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력 차이는 나죠."
우리은행의 올 시즌 전력은 위성우 감독 부임 후 가장 좋지 않다. 임영희 코치가 은퇴했다. 김정은은 시즌 초반 상당히 좋았다. 그러나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면서 컨디션이 무너졌다. 아킬레스건을 다치면서 최근 생산력이 좋지 않다. 최은실도 비시즌부터 부상으로 충실히 준비하지 못했다.
박지현과 김소니아가 성장했다. 결정적인 활약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어이 없는 본헤드플레이로 팀을 위기에 몰아넣기도 한다. 냉정히 볼 때 안정감은 좋지 않다. 경기 중 기복이 심하다.
여기에 수년간 좋은 성적을 차지하면서 좋은 신인들을 수급하지 못했다. 기적처럼 박지현을 건졌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은행은 젊은 피에 목 마르다. 나윤정, 홍보람, 박다정 등이 있지만, 팀 공헌도는 높지 않다.
그런 우리은행이 '반전의 시즌'을 완성하려고 한다. 5일 KB를 잡고 0.5경기 차 선두로 나섰다. 잔여 4경기 중 3경기서 이기면, 2년만에 정규경기 우승을 차지한다. 상대전적 4승2패의 우위. KB와 동률일 때도 우승이다.
분명 KB는 우리은행보다 멤버 구성이 좋다. 박지수, 카일라 쏜튼을 축으로 심성영 염윤아 강아정 김민정 최희진에 허예은이 가세했다. 위성우 감독은 "전력 차이는 난다"라고 했다. 박혜진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반전의 시즌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KB가 지난 시즌보다 경기력이 좋지 않다. 위 감독은 "대표팀에 나간 멤버들이 많으니 시즌 준비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린 몸이 좀 돼 있었고, 그래서 1~2라운드 맞대결서 이겼고 4승2패로 앞선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 박지수 강아정 심성영 염윤아는 아프지 않으면 사실상 대표팀 붙박이다.
여기에 위 감독은 "박지수가 아파서 1달 정도 쉬지 않았나"라고 했다. 실제 박지수는 공백기가 있었고, 그 기간 KB는 5할 승률에 그쳤다. 여기에 강아정, 박지수 등 주축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건 분명히 있다.
또한, 쓴튼의 경우 확실히 올 시즌 득점력이나 승부처 임팩트가 떨어진 측면이 있다. 이밖에 턴오버가 많은 부분, 승부처에 스위치디펜스와 리바운드 응집력이 떨어진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악재를 극복하는 플랜B는 강하지 않았다.
전력이 약화된 우리은행이 짜내고 또 짜내면서 전력을 극대화했다. 반면 KB는 전력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패배를 최소화하며 버텼고, KB전 맞대결 우위를 바탕으로 정규경기 우승을 눈 앞에 뒀다.
안덕수 감독은 의미 심장한 말을 했다. "우리은행은 기본에 충실하다. 몸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거의 매 경기 상대보다 리바운드서 앞서간다. 평균신장이 결코 높지 않지만, 박스아웃과 리바운드에 대한 응집력은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수년간 다진 기본이다.
위 감독은 "기본을 잘 지키려고 한다. 그런데 다른 팀들도 다 기본을 지키려고 한다. 동작 하나하나에 기본을 지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 역시 1~2쿼터보다 3~4쿼터에 경기력이 떨어진다"라고 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뎁스가 약화되면서 유독 3~4쿼터에 고전한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막판 응집력에서 우위였다. 3점 뒤진 경기 막판 작전시간 후 박지현이 스크린을 거는 척 하면서 골밑을 판 뒤 박혜진의 패스를 받아 1점차로 추격하는 득점을 올린 건 백미였다. 김정은도 빠졌고, 김소니아 등이 파울트러블에 걸렸지만, 쏜튼에게 끝까지 트랩을 했고, 수비활동량을 유지하면서 대어를 낚았다.
박혜진은 "감독님을 믿고 했다. 원래 우리 팀에 있는 패턴이 아니었다"라고 했다. 박지현은 "감독님이 작전을 만들어준 것이었다"라고 했다. 전력은 약화됐지만, 위 감독과 수년간 함께한 박혜진을 축으로 벤치에 대한 선수들의 믿음이 남다르다.
김소니아는 "감독님은 컨디션으로 농구를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컨디션이 좋든 나쁘든 기본에 충실하고, 벤치의 주문을 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위 감독이 대단한 전술을 갖고 나오는 건 아니다. 어떤 상황이든 박스아웃, 리바운드, 스크린, 트랜지션과 활동량을 중시한다. 여기에 기본에 충실한 스위치 디펜스, 2대2와 거기서 파생되는 옵션, 빠른 트랜지션까지. 주전, 백업, 외국선수 모두 예외 없다. 박혜진을 축으로 여전히 승부처에 버티는 맷집이 강하다.
또 하나. 위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오랫동안 우리은행을 지키면서 상대 팀들과 선수들을 꿰뚫고 있다. 상황에 따른 남다른 대처능력을 곁들인다. 박혜진과 박지현에게 지시했던 부분 역시 1점차로만 추격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순간적인 판단이 적중했다. 이런 부분들이 우리은행만의 틀로 자리매김하면서, 전력이 약화됐지만 남은 멤버로 버텨내는 원동력이 됐다.
우리은행은 정규경기 우승이 유력하다.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면 아무래도 플레이오프를 거친 KB와 다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위 감독은 "챔프전에 직행해도 전력상 우승한다는 보장이 없다. 올해부터 플레이오프를 거친 팀이 3일씩 쉬고 올라온다"라고 했다.
여기서 빼놓지 않아야 할 부분이 있다. 위 감독 특유의 '걱정'이다. '엄살'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팀에 대한 보수적인 자세가 곧 최악의 상황을 대비, 철저한 준비로 이어진다. 그래서 훈련량도 많다. (예전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많은 편이다) 위 감독은 "그렇게 안 하면 내가 불안해서 안 된다"라고 했다. 이렇게 보면 우리은행이 여전히 저력이 있는 이유는 충분히 설명된다. 전력은 분명 약화됐다. 하지만, 운으로 정규경기 우승을 눈 앞에 둔 건 절대 아니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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