못해. (아들이 농구를 하고 싶다고 한다면?)무조건 시키지. 애들이 원하면 스트레스 없이 해야지.”
-김민수(SK) : 나중에 머리카락 더 빠지면 삭발할 거야? 가발 쓸 거야? 아니면 심을 거야?
“수술할 거야. 머리에 가슴털 심을 거야. 어차피 다 곱슬이라 괜찮아. 무조건 심을 거야.”
-강병현(LG) : 여러 팀에서 뛰셨잖아요. 농구 외에 생활적인 면에서 제일 재밌었던 팀은? 전 형이랑 같은 팀이었을 때 진짜 재밌었거든요.
“무조건 KCC지. 처음 한국 왔을 때 KCC. 선수들끼리 장난 많이 치고, 술도 엄청 먹었어. 재밌게 놀았어. 얘기도 많이 하고. 전혀 문제없었어. 다 친구처럼 지냈어. 그때가 제일 재밌었어.”
-송창무(SK) : 초이(최준용의 별명)랑 특히 친하잖아요. 근데 자유분방한 태풍이 형도 초이 때문에 당황할 때가 많더라고요.
“(전태풍은 질문을 최준용에게 화를 내는 거라고 잘못 이해했다)초이는 아기야. 장난으로 화낸 거야. 어려서 잘 삐치는데 나는 이해해. 나도 그때 그랬어. 더 심했어. 삐치는 거 다 이해해. ‘야, 임마. 좀 그만해’라고 화난 척만 한 거야. (최준용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가끔 룸메이트 하는데 초이는 방에서 옷 다 벗고 쉬어. 침대에 그렇게 누워있어. 그래야 회복 잘 된대. 신경 쓰여서 나 TV도 못 보겠어. 초이 옷 다 벗고 있는 거 죽을 때까지 기억 남을 거야. 얘는 진짜 매너가 없어. 한 번은 자다 일어났는데 눈앞에 초이 똥꼬 있었어. 나 눈 썩었어. 나는 낮잠 자야 하는데 초이는 안 자서 계속 힘들게 해. 커피 먹으러 가자고 하고, 아케이드(게임)하러 가자고 하고. 나 귀찮아.”
-전희철 코치(SK) : 한국어를 잘하는데 불리할 때만 못 알아듣는 척 하더라. 실수인 척 반말도 하고 말이야.
“절대 일부러 한 거 아니야. 얘기하고 싶은데 급해. 마음 급해서 말 짧아진 거야. 반말하고 싶어서 한 거 아냐.” * SK 1군 코치 3명이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물어봐달라고 한 질문이었다. 한상민 코치 역시 일부러 그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주장했으며, 김기만 코치가 꼽은 전태풍의 단골 코멘트는 “아, 나 이거 몰랐어. 진짜 몰랐어”였다.
-김선형(SK) : 수염 기르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요?
“SK 오기 전에 얘기 많이 들었어. ‘태풍아. 수염 잘라’, ‘머리 기르지마.’ KCC 있을 때 명예회장이가 얘기했대. 나 일본사람 같다고. 그래서 다음날 미용실 갔어. 잔소리 많이 들었어. 근데 마지막 시즌이잖아. 나 마음대로 하고 싶어. 그래서 일부러 더 기르고 있는 거야.”
-김선형(SK) : 태풍이 형이 드리블의 대명사잖아요. 드리블을 잘하는 비결이 있다면?
“아빠가 나 어렸을 때 심하게 (훈련)시켰어. 밤새도록 했어. 눈 가리고 드리블 시켰어. 진짜 어렸을 때야. 7살? 8살? 그때 많이 해서 습관 됐어. 그리고 욕심 생겨서 일부러 (천장을 바라보며)이렇게 드리블 연습했어. NBA도 많이 봤어. 팀 하더웨이, 아이제이아 토마스 따라했어. * 전태풍의 아버지는 대학 시절까지 농구선수로 활동했다.
-문경은 감독(SK) : 농구선수로 최전성기인 30세에 한국으로 왔잖아. 더 큰 무대에서 2~3년 도전해본 후 와도 늦지 않았을 텐데?
“(한숨 쉰 후)대표팀 뛰고 싶었어. 왜냐면, 얘기 들었어. 한국대표팀 세계에서 잘 안 된다고. 아시아에서 중국이 1등, 다른 나라 2등이래. 내가 바꿀 수 있었어. 아시아 1등 포인트가드 되고, 금 못 따도 세계에서 잘하는 한국 보여주고 싶었어. 감독님 말 맞아. 지금 생각해보면 2~3년 더 뛰다 한국 왔어도 좋았을 거야.”
-한상민 코치(SK) : 입담이 워낙 좋아서 유튜버도 잘 할 것 같은데 은퇴 후 해볼 생각 없어?
“취미로 할 생각 있어. (하)승진이처럼 아니야. 승진이 유튜브는 약간 시리어스야. 장난도 안 쳐. 나는 장난 많이 칠 거야. 또라이처럼. 욕도 하고, 술도 마시고. 애들 보면 안 돼.”
-한상민 코치(SK) : KBL에 처음 왔을 때와 현재 선수들의 실력을 비교한다면?
“(기량이)많이 올라왔어. 솔직히 처음 왔을 때 나 가드들 무시했어. 가드가 림도 안 보고 공 주기만 하고, 커트인만 해. 그래서 나 수비 안 했어. 이제는 가드들도 공격해. 3점 때리고, 돌파하고. 가드도 그게 기본이야. 예전에는 그런 가드 몇 명 없었어. (몇 명 없었던 그 가드들을 꼽아본다면?)김현중. (김)현중이는 공격했어. 농구가 안 예쁘긴 한데 공격 잘했어. 이정석도 공격 잘했는데 업다운 있었어. 그리고 동근이. 동근이는 진짜 인정. 엄청 공격적이야. 지금 늙었는데도 수비 엄청 열심히 해. 한국농구도 포인트가드 생각 바뀌고 키도 많이 컸어. 옛날에는 192cm면 포워드, 센터 해야 돼. 이제는 2m 가드도 있어.”
-안영준(SK) : 쉴 땐 어떻게 시간 보내세요? 아이가 셋이라 잘 못 쉴 거 같아요.
“나 못 쉬어. 아기 봐주고, 와이프랑 예쁘게 얘기도 해야 돼. 그래서 낮잠시간에 잠만 자. 영미(안영준의 별명) 나랑 룸메이트 해봐서 알지? 취미는 오토바이인데 요새 추워서 못 타. 비디오게임도 해. 2K(NBA 게임) 시작했어. 그거 재밌어. 재~밌다.”
-이정현(KCC) : 컨디션이 많이 좋아지셨더라고요. 자율적인 농구와 잘 맞아서인가요? 은퇴 전 잠깐이라도 토니 애킨스 시절 모습 보여줄 수 있을까요?
“자율농구 잘 맞아. 100%. 나 너무 편해. 애킨스 모습까진 못 나와. 아마 KBL 신인 때 전태풍은 나올 거야. 짧게. 3~5분 정도? (이왕이면 챔프전 7차전 때 보여주는 게 어때요?)그렇지~! 그게 진짜 목표야.”
김기만 코치(SK) : 수비할 때 매치업 상황 되면 보통 “MY! MY!” 하잖아요. 근데 태풍이는 “나꺼야, 나꺼!”라고 해요. 백도어 체크할 때도 “BACK! BACK!”이라 안 하고 “뒤에 봐. 뒤!”라고 하고요. 영어보다 한국어가 편해서 그런 건가 궁금하네요.
“지금은 (한국어가)훨씬 편해. 근데 그런 거 있어. 10년 전에 한국 왔을 때 나 너~무 한국사람, 한국문화 맞추고 싶어서 오버했어. 많이 오버했던 거 같아. 짜증나는 일 있었어. 나는 한국문화 맞추려고 노력하는데 어떤 감독은 불만만 많이 얘기했어. 그럼 나도 열 받아. 그건 어떻게 해야 돼? 나 성격, 말투 다 바꿨는데. 100개 다 할 순 없어. 그때 ‘멘붕’ 생겼어.”
-최준용(SK) : SK에서 한 시즌만 뛰고 은퇴하는 건 아쉬워요. 1년 더 뛸 생각 없으세요?
“오~ 안 돼. 그건 안 돼. 안 돼. 스트레스 너무 무거워서 이제 그만하고 싶어. 예쁘게 그만두고 싶어.”
[전태풍.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마이데일리DB, KBL 제공]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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