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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여운이 오래 갈 것 같아요.”
배우 장동윤은 KBS 드라마 ‘녹두전’으로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극 중 전녹두 역을 맡아 생애 첫 사극, 여장남자에 도전한 장동윤. 여러모로 부담될 수밖에 없는 역할이지만 기대 그 이상의 연기를 펼치며 안방극장 시청자를 자신의 매력에 푹 빠지게 했다.
“사실 지금까지 비중 높은 역할들을 해오긴 했지만 ‘녹두전’은 제가 무너지면 아예 무너져버리는 드라마였어요. 극 초반에는 특히나 더요. 게다가 여장이라는 소재도 있었고요. 최대한 담담하게, 의연하게 하려고 했지만 부담이, 스트레스가 많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했지만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쉬움이 있어요. 당연히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지만 그것에 대한 미련이 있어요. 제일 좀 아쉬운 건, 다른 사람들보다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노력에 대한 자신감, 체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준비 기간에 에너지를 쏟아붓고, 초반 공을 들이는 부분에서도 너무 쏟아붓다 보니까 후반으로 갈수록 힘들어지더라고요.”
마라톤처럼 길게 보고 가야 하는데 초반에 열정을 쏟아부어 마지막엔 힘에 부쳤다고 아쉬워한 장동윤. 드라마를 보는 많은 이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만한 일이지만 그에게는 많은 아쉬움을 남기는 듯했다. 이런 그의 아쉬움과 달리 ‘녹두전’을 본 이들이라면 주연배우 장동윤의 연기 그리고 여장남자라는 어려운 역할을 잘 소화해 낸 그의 섬세함에 엄지를 치켜들 수밖에 없을 것. 그가 여자로 분한 김과부는 배우 장동윤의 피지컬에도 불구하고, 단 1%의 이질감도 없이 극에 녹아들었다.
“파격적인 소재인 만큼 어떻게 보면 식상해 보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걸 제일 피하려 했어요. 지금까지 미디어에 비춰졌던 여장남자에 대한 전형적인 모습들이 있잖아요. 사실 여자도 다양해요. 여자도 중저음이 있고, 남자도 하이톤이 있고. 김과부는 뭔가 만들어내야 하는 여지가 많은 캐릭터에요. 연구를 하고 표현을 하는데 있어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김과부 캐릭터에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저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제3자의 입장에서 보게 되더라고요. 저도 김과부의 열혈 팬이에요. 아련하더라고요. 떠나보내기 싫고. 시청자와 팬들도 그런 마음이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제가 노력을 하고 만들어내서 표현한 것이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성취감이 컸어요.”
장동윤은 녹두라는 인물을 더욱 잘 표현하기 위해 다이어트도 감행했다. 여장은 둘째치고라도 액션 연기를 위해 몸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솔로몬의 위증’을 할 때에 비해 몸무게가 1kg밖에 차이가 안 났어요. 제가 보통 체지방이 11% 정도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7%인데 이번에는 3%였어요. 저는 사실 녹두가 남자일 때 액션, 노출도 있으니 김과부와 차이를 둬 야성미 같은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살도 찌우며 벌크업을 하려고 했는데 감독님과 의논한 결과 녹두라는 캐릭터는 슬림하면서도 재빠르고 탄탄한게 더 맞겠다고 하셔서 헬스 말고 필라테스를 했어요. 액션 스쿨도 다니고, 승마도 하고, 배드민턴도 하고, 많이 걷기도 했는데 이런 노력을 했던 게 외모에도 표현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여장을 할 때 좋은 작용을 한 것 같고요. 초반에 지방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오히려 굉장히 여장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사람이 열심히 관리하며 살아야 되는 게 맞구나 싶었죠. (웃음)”
장동윤의 여장은 여자보다 더 예쁘다는 평을 불러일으켰다. 덕분에 여장남자 김과부가 등장할 때마다 극의 몰입이 깨지지 않고 더욱 ‘녹두전’에 빠져들 수 있었다.
“사실 외모적인 콤플렉스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었어요. 밋밋하게 생겼잖아요. 부리부리하게 생긴 스타일이 아니에요. 사람은 자기가 결핍된 것에 대한 동경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왜 선이 굵지 못할까’ 생각도 하게 되고 그런 사람들을 동경하기도 했어요. 그랬는데 이번에 밋밋한 얼굴이 뭔가 여러 가지를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느꼈어요. 어떻게 스타일링을 하고 콘셉트를 잡고 메이크업을 하고 연기하느냐에 따라서 분위기도 확확 바뀔 것이고 인상도 바뀔 수 있잖아요. ‘콤플렉스로 느꼈던 게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구나’를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상대역 김소현을 향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동주 역할을 소현 씨가 연기해줘서 다행이고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는 장동윤.
“저희가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기 2~3달 전부터 감독님 주도하에 주요 배역들이 리딩도 하고 회의도 하며 어떻게 만들지 이야기를 했어요. 그때 사적으로 봤을 때는 어리다는 느낌이 느껴졌어요. 원체 착하고 밝고 순수하다 보니까. 그런데 확실히 내공을 무시할 수 없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되게 연기할 때 섬세하게 배려해주는 걸 많이 느꼈어요. 이런 것들이 다 본인의 경험치에서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어린 나이지만 일평생을 연기자의 인생을 살아왔잖아요. 자신이 겪어온 것들이 있으니 저한테도 그렇게 배려를 해주더라고요. 감정신을 할 때도 ‘어떻게 해주면 감정이 더 잘 나오겠냐’며 배려해줬어요. 어떻게 하면 녹두가 동주에게 조금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요. 사람들이 남매 같다고, 악동뮤지션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게 장단점이 있겠지만 장점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봐요.”
장동윤은 배우로서 익숙함과 새로움의 밸런스를 잘 맞춰가며 대중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느낀 건데 저변을 넓혀 가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넓혀가면서, 좋아해 주시는 로맨틱코미디 같은 장르도 밸런스를 맞추며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대중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하고,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도 해보고 싶어요. 이제 마지막 20대에요. 연기자로서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어 그런 쪽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어요.”
이런 장동윤이 듣고 싶은 평은 ‘좋은 배우’. 꾸준히 다양한 역할들을 오래오래 해보고 싶다고.
“할아버지가 돼서 쓰러질 때까지 해보고 싶어요.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꾸준히 해서 대중들에게 즐거움, 행복을 주는 게 최대의 목표예요. ‘좋은 배우였다’, ‘그 배우 때문에 재미있었다’, ‘그 배우 때문에 행복했다’고 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요.”
[사진 = 동이컴퍼니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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