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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마지막까지 'VIP'에 사이다 엔딩은 없었다. 배우들의 진가만 재확인했다.
24일 밤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VIP'(극본 차해원 연출 이정림) 16회에서는 끝내 이혼하는 나정선(장나라), 박성준(이상윤)과 모든 걸 정리하고 유학을 떠난 하유리(표예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나정선은 박성준에 대한 복수를 멈추기로 결심, 완전한 이별을 위해 애썼다. 박성준은 그런 나정선에게 미안해하며 사무치게 후회했고 눈물을 쏟았다. 박성준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안 하유리도 이별을 고한 뒤 유학을 떠났다.
폭풍과 같았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모두 안정을 찾았다. 송미나(곽선영)는 이병훈(이재원)이 육아 휴직을 낸 덕분에 회사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고 이현아(이청아)는 차진호(정준원)와 동거를 시작했다. 마상우(신재하)는 여전히 든든하게 나정선을 응원했다. 무엇보다 점차 회복하며 웃음을 되찾은 나정선은 VIP 전담팀을 안정적으로 주도하며 차분히 일상을 꾸려나갔다.
이후 우연히 장례식에서 재회한 박성준과 나정선. 두 사람은 서로 행복했던 시간들만 기억하자고 약속하며 담담한 마무리를 지었다. 시청자들이 염원했던 파국, 통쾌한 '사이다' 엔딩 대신 모두가 평안한 엔딩을 선택한 'VIP'다.
지난 10월 28일 첫 방송한 'VIP'는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전담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프라이빗 오피스 멜로 드라마로 SBS가 월화 예능 이후 다시 되살린, 재정비된 월화드라마였다. 예능 '리틀 포레스트'의 낮은 시청률로 자존심을 구긴 SBS는 화려한 VIP 상류층 세계를 다룬 'VIP'를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반등을 노렸다.
스토리부터 흥미로웠다. 익명의 문자로 시작된 부부의 균열, 진실을 감추고 싶었던 사람들의 비밀, 오피스 내 치열한 생존기 등을 예고하기도 하며 심상치 않은 미스터리 드라마를 기대케 했다. 무엇보다 'VIP'로 첫 메인 연출을 맡은 이정림 PD는 "백화점 마케팅팀에서 VIP를 대면하고 관리하는 팀을 독립시켰다"며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 VIP들의 에피소드가 많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던 바.
그러나 'VIP'는 회를 거듭할수록 이른바 '불륜' 소재에 매몰되며 극 전체가 흔들렸다. 나정선이 받은 '당신 팀에 당신 남편 여자가 있다' 문자로 시작된 박성준의 '내연녀 찾기'는 시청자들을 다음 회로 이끌고, 추리하게 하며 긴장감을 자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완성도 면에서는 아쉽다. VIP 전담팀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는 힘을 잃었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했던 상류층의 세계는 '불륜' 서사를 전개시키기 위한 도구로만 쓰였고 특히 내연 관계인 박성준과 온유리의 관계에 힘을 주느라 주인공 나정선의 서사는 얕게 그려졌다. 내연녀 정체가 밝혀진 뒤부터는 이야기 진전 없이 공회전만 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연출도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터라 포장만 잘 된 '막장 드라마'라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불륜 미화'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VIP'는 꾸준히 시청률 상승세를 탔고 화제성도 높았다. 이 흥행의 중심엔 장나라가 있었다. 남편의 바람을 알고 무너지는 나정선을 연기한 장나라는 기존 가지고 있던 명랑한 이미지를 완벽히 지우고 폭발적인 연기력을 장착, 또 다른 변신에 성공했다. 복수심에 불타 "지옥으로 같이 가자"라고 소리치는 장나라는 본 적 없는 얼굴을 하며 극에 대한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뛰어난 능력과 너그러운 성품으로 팀원들에게 인정받는 커리어우먼 면모도 훌륭히 소화했다. 이밖에 이청아, 곽선영, 표예진, 이상윤, 신재하, 이재원 등의 배우들도 안정적인 모습으로 극의 무게를 더했다.
한편, 'VIP' 후속으로는 배우 한석규, 이성경, 안효섭 주연 '낭만닥터 김사부2'가 내년 1월 6일 첫 방송된다.
[사진 = SBS 방송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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