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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1번 비셋-2번 비지오-4번 게레로.
메이저리그 올드팬들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성이지만 위 라인업에는 의아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빅리그 한 시대를 호령했던 이들이지만 한 팀에서 뛰었던 경우는 한 번도 없기 때문.
하지만 위에 언급한 라인업은 실제다. 지난해 9월 20일(한국시각)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 경기의 토론토 선발 라인업 중 일부다. 그의 아들들이 한 팀 소속으로 나란히 1, 2, 4번 타자로 나선 것. 비단 그날 경기 뿐만 아니라 이들은 지난 시즌 내내 토론토 그라운드에 있었다.
류현진의 새로운 소속팀인 토론토는 2015년과 2016년 빅리그 스타 출신의 아들을 연달아 영입하며 관심을 모았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2015년 자유 계약으로 영입한 데 이어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보 비셋을 2라운드에, 카반 비지오를 5라운드에 지명했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해 나란히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직업을 하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지만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활약하는, 그것도 아들들이 한 팀에 모여 뛰는 장면은 흔한 것이 아니다.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 1975년생
통산 2147경기 타율 .318 449홈런 1496타점 181도루 1328득점
[아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1999년생
2019년 123경기 타율 .272 15홈런 69타점 52득점
게레로 주니어의 아버지는 현역 시절 '괴수'라는 별명이 있었다. 맨손 타격에 원바운드 공을 홈런으로 만드는 모습, 여기에 강력한 어깨까지. 별명 그대로였다. 2002년에는 39홈런-40도루를 남기는 등 호타준족 면모까지 보였다.
아들인 게레로 주니어는 아버지가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뛰던 시절인 1999년 태어났다. 이로 인해 그의 출생지 역시 캐나다 몬트리올이다.
그의 큰 아버지인 윌튼 게레로 또한 박찬호와 LA 다저스에서 함께 뛰는 등 빅리그에서 8시즌 뛰었다. 또 그의 사촌인 가브리엘 주니어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토론토 소속으로 활동했다. 말 그대로 야구인 집안.
게레로는 지난해 123경기에 나서 15홈런을 터뜨리며 토론토 프랜차이즈 스타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아버지] 크랙 비지오 1965년생
통산 2850경기 타율 .281 291홈런 1175타점 414도루 1844득점
[아들] 카반 비지오 1995년생
2019년 100경기 타율 .234 16홈런 48타점 14도루 66득점
비지오 부자도 게레로 부자의 커리어에 떨어지지 않는다. 아버지인 크랙의 현역 시절 성적만 보면 게레로에게 다소 밀리는 듯 하지만 팀내 영향력은 성적, 그 이상이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팀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또 휴스턴 한 팀에서만 20시즌 동안 활약하며 3000안타를 넘어섰다. 포지션 또한 2루수로 각인돼 있지만 데뷔 초창기에는 포수(통산 428경기)로도 나서는 등 다재다능했다. 이 밖에 285사구(통산 2위)에서 보듯 악바리로 이름을 떨쳤다.
아들 카반의 포지션은 아버지의 주 포지션이었던 2루수다. 지난해 85경기(84선발)에 2루수로 등장했다. 타율은 .234로 낮았지만 16홈런과 14도루를 기록하는 등 장타력과 주력을 모두 과시했다.
또한 카반은 지난해 메이저리그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9월 18일 볼티모어전에서 사이클링히트(히트 포 더 사이클)을 달성하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2번째 부자 사이클링히트를 이뤄냈다.
[아버지] 단테 비셋 1963년생
통산 1704경기 타율 .299 274홈런 1141타점 152도루 934득점
[아들] 보 비셋 1998년생
2019년 46경기 타율 .311 11홈런 21타점 4도루 32득점
크랙과 블라디미르가 명예의 전당에 첫 번째(2015년), 두 번째(2018년)만에 입성할 정도로 워낙 슈퍼스타이기에 이들에 비해 이름값은 떨어지지만 비셋 역시 당시에는 소속팀을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빅리그 생활 대부분을 타자 친화적인 쿠어스필드에서 뛰어 성적이 평가절하되지만 통산 274홈런을 때린 거포 출신이다. 캘리포니아 에인절스, 밀워키 브루어스, 콜로라도, 신시내티 레즈,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14시즌 동안 뛰었다. 특히 1995년에는 홈런왕 등극과 함께 내셔널리그 MVP 투표 2위에 올랐다.
아버지가 외야수였던 것과 달리 아들은 내야수다. 지난해 유격수로 42경기에 선발 출전, 2루수 카반과 여러차례 호흡을 맞췄다. 단 46경기에 나섰지만 11홈런을 때렸으며 타율도 .311로 준수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홈런 4방을 터뜨리며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가 선정한 '개막 후 주목해야 할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아버지] 제프 쇼 1966년생
통산 633경기 34승 54패 203세이브 평균자책점 3.54
[아들] 트래비스 쇼 1990년생
통산 592경기 타율 .243 99홈런 310타점 273득점
앞선 선수들은 몇 해 전부터 토론토의 '빅리그 레전드 출신 아들 수집'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올시즌을 앞두고 빅리그 출신 아버지를 둔 선수가 한 명 더 늘었다.
트래비스 쇼가 주인공. 게레로가 3루수, 비셋이 유격수, 비지오가 2루수, 쇼가 1루수로 주로 나서기에 이들로 구성된 내야진이 경기에서 뛰는 모습도 흔치 않게 볼 수 있을 듯 하다.
제프 쇼는 앞선 아버지들과 달리 투수였다. 성적은 제일 밀리지만 국내 메이저리그팬들에게는 익숙한 인물이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LA 다저스에서 박찬호와 함께 뛰었기 때문. 198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지명된 뒤 2001년까지 활동했다.
마무리 투수로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 국내 팬들에게는 '불쇼'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1997년 세이브왕, 은퇴 시즌인 2001년에도 43세이브를 거둔 수준급 투수였다.
아버지와 달리 아들 트래비스는 타자다. 손은 아버지와 같이 오른쪽을 쓰지만 좌타석에 선다.
2015년 보스턴에서 데뷔한 그는 밀워키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7년 31홈런, 2018년 32홈런을 때리며 팀의 장타 한 축을 책임졌다. 다만 지난해에는 타율 .157 7홈런에 그쳤다. 2019시즌 종료 후 FA가 된 그는 토론토와 계약하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로 컴백했다.
[보 비셋과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첫 번째 사진), 게레로 부자(2~3번째 사진), 비지오 부자(4~5번째 사진), 비셋 부자(6~7번째 사진), 쇼 부자(8~9번째 사진). 사진=AFPBBNEWS]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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