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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 청소년대표팀에 투자를 하면 좋겠다."
추일승 오리온 전 감독은 현장에서 한 발 벗어났을 뿐, 농구에 대한 끈은 이어간다. 대한민국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이하 경향위) 위원장으로서 한국 각급 남녀대표팀 운영에 자문을 하고, 각급 경기력향상위원(이하 경향위원)들과 소통도 한다.
2019년 1월부터 경향위원장을 맡은 뒤 느낀 점이 많다. 남녀성인대표팀의 코칭스태프 선임과 엔트리 구성은 물론 U16~19 남녀청소년대표팀, 남녀 3대3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임과 엔트리 구성까지 폭넓게 관여한다.
늘 그랬듯 낮은 자세로 소통한다. 남자성인대표팀이 아닌 부문의 경향위원들과의 자리에선 주로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 파트의 전문가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배 경향위원들은 "추 감독님은 항상 후배들의 말을 경청한다. 배려를 해주신다"라고 말한다.
추 전 감독이 본 가장 취약한 지점은 각급 청소년대표팀이다. 현재 U16~19세 남녀대표팀 엔트리, 코칭스태프 구성은 사실상 중고농구연맹이 주도한다. 중고연맹이 큰 틀의 결정을 내리고 농구협회 경향위에 전달하면, 청소년대표팀 경향위원들의 첨삭을 거쳐 이사회에 올려 최종 재가를 받는 방식이다. 잘못된 건 아니다. 그러나 사실상 농구협회의 역할이 제한적이다.
추 전 감독은 최근 전화통화서 "결국 농구협회가 청소년 레벨에 대한 투자를 주도해야 한다. 다른 나라를 보면 청소년대표팀을 해외에 전지훈련도 보내고 평가전도 한다.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다. 성인대표팀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게 청소년대표팀이다"라고 했다.
상당히 날카로운 지적이다. 농구선수는 흰 도화지 상태의 중, 고등학교에서 철저히 기본기술을 다지고, 질 높은 경험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신체성장이 끝나고 습관이 굳어지는 성인 레벨, 즉 대학 혹은 프로에서 개개인의 약점을 수정하고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유망주들은 학교 엘리트체육의 이런저런 제약에 기본을 다질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KBL, WKBL 16개 구단 코치들이 뒤늦게 저연차 선수들의 기본기를 다시 가르치느라 진땀을 뺀다. 프로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데, 개개인의 기본이 탄탄하지 못하니 전력 극대화에 한계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따로 시간을 투자한다)
개개인의 경쟁력 약화와 함께, 한국 엘리트 농구의 성장 정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현재 U16~19 대표팀은 FIBA 아시아 혹은 세계대회를 앞두고 일정기간 강화훈련을 하는 게 전부다. 장수하는 사령탑도 없다. 청소년대표팀부터 성인대표팀까지 철학의 연속성, 체계성이 떨어진다.
KBL과 WKBL의 젖줄은 결국 중고농구다. 추 전 감독은 예전부터 청소년농구에 대한 긴 호흡의 투자를 통해 성인농구의 경쟁력 향상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개인의 성장이 사실상 끝난, 그래서 전력을 크게 끌어올리기 어려운 성인대표팀에 집중 투자해봐야 단기간에 세계 상위권과 격차를 좁히는 게 쉽지 않다.(물론 성인대표팀에 대한 투자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농구협회는 궁극적으로 한국 엘리트농구의 중심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청소년대표팀에 맞춰야 한다.
올해를 끝으로 방열 회장을 비롯한 농구협회 수뇌부의 임기도 끝난다. 추 전 감독의 경향위원장 임기도 함께 만료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지만, 추 전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급 경향위원들과 소통하며 한국농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신한다. 다행히 한국중고농구는 남녀 모두 좋은 유망주들이 조금씩, 아슬아슬하게 배출된다.
물론 그 생각만 하지는 않는다. 오리온 김병철 감독대행이 지휘한 두 경기를 봤다며 "선수교체 타이밍도 좋았고 준비도 많이 했더라. 준비한대로 밀어붙이는 강단도 보였다. 오랫동안 감독을 한 사람 같았다"라고 했다.
대화가 다소 무겁게 흐르자 "요즘(코로나19 때문에) 어디에 가지도 못한다. 와이프도 집에서 좀 쉬라고 한다. 집에서 벽 보고 반성하고 있다"라고 했다. 오리온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추일승식 유머다.
[추일승 대한민국농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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