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김소은(32)이 여전한 연기 열정을 과시했다.
김소은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감독 김정권) 라운드 인터뷰를 개최, 영화 및 배우 활동과 관련한 이야기 등을 털어놨다.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사랑의 해답을 알려주는 기묘한 책을 만난 후, 마법처럼 뒤바뀌기 시작한 ‘너무 다른' 두 청춘남녀의 특별한 사랑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 영화다. 최근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극장가에 등장한 유일한 한국영화라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세 스타 성훈과 김소은이 로맨스 호흡을 맞춰 더욱 이목을 끈다.
이번 영화에서 김소은은 외유내강형 카페 알바생 소정으로 분했다. 소정은 치매를 앓고 있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캐릭터. 자신이 개발한 디저트를 카페 메뉴로 올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지만 팍팍한 삶으로 인해 번번이 실패하는 인물이다.
지난 2017년 크랭크업. 무려 3년 만에 관객에게 내보이는 작품이라 김소은도 감회가 남달라보였다. 그는 "20대 마지막을 이 영화로 끝냈다. 반갑기도 했다. 20대 마지막을 영상으로 남겨서 뿌듯하기도 했다. 그 때 촬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영화계도 얼어붙은 터라 연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소은은 "저도 사실 개봉을 미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 영화 쪽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린 작품이고, 더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공감도 했다. 그래서 최대한 행사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되게 조심스럽다. 민감한 문제이지 않냐"며 "사실 이런 상황만 아니었으면 '영화 봐주세요'라고 하고 싶은데, 그 외침을 못하니까 많이 속상하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김정권 감독의 강력 추천으로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던 김소은은 "대본을 읽으면서 소정이의 단단한 모습에 이끌렸다. 청년들을 대표하는 사연이 있지만 똑 부러지게 자기 일을 잘 해내려고 하는 모습이 비쳐서 그게 또 마음에 들었다.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로맨스 장르인 건 알지만, 제가 이걸 소화할 수 있을지를 많이 따져보는 편이었다. 또 감독님이 수필 같은 느낌을 좋아하시는 편이라 그것도 저와 잘 맞았다. 소소한 느낌의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다"며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아역을 해서 청년들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겪어보진 못했지만 제 동생이 딱 그 나잇대다. 그래서 동생을 보며 많은 소스를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정에 휘둘려 직장에서까지 사고를 치고 마는 소정 캐릭터에게서 일명 '민폐 여주'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소은은 "소정은 베테랑급이 아니다. 물론, 불을 냈으니 민폐가 될 수도 있었지만 밉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직 사회 초년생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한층 성장할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민폐까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수룩하고 소극적인 모습이 제가 봤을 땐 귀여워 보였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다정한 배려 대신 소정에게 소리만 치는 승재를 짝사랑하는 이유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이를 두고 김소은은 "승재를 처음부터 좋아했을 거다. 능력도 뛰어나고 해외에서 인정을 받고, 자기 사람을 잘 챙기는 모습에 반하지 않았을까. 버럭하는 건, 미워서 버럭하는 게 아니라고 본다. 자기가 완벽주의자니까 그 부분에 미흡해서 화를 냈을 거다"며 "사실 전 연기하면서 오빠가 버럭해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덕분에 연기를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도움이 됐다. 깜짝 놀란 연기가 진짜 놀란 거다. 카페 공간이 높고 울린다. 버럭 캐릭터로 잡으셨더라"고 비화를 전해 폭소케 했다.
주인공으로서 빠지는 씬이 없었다고 털어놓은 김소은은 현장에서 느낀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후배들과도 장난을 잘 치는 성훈과 달리 저는 그러질 못했다. 혼자 가지고 있는 부담감이 너무 커서 그런지 다른 작품에 비해서 많이 못 친해졌다. 우는 씬도 많고 혼자 감정에 몰입돼야 하는 씬이 많아서 혼자 있었다"며 "계속 감독님께서 저만 믿는다고 하셔서 부담 아닌 부담으로 느껴졌다. 또 영화 분량도 제가 가장 많지 않나. 내가 여기서 자칫 나태해졌다간 영화가 안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임감을 강하게 느꼈다. 현장에서의 해결방안도 찾고, 여의치 않는 부분도 유하게 풀어내려고 했다. 그래서 굉장히 바빴다. 혼자 정신이 없었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매 순간 집중해야했던 김소은이 꼽은 명장면은 고(故)전미선과 함께 한 장면이었다. 고 전미선은 극중 치매를 앓고 있는 소정의 엄마로 출연해 영화에 풍성함을 불어넣었다. 김소은은 "소정이 엄마의 발을 닦아주는 장면이 소정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하고 터뜨려주는 장면이라고 본다. 소정 캐릭터가 겉은 여리고 소심하지만 단단하다. 그래서 외유내강이다. 엄마에게도 늘 밝으려고 하고 씩씩하게 들어간다. 최대한 걱정을 안 끼치게 하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거기서 소정의 마음이 확 터뜨려진 것 같아서 그게 많이 와닿았다"며 "그 씬을 찍으면서 굉장히 많이 울었다. 속상했다. 자기 딴엔 열심히 살고 있고, 꿈도 있고, 하고 싶은 소정인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밉기도 했다. 여러 감정이 복잡했다"고 당시 장면을 회상했다.
지난 2005년 드라마 '자매바다'로 본격 브라운관에 데뷔한 김소은은 '꽃보다 남자', '결혼 못하는 남자', '바람불어 좋은 날', '마의', '라이어 게임', '밤을 걷는 선비', '우리 갑순이', '그남자 오수', 영화 '우아한 세계', '소녀괴담'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쉴 새 없이 활동해왔다.
나이도 어느덧 30대가 됐다. 그는 "심적으로 여유가 생긴 느낌이다. 20대 때는 조급했다. 뭔가를 해내야겠다는 욕심이 컸다. 이젠 뒤도 돌아보게 되고 나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본다. 20대 때도 굉장히 건강을 많이 챙겼지만 지금은 세 배는 더 노력을 한다. 건강식품도 많이 챙겨먹고 영양제도 꼭 챙겨먹는다. 운동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 체력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시간이다. 공부도 많이 하고 있다"고 달라진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돌아보니 뿌듯하다. 나름 열심히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열심히 살았구나를 깨닫게 되면서 시간이 소중해졌다. 작품을 보는 눈도 좀 달라졌다. 하지 않았던 역할도 하고 싶고, 도전 정신이 생겼다.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졌다. 욕심이 생겼다. 경험이 많이 쌓여서 자신감이 생겼다. 두려움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서른에 자신감을 찾았다. 다른 부분에는 겁이 많은데 일에 대해선 의욕이 생겼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젠 보다 더 폭넓은 연기를 꿈꾸는 김소은이었다. 김소은은 "저는 격정멜로도 하고 싶고 액션도 하고 싶다. '그남자 오수' 때 액션을 하긴 했는데 제가 원했던 만큼 하지는 않았다. 더 나이 먹기 전에 여전사 액션도 하고 싶다. 뼈 안 다치게 빨리 해야겠다. 진한 사랑, 성숙미가 있는 빨간 사랑을 하고 싶다. 이번 영화도 그렇고, 지금까지 풋풋하고 핑크 사랑을 했다. 빨간 사랑을 하고 싶다. 짝사랑은 그만하고 싶다"고 강조해 폭소케 했다.
"데뷔 20년 차인 걸 몰랐어요. 그렇게 오래된 느낌이 안 들어요. 저는 최대한 제 힘이 닿는 데까지 노력하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하고 싶거든요. 너무나 연기를 사랑하고 있고,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에요. 이런 직업을 찾았다는 것도 행운이죠. 앞으로도 다양한 연기를 하고 다른 모습들도 보여주고 싶어요. 풋사랑은 그만하고, 진짜 사랑을 하는 작품을 하고 싶네요. 소녀 이미지보다 여자 이미지가 더 강했으면 좋겠어요.(웃음)"
한편,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오는 25일 개봉한다.
[사진 = 강철필름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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