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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과거의 누군가도, 미래의 누군가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에요."
배우 김영민(49)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감독 김초희)와 관련해 인터뷰를 개최, 마이데일리와 만나 영화 및 배우 김영민에 대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인생 최대의 위기, 극복은 셀프! 행복은 덤! 씩씩하고 '복'많은 찬실이의 현생 극복기를 담은 작품.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을 수상하며 무려 3관왕에 올랐고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트로피도 안으며 관객들에게 인정받았다. 이밖에도 제22회 우디네극동영화제, 제15회 오사카아시안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최근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활약한 김영민은 스크린에선 완전히 다른 얼굴을 펼쳐냈다. 그는 극중 찬실(강말금)에게 자신이 장국영이라고 우기는 미스터리한 남자를 맡아 찬실이 외롭거나 슬프거나 힘들 때마다 나타나 위로 혹은 조언 등 정체 모를 말들을 쏟아내고 사라진다. 알쏭달쏭하지만 찬실의 꿈을 환기시켜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평소 장국영, 유덕화, 양조위 등 중화권 배우들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던 김영민은 기묘한 매력으로 2020년 버전의 장국영을 탄생시켰다. 특히 그는 새하얀 러닝셔츠와 팬츠 차림으로 찬실의 주위를 맴도는데, 영화 '아비정전'(1990) 속 장국영을 꼭 닮은 모습이라 웃음을 안긴다.
김영민은 "장국영과 비슷한 겉모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겉모습만으로 연기할 수는 없지 않나. 영화 '아비정전'에서의 러닝과 팬츠를 입고 그 움직임을 가져가고 싶었다. 많지도, 적지도 않게 장국영의 특징만 보여줬다"며 "찬실에게 계속 영향을 끼치지만 답을 주지는 않는다. 찬실이의 마음 안에 있는 어떤 무언가의 존재였던 것 같다. 장국영으로 묘사되지만 영혼, 찬실이의 마음 깊숙이 있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했다. 찬실이의 무의식을 끄집어내서 질문들을 던지고, 찬실의 안에 이미 있는 것일 수 있는 인물이다"고 장국영 역할이 지닌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누가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에 따라 달라지는 역할이다. 그래서 감독님께 많이 의지했다. 제일 인상 깊었던 건 장국영이 그냥 방에서 문을 열고 등장하는 장면이다. 감독님의 대단한 필력이라고 생각했다. 장편을 처음 쓰시는 분이, 귀신이 그냥 지나가는 것처럼 찍을 수 있나 싶다. 감독님의 내공을 믿게 됐고. 크게 주문을 하시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밝게 찍으시려고 했다. 특별히 오버하려고 하지 않았다. 찬실이와 소통하는 걸 목적으로 작품을 풀어나갔다"고 전했다.
김초희 감독을 향한 김영민의 신뢰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통해 김초희 감독과 처음 만났다던 그는 "보자마자 너무 웃기셔서 깜짝 놀랐다. 영화 속 위트는 감독님에게 있던 거였다. 시나리오보다 더 재밌으신 분이다. 감독님과 감독님이 창조한 찬실이, 강말금 배우가 굉장히 잘 맞았다. 그들의 위트가 만나면서 시너지가 생겼다. 그렇다고 해서 늘 즐거워 하시지만은 않는다. 영화 프로듀서 출신이라 그런지 계속해서 일을 하시더라. 제가 걱정을 해도, 끝까지 영화를 놓지 않더라. 그래서 저도 옆에서 찬실이를 빛나는 열매로 같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나더라"라고 전했다.
"그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는 감독님이에요. 또 어떤 소재로, 재미있게 만드실지 기대가 돼요. 그래서 감독님한테 '나중에 찬실이 같은 역할 있으면 저도 한번 출연시켜달라'고 부탁도 했죠. 너무 매력적인 영화잖아요. 영화계 안에서도 너무나 소중한 존재에요. 보배를 찾은 것 같아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가 더 잘 돼서 더 큰 발판이 되면 좋겠어요."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찬실 역의 강말금 칭찬도 늘어놨다. 김영민은 "(강)말금 씨가 연극을 했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제 주변에서도 말금 씨를 다 알고 있었다. 보통 연극을 하다 보면 에너지나 표현력이 클 수도 있는데, 말금 씨는 전혀 그런 게 없다.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되게 소중하게 생각하더라. 감독님과 소통하면서 끝까지 놓치지 않고, 인물을 만들어가는 친구다. 그동안 상처가 많이 있었겠지만 인생 캐릭터다. 찬실이는 독보적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존재인데, 뜬금없이 장국영이 나타났을 때 잘 받아줘서 오히려 제가 고마웠다. 이걸 발판으로 잘 되면 좋겠다. 조언이 필요 없는 배우였다"고 극찬했다.
다만 전개상 복실 역의 윤여정과 마주치는 장면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며 "감독님 댁에서 편집본을 본 적이 있는데, 윤여정 선생님이 너무 좋더라. 선생님이 안 계시면 어떻게 할 뻔 했나 싶다. 중심이다. 아무렇지 않게 하시면서도 나를 눈물짓게 한다. 잘 만나 뵙지도 못했지만 어깨너머로 선생님이 작품을 대하는 태도 등을 배웠다. 되게 솔직하신 분이다"고 말하며 웃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숨바꼭질', '구해줘2', 영화 '협녀, 칼의 기억', '그물', '폐쇄병동', '계절과 계절 사이'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선 굵고 개성 넘치는 연기를 펼쳐온 김영민. 그는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다. 대학로에서의 경험을 굉장히 높게 산다고 말한 김영민은 "연극을 할 때마다 연출의 철학과 작가의 철학을 다시 파야 했다. 할 때마다 힘들었지만 많은 재산이 됐다. 저한테 장국영은 어떻게 보면 대학로에서의 생활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20대 때는 영화 속 찬실이처럼 많이 힘들었어요. 3년마다 연기를 해야 할지, 말아양 할지 고민했죠. 30대 때는 작품에 치여서 코피까지 터지면서 했어요. 술도 엄청 마셨고요. 하나하나 최선을 다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지나간 것에 대해 후회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 올 것을 생각하려고 해요. 가장 중요한 건 작품올 놓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윤여정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처럼, 이성뿐만 아니라 본능적으로도 연기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본능적인 면이 관객들을 더 즐겁게 만드는 것 같아요."
선명한 소신 덕에 그의 진가를 알아보는 시청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종영한 현빈, 손예진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 속에서도 정만복, 이른바 '귀때기' 역할로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 파급효과를 실감하고 있다던 김영민은 "금방 죽을 줄 알았는데 끝까지 살아남았다. 북쪽에서 슬프게만 있었는데, 남쪽에서 5중대원들과 즐겁게 있어서 좋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함께 호흡을 맞춘 현빈, 손예진에 대해 "명불허전이다. 현빈 피지컬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피지컬이 있구나 싶더라. 몸도 크고 키도 크고 남자가 봐도 멋있다. 손예진 씨는 예쁘고, 연기를 잘 한다. 작품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계신다. 너무 즐거운 촬영이었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연신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던 김영민은 마지막까지 김초희 감독을 치켜세웠다. "김초희 감독님을 만난 게 제일 큰 복이다. 찬실이처럼 버틸 수 있는 모습, 일상에서의 밝음, 감춰둔 아픔 등이 보인다. 감독님의 큰 매력 중 하나는 글의 맛이다. 대사 맛이 너무 좋다. 이미 자신의 색깔이 있다. 작가주의인데도 어렵지 않다. 대사에 작가의 색깔이 들어가 있다. 그게 쉽지 않다고 보는데 감독님은 이미 정립이 돼있다. 배우들도 너무나 좋았고, 앞으로의 복도 되고 싶다"며 "남자 버전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재치를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 영화가 왜 위로가 되냐면, 우리는 항상 고통 받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찬실이는 과거에 만들어졌더라도 관객들에게 유쾌한 위로를 안길 거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누군가도, 미래의 누군가도 위로를 받는 작품인 거죠. 저 역시 힘든 게 있지만, 찬실이처럼 복을 찾아가면서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한편, 김영민은 오는 27일 첫 방송될 종합편성채널 JTBC 새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로 빠르게 브라운관을 찾는다. 김희애, 박해준, 이경영, 김선경 등이 출연하는 기대작이다. 김희애의 아우라, 배우들 간의 호흡을 자랑하던 그는 "김희애 선배님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제 느낌엔 기대 이상이다. 연기하면서 존경심이 생긴다. 몰입과 깊이, 감정 등이 너무 좋다"며 "'사랑의 불시착'부터 '찬실이는 복도 많지', '부부의 세계'가 연달아 대중을 찾게 됐는데, 우리 영화도 좋은 기운을 얻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오는 5일 개봉한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찬란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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