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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최정열 감독이 영화 '시동'으로 2019년 연말 극장가를 웃음과 감동으로 물들였다.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다.
18일 개봉 첫날 23만 3,364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박정민을 중심으로 마동석과 티격태격 상극 케미, 정해인과 절친 케미, 엄마 정혜 역의 염정아와는 현실 모자 케미까지 '시동'은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앙상블로 재미와 감동을 안겼다. 더불어 마동석의 파격적인 단발머리 비주얼과 '멜로 장인' 정해인의 연기 변신으로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조금산 작가의 평점 9.8점을 기록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영화화, 관객들의 주목을 이끌었다.
영화 '글로리데이'(2015) 이후 '시동'으로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최정열 감독.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신작 '시동'을 선보이기까지 비하인드스토리를 들어봤다.
최정열 감독은 "원래는 다른 시나리오를 쓰고 있던 중 우연히 웹툰 '시동'을 접했다.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라고 원작의 열혈 팬임을 자처했다.
그는 "사실 전작 '글로리데이'를 끝내고 미안한 느낌이 있었다. 나의 이 부채감을 가둔 채 영화의 문을 닫아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그런 와중에 웹툰을 보게 됐는데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비범하게 표현하고 관찰하는 능력이 놀라웠다.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 싶었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그린다면 부채감이 조금이나마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영화화에 대한 조금산 작가의 반응은 어땠을까. 최정열 감독은 "작가님이 너무 좋아해 주셨다"라며 "특별히 해주신 말씀은 없다. 다른 영역이기에 상상력에 제한을 두지 않고 그냥 알아서 하라고, 믿음과 응원을 보내주셨다. 제 전작을 잘 봤다고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각본 작업 과정에 대해 "웹툰이 영화보다 건조한 느낌이 있다. 우선 캐릭터를 친숙하게 만들려 했다"라며 "원작에서 택일과 상필의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겹치는 부분들은 정리하고 서경주(최성은) 캐릭터의 천천히 흘러가는 흐름도 빠르게 설정했다. 설명적인 대사들도 덜어냈다. 무엇보다 캐릭터 플레이에 있어서 서로가 서로한테 교훈적인 이야기를 주입시키려는 걸 최대한 절제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또 자극적인 설정들의 수위 조절에 대해선 "서사의 과정 안에서 포인트들을 짚어주려고 노력했다"라며 "엄마가 택일에게 사랑의 매를 들지만, 택일이 그것으로 인해 변하지 않고 엄마 역시 점차 잘못된 표현 방식임을 깨닫고 손을 들지 못하게 된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핵심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최정열 감독은 "택일과 상필은 뚜렷한 목표 없이 반응하다 안갯속을 헤매고, 거석이 형은 어울리는 일을 했다가 최종적으로 다른 길을 택하고, 정혜는 보편적인 엄마상이고 이런 다양한 캐릭터들의 상황 속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는 직접적으로 '어울리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해'라는 말은 아니었다. 각자 시동을 거는 데 있어 어느 시점이든 중요하지 않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 멀리 갔더라도 다시 출발하는 것에 대한 응원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언제든 다시 출발해도 괜찮다는 걸 캐릭터 스스로 깨우치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게 '시동'의 미덕이라고 본다. 보통 영화와 다르게 우리 영화는 거석이 형이 택일의 고충을 통쾌하게 해결해준다거나 하는 결말이 없다. 그보다 서로 노력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삶에 서서히 스며들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거다. 그래서 여러 갈래로 나뉜 게 하나로 만나지 않는다. 인물들이 큰 성장을 이뤄내지 않더라도 조금씩 자신의 속도로 가도 괜찮다고 전하고 싶었다"라고 얘기했다.
끝으로 최정열 감독은 "'시동'은 정말 재밌게 작업했고 만족하고 있다"라며 "우리 영화가 연말에 가장 어울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12월은 한 해를 정리하는 때이면서 새 출발을 준비하는 시기 아닌가. '시동'이 딱 그런 것 같다. 극 중 정리하고 새 출발을 하는 사람도 있고 있는 그대로 시동을 걸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관객들에게 전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NEW]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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