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2003년부터 영화기자로 맹활약한 이형석 기자가 봉준호라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 세대, 시대, 세계를 이야기하는 ‘계획이 다 있었던 남자, 봉준호’(북오션)를 펴냈다.
저자는 2003년 영화기자가 되면서 운명처럼 ‘살인의 추억’을 담당했다. 축하연 자리에서 만난 봉준호 감독은 저음의 목소리로, 그러나 달변으로 어떤 주제를 가지고도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나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이형석 기자는 ‘인간, 감독, 영화’를 카테고리로 ‘봉준호 월드’를 탐색한다. ‘살인의 추억’을 제작한 차승재 대표는 봉준호 감독을 ‘살리에르’로 표현했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모차르트가 부러워서 본인이 궁중음악가임에도 항상 시기와 질투를 했으며, 남모르게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인물이다. 저자는 소심하고 사회에 관심이 많으며 불안해하는 봉준호 감독이 그렇게 보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는 10여년간 현장을 취재하며 만난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 해박한 영화 지식, 작품에 대한 날카로운 단상 등을 종횡무진 엮어내며 ‘봉준호 무비파크’를 완성했다. 이 책에서 봉준호 감독이 스스로를 가장 잘 설명하는 대목은 다음과 같다.
“나는 내 영화가 ‘비뚤어진 재미’의 영화였으면 좋겠다. 나는 극장에서 관객의 휴대폰 액정 불이 들어오는 것이 가장 싫다. 관객이 매혹돼 다른 생각을 못하고 빨려 들어가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재미가 있되, 이상한 재미, 괴이한 재미, 비뚤어진 재미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p176)
우리는 모두 ‘비뚤어진 재미’에 중독됐다.
[사진 = 북오션]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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