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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라이(LIE)’ 이청청 디자이너에게 패션은 운명이었다. 달아나려 해도 다시 되돌아오는 운명. 아버지는 한국 최고의 디자이너 이상봉.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패션은 내가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학도 역사교육학과로 진학했다. 워낙에 역사를 좋아했고, 선생님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그러나 입학한 뒤 삶의 진로를 바꿨다.
역사학도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좋아하는 것과 직접 공부하는 것은 다르더라고요(웃음). ‘여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생 역사를 가르칠 자신이 없었죠. 동기들은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더라고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 자신을 표현하는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됐죠. 본격적으로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센트럴세인트마틴스예술대학에서 ‘아트 앤 디자인’을 배웠다. 패션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공부를 계속할수록 직접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졸업하고 재입학해 남성복 디자인을 배웠다. “학비를 많이 썼다”며 웃었다.
남성복에서 여성복으로
남성복을 만들어 런던패션위크에서 세 시즌동안 패션쇼를 했다. 유명 매거진과 인터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무렵, 남성복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마케팅은 잘되는데 세일즈가 안됐다. 고민 끝에 남성복을 잠시 접어두고, 여성복을 만들었다. 2013년 론칭한 ‘라이(LIE)’는 ‘삶은 표현이다(Life is an expression)’의 약자다. 단순히 패션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로 확장되길 원했다.
‘라이’는 페미닌함과 매니쉬함을 결합한 모던한 여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이다. 2030 독립적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췄다. 뉴욕, 파리 등 권위 있는 패션 컬렉션과 전시 참가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했다. 현재 미국, 캐나다, 유럽, 홍콩, 일본, 싱가포르 등 전 세계 60여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라이’를 2030 여성들이 사랑하는 세계적 브랜드로 만드는게 꿈이죠. 그렇다고 남성복을 포기한 건 아닙니다.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도전하고 싶어요. 이 기사를 보고 관심 있는 분들은 연락 주세요(웃음).”
여성과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는 세계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여성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 백발의 메이 머스크(영화‘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인물로 알려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어머니이자 저명한 영양학자), 그리고 최근에 제주 해녀를 모티브로 옷을 디자인했다. 당당한 여성에 끌린다고 했다.
“열정을 갖고 도전하고 개척하고 에너지를 갖고 있는 여성에서 영감을 받아요. 그런 여성이 내 옷을 입어줬으면 좋겠어요.”
자연도 디자인 욕망을 자극한다. 북극곰이 말라가는 사진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왜 이렇게 변했을까를 고민했다. 2018 F/W 컬렉션은 ‘It’s not justICE’를 테마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파괴되고 있는 북극의 자연환경과 환경보호에 관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미래 SF영화 의상 디자인에도 참여하고 싶어
그는 영화도 좋아한다. 최근 ‘포드 V 페라리’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 “새로운 세상을 향한 도전이 많이 느껴졌다. 불가능에 도전하고, 그걸 넘어서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평했다. IMAX로 관람한 그는 직원들과 함께 한 번 더 볼 생각이다. 아버지는 영화 ‘M’의 의상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아들도 영화 의상 디자인에 관심이 있을까.
“예전에 뮤지컬 ‘선덕여왕’에 참여한 적이 있거든요. 공연에 이어 영화 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장르로 따지면 미래 배경의 SF를 좋아해요. 평소 ‘스타워즈’의 팬이기도 하고요.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라이’ 제공]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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