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봄이 와도 봄이 아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코로나 19가 기가 막힌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이 아니다’라는 고사성어가 딱 맞아떨어지는 2020년 봄이다. 지금 제주도에서부터 진달래가 피었다는 소식이 올라오고 있다. 또 전국에서 산수유가 제일 많이 나는 산수유 고장 구례도 노란 파스텔 물감이 스며들고 있다.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산수유나무가 지천으로 널려있는 산동면은 군락지만 무려 30만 평에 달한다. 노란 산수유 꽃망울이 구름처럼 마을을 감싸면 상춘객 반 산수유 반이 되고, 3월 하순에 펼쳐지는 산수유 축제 때는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올해는 산수유 축제가 열리지 않으니 꽃 구경 하는 상춘객 발길도 뚝 떨어질 참이다.
취소된 ‘2020 진해 군항제’
사정은 전국 최대규모 벚꽃 축제인 진해 군항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4일 창원시(허성무 시장)는 지구 온난화로 벚꽃 개화 시기가 빨라진 만큼 진해 군항제 개최 일자를 앞당겨 3월 27일부터 4월 6일까지 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2월 5일 창원시청 민원게시판에는 코로나 19가 확산하고 있으니 진해 군항제 취소를 요청하는 글이 폭주했다. 이때만 해도 창원시는 ‘축제 기간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행사 취소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은 상태라며, 코로나 19와 관련된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2020 진해군항제는 취소되었고 이런 상황은 봄 축제를 계획했던 전국 지자체 모두가 마찬가지다. 축제가 무산되면 그 여파는 축제에 그치지 않는다. 축제 관계자는 물론 축제 현장에 가지 않는 시민들도 무기력해진다. 평범한 일상이 깨지는 데서 오는 우울감과 경기 침체의 여파가 어떤 형태로든 불어닥치기 때문이다.
벚꽃 피면 상춘객은 움직이겠지만
창원시청은 진해군항제와 2020군악의장 페스티벌, 여좌천 별빛축제 등 지역 내 행사들을 잇따라 취소했다. 창원시로서는 이만저만 손해가 아니다. 지난해 진해 벚꽃을 보기 위해 창원을 찾은 상춘객의 수는 400만여 명이다. 외국인 관광객도 45만여 명이나 창원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들이 창원시에서 먹고 자고 즐기고 간 비용은 창원시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불안감 해소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축제를 취소한 것인데 벚꽃이 피면 여전히 많은 상춘객이 방문할 것으로 본다. 창원시는 벚꽃 상춘객이 올해는 10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미니 군항제'를 치른다는 각오로 벚꽂 개화를 기다리고 있다.
방역 등 시민 안전에 최선을 다하는 창원시
전국 최고의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가 코로나19사태로 축제 개최 58년 만에 전격 취소된 가운데, 창원시의 고민이 깊다. 축제는 취소했지만 벚꽃이 개화하면 상춘객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형 이벤트가 사라지고 체험 프로그램도 전무한 상황이다 보니 벚꽃 개화 시기에 상춘객은 오더라도 유입 시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본다. 어떤 분들은 고즈넉하게 봄꽃을 즐길 수 있어 오히려 좋다고 하실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관광객을 받아 온 소상공인들은 죽을 맛이다. 돈은 돌고 돌아야 생명력이 있는데 축제가 막히다 보니 돈줄도 막혀서 다들 숨을 못 쉬겠다는 하소연만 쌓인다.
창원시는 지역주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10일부터 진해공설운동장에 종합상황실을 설치했다. 방역 등 5개 부문에서 시민 안전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특히 상춘객이 많이 찾는 진해구는 시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현시점에서 시민 안전을 보호하는 게 최선책이다. 이와 더불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방법도 더불어 강구해야만 코로나 19 사태가 종식됐을 때 재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목포 유달산 봄 축제도 진통 끝에 취소
목포시도 4월3일~5일에 개최할 예정이었던 유달산 봄축제를 놓고 설왕설래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4월쯤에는 코로나 19가 진정될 것으로 보고 축제 개최를 기대했었다. 그런데 목포시도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목포시는 도시브랜드 ‘낭만항구 목포’를 앞세워 명품 관광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김종식 목포시장은 낭만 항구 목포를 세계적 수준의 <국제관광 거점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펼쳐왔고 올해는 이 목표를 실현하는 중요한 시기다.
목포 유달산 봄꽃 축제는 목포의 낭만과 풍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고하도 만남의 생태공원, 스카이워크, 해변 맛길 30리, 슬로시티, 낭만 목포 항구, 항구 축제, 목포 야행, 목포 9미(味) 등 목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고유 관광 콘텐츠가 상춘객을 기다리고 있는데 목포시 유달산 봄꽃 축제가 무산되어 아쉽기 그지 없다.
목포시는 당초 지난 달 28일 축제추진위원회를 개최 해 유달산 봄 축제 기본계획을 심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대면 회의 조차 열리지 못했다. 회의를 보류한 채 축제 개최 여부를 두고 지난 3일 부터 6일 까지 서면 심의를 진행했다. 축제추진위원 40명 중 총 38명이 축제 취소 의견을 내 유달산 봄꽃 축제를 열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 목포 유달산 봄꽃 축제는 내년을 기약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목포의 낭만과 풍류,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어
목포는 사시사철 낭만과 풍류가 넘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맛의 도시 선포>를 했고, 슬로시티 지정을 했으며, 해상 케이블카 및 고하도 해안데크 개통으로 관광 인프라가 탄탄하다. 목포는 또 근대역사가 살아 숨 쉬고 전국 각지의 해양문화가 집약한 곳으로 타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정취와 풍광을 지닌 핫플레이스다. 1897년에 문을 연 목포항 덕분에 교역,물류 교통의 중심지로 부상해 과거 전국 3대항, 6대도시의 영광을 누렸는데 그 자취가 낭만도시 목포에 오롯이 남아 있다.
낭만 목포에서는 목포항구축제, 문화재 야행, 세계마당페스티벌 등 많은 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목포 유달산 꽃축제’ 무산되었지만 축제는 열리지 않더라도 봄꽃은 무작정 핀다. 코로나 19로 우울해진 심신에 기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묘약 중 하나는 여행지에서 그 지역의 별미를 맛보는 것. 목포에는 아홉 가지 맛 9味를 중심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 음식특화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사람들 발길이 뜸할 때 찾아가면 더 깊은 여유와 낭만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여의도 봄꽃 축제도 취소키로
코로나 19 사태로 여의도 봄꽃 축제도 취소되었다. 이를 둘러싸고 봄 축제가 사라진 것이 아쉽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가 않다. 축제를 열자는 시민들 의견은 코로나 19로 인해 장시간 집에만 있다 보니 우울하고 무력하다며 신명을 돋우는 이벤트를 마련해달라는 취지다.
서울 여의도 봄꽃 축제는 지난 2005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16년째를 맞이한 영등포구의 대표 축제다. 서울시민도 많이 찾는 축제이지만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지난해에는 총 52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는데 외국인들도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봄꽃 축제가 취소됐다는 소식에 찬반 의견은 분분한데 축제를 해야 한다는 쪽은 “지역감염 확산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만 벚꽃 축제는 밀폐된 공간에서 열리는 것도 아니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여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취소는 과한 것 같기도 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확산 방지 차원에서 전면 취소를 하는 것보다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면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다수가 모이는 축제의 경우,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도 공중화장실, 식당 등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이 많아 감염 확산 우려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봄꽃 축제가 대거 취소되고 있는 만큼 시민의 우울과 무기력감에 대한 처방을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축제 관련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은다면 축제 개최 이상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본다.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면 못 할 일은 없다.
필자 소개
사단법인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이사장
대규모 행사기획 연출
함양 산삼축제 총감독
양구배꼽축제 총감독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총감독
보성다향대축제 총감독
마포나루새우젓축제 총감독
남해 보물섬마늘축제 총감독
귀주대첩 1,000주년 관악 강감찬 축제 총감독 .. 外 다수 역임
김종원의 팔도축제TV (유튜브방송)
서울정원박람회
사랑의 행복콘서트 가요제
김제 효(孝) 콘서트
김정연의 효(孝).행복 콘서트 外 다수 연출
축제관련 TV토론. 라디오 출연. 포럼 패널. 강연 활동
KBS. TV 조선. MBN 등 토크쇼 출연
(現)파주시 정책 자문위원 (문화경제분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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