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케이블채널 tvN 12부작 월화드라마 '방법'은 저주로 사람을 해하는 주술 '방법(謗法)'을 소재로 한다. 사지가 뒤틀리고, 피눈물을 흘리며 처참한 최후를 맞는 장면들은 역대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한국형 좀비물로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방법'의 대본을 집필했다. 연 감독이 드라마 대본을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법'의 종영을 앞두고 연상호 감독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의 각종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그는 "그 동안 제가 쓴 시나리오를 제가 연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실 완성된 편집본을 볼 때 신선함 같은 것은 없었는데 이번에 연출을 김용완 감독이 하니 편집본을 받아볼 때마다 두근거림 같은 것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진 '방법'이라는 드라마는 최종적으로는 김용완 감독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첫 드라마를 마무리하는 소감을 이 같이 밝혔다.
'방법'은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검은 사제들' '사바하' '사자' 등 기존 오컬트물이 천주교 세계관을 중심으로 다뤄졌다면 드라마 '방법'은 저주, 무당, 악귀 등 여러 토착신앙들을 활용한 색다른 스릴러로 호평 받았다. 시청률 2.5%로 출발한 '방법'은 지난 10회에 6.1%까지 치솟았다.
"사실 tvN의 밤 9시 30분 월화드라마로 편성이 되었다고 했을 때 과연 그 시간에 사람들이 이 오컬트 장르를 볼까 하는 의구심 같은 것이 있었어요. 장르 드라마라는 것이 드라마 업계에서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런 상황에서 이런 매니악한 오컬트 드라마가 시청률이 너무 안 나오면 태동단계의 장르 드라마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제작발표회 때도 이야기했지만 3%만 나와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시청률은 제가 생각해도 놀라운 결과예요."
연상호 감독이 '방법'이란 단어를 처음 접한 건 어린 시절이었다.
"어렸을 때 할머니와 같이 살아서인지 저에게는 '방법'이라는 단어가 생소한 단어는 아니었어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전래동화 같은 내용에서 물건을 훔쳐간 아이를 겁주어 자백하게 하려고 '방법'을 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있어요. 어렸을 때 봤던 사극에서도 방법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나왔던 기억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죠. 기억에 남는 건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에서 '손발이 오그라진다'라는 단어가 흥미로웠어요. '손발이 오그라지는 건 어떤 걸까?' 상상이 잘 되지 않아서 그 단어에 흥미를 가졌던 것 같아요."
연 감독은 "드라마를 쓰면서 무속과 오컬트 그리고 추리형식과 히어로를 섞은 좀 독특한 장르의 드라마를 쓰고 싶었는데 마침 '방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며 "아이템을 생각할 때 이렇게 '제목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맞춤이다'란 느낌이 들 때가 있다"고도 말했다.
'방법'의 연출은 영화 '챔피언'의 김용완 감독이 맡았다. 작가 연상호의 독창적 상상력을 실감나게 구현하기 위해 '곡성' '챔피언' '부산행' '킹덤' 건축학개론' 등 수많은 충무로 스태프도 총출동했다.
연 감독은 "편집본을 보며 박수 치며 좋아했던 장면은 초반 김주환(최병모) 부장의 몸이 구겨지는 장면"이라며 "글을 쓰고서도 '어떻게 구현이 될까?' 궁금했던 장면이다. 김용완 감독과 '부산행' 때 안무를 담당했던 전영 안무가 그리고 CG팀, 특수분장팀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라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김주환 부장 역을 해주셨던 최병모 배우의 열연이 중요했던 것 같다. 최병모 배우 덕분에 '방법'의 초반이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아직은 나도 보지 못했지만 12화의 대규모 굿 장면이 무척 궁금하다"며 "아마 드라마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방법'은 괴물 신예 정지소와 베테랑 배우 성동일의 살벌한 데스매치, 악귀 '진종현(성동일)'과 그의 영적 조력자 '진경(조민수)'이라는 전대미문의 캐릭터들의 등장 등 담력 좋은 배우들이 출연해 드라마를 빛냈다.
연 감독은 "세분의 연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완벽한 굿 장면을 위해 촬영 몇 달 전부터 트레이닝을 했던 조민수 배우나 방법을 당할뻔해 몸이 뒤틀리는 연기를 하신 성동일 배우 모두 진정으로 존경하는 마음이 생겼다. '역시 명배우들은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명품으로 보여주는구나' 생각했다. 정지소 배우가 연기한 백소진은 동적이기보다 정적인 느낌으로 방법을 하는 주술사다. 아마도 동적인 연기보다 정적인 연기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정지소 배우는 감성이 매우 풍부한 배우다. 내면에서 나오는, 배우 자체가 갖고 있는 감성이 풍부하고 유니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정적인 백소진의 방법신을 만들어낸 것은 정지소 배우의 감성인 것 같다"고 했다.
연 감독은 가장 애정한 캐릭터로 엄지원이 연기한 임진희를 꼽았다.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다른 주인공들과 달리 평범한 인물인데 "시청자와 같은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는 기괴하고 초인적인 상황들이 다른 초인적인 능력이나 기괴한 사건들을 더욱 증폭시켰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이 이야기를 시청자와 함께 현실적인 관점에서 이끌어가야 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성격이나 설정이 센 캐릭터보다 오히려 연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부산행'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쓰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히려 평범한 경우가 많다. 주인공이 관객이나 시청자의 관점에서 어떤 일들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대중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력을 보여줬던 엄지원 배우가 그런 부분을 잘 연기해줬다"고 만족했다.
그는 '백소진의 엄마' 역을 맡았던 배우 김신록도 언급하며 "드라마 후반에도 여러가지 진실들이 밝혀지지만 김신록 배우의 역할은 여러 감정이 얽힌 복합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그 모든 결들을 김신록 배우가 보여줘서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 느끼는 사회의 모습을 작품에 잘 녹이는 것이 대중적인 작품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긴다는 연 감독은 "누군가를 저주하고 혐오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하는 사회에서 힘을 갖기 시작하는 악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극본을 쓰기 시작했다"며 "그런 부분이 '방법'에서 그려지는 이야기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라고 믿게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였다"고 돌아봤다.
'방법'은 영화로도 그려진다. 김용완 감독이 연출을 이어간다. 연 감독은 "현재 확실히 예정된 스케줄은 드라마 '방법'의 이후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방법' 정도다. 드라마 시즌2는 제작사와 이야기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스케줄이 나온 것은 아니다. 배우들 모두 이번 드라마 작업을 즐겁게 한 덕분에 이후 시즌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너무 급하지 않게 단단한 이야기를 준비해서 시즌2를 하고 싶다. 영화 '방법'에서는 기존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고 새로운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드라마 '방법'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오컬트 스릴러로 만들어 보려고 준비 중이다"고 귀띔했다.
[사진 = tvN 제공]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