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부모님, 농약 먹고 죽자고"…'밥먹다' 홍석천, 커밍아웃→파란만장했던 그 후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방송인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결심한 이유, 그리고 이후 일어난 파장들을 언급했다.

6일 밤 방송된 SBS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밥은 먹고 다니냐?'에는 방송인 홍석천과 가수 왁스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홍석천은 커밍아웃 이후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인생사를 털어놔 시선을 집중시켰다.

2000년 9월 연예계 최초로 남자를 좋아한다고 커밍아웃을 했던 홍석천은 눈물로 사실을 고백했지만 당시 대중의 차가운 시선에 맞설 수밖에 없었다. 이후 3년 간 방송이 끊기기도 했다. 그는 "지금 같으면 그 용기가 없었을 거다. 그 때는 서른 살이었다. 사람들이 다 물어봤다. 왜 잘 나가는데 굳이 하냐고 했다. 저를 협박했던 사람들도 있다. '너 내 말 안 들으면 기자한테 말해서 협박할 거야'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건 저한테 두려울 게 아니었다"라고 털어놨다.

커밍아웃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홍석천은 "숨기고 있으니까 누굴 사랑하면서 살 수가 없는 입장이 됐다. 그래서 3년 사귄 친구와 이별한 뒤에 이렇게 살아갈 수가 없겠더라. 평생 누군가와 진실되게 살아갈 수가 없겠더라. 직업이 배우이지만 떳떳하게 살아가려고 준비를 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어 홍석천은 자신의 성적 취향을 알게 된 시기를 학창시절로 꼽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다르다는 걸 알았다. 사춘기 시절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셌다. 기도도 많이 했다. 내가 잘못 태어난 게 아닐까 싶었다. 용납되지 않는 존재인지. 특히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길이 안 보였다. 외로웠다. 그래서 서울에 와서 제일 먼저 나와 같은 친구를 찾아다녔다. 탑골공원에 그런 친구들이 많다길래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막 찾아다녔다"고 전했다.

홍석천은 "대학교 때도 좋아했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이상 발전이 안 됐다. 노력을 해봤는데 만나면 맛있는 거 먹고, 책 이야기하고, 커피 마시고, 집에 안전하게 보내줬다. 그 친구가 되게 이상하게 생각하더라. 스킨십이 없었다"며 "나도 나름 노력을 했다. 부모님 생각을 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부모님도 방송을 통한 커밍아웃으로 아시게 됐다. 만약 부모님이 먼저 아셨으면 커밍아웃을 못했을 거다. 커밍아웃하기 3년 전엔 누나들한테 말했다. 큰 누나는 나를 엄마처럼 키웠는데 '난 이해한다. 하지만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진 비밀로 하자'고 했다. 그런데 점점 저는 유명해지고, 친구를 사귈 수도 없었다. 이러다간 내가 죽겠다 싶어서 저질렀다. 부모님은 같이 농약 먹고 죽자고 그랬다. 시골 양반들이라"라고 덧붙여 안타까움을 안겼다.

그러면서 "시골이다 보니까 이사도 가자고 했다. 지금은 이해한다. 왁스 데리고 가면 '이런 아가씨랑 결혼해야 하는데'라고 하시긴 하다. 엄마가 매일 새벽기도도 한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사진 = SBS 방송화면]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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