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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오는 5월 국내 개봉한다. 그러나 대중은 싸늘하다. 의붓딸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북미는 개봉을 취소했는데, 한국에서는 이를 강행한 탓이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뉴욕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뉴요커 개츠비(티모시 샬라메), 영화에 푹 빠진 대학생 기자 애슐리(엘르 패닝), 봄비와 함께 찾아온 새로운 인연 챈(셀레나 고메즈)의 운명같은 만남과 로맨틱한 해프닝을 담은 영화. 국내에서도 큰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를 비롯해 엘르 패닝, 셀레나 고메즈 등 내로라하는 대세 스타들이 대거 출동해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국내 개봉을 반기지 않는 관객이 다수다.
우디 앨런이 입양한 의붓딸 딜런 패로우는 2014년 2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에게 보낸 기고문을 통해 "7살이었던 1992년부터 아버지에게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2018년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CBS '디스 모닝'에 출연해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에 우디 앨런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딜런 패로우의 엄마인 미아 패로우가 세뇌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디 앨런의 주장에도 엠마 스톤, 그레타 거윅, 콜린 퍼스 등 유명 배우들이 더 이상 우디 앨런과 작업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레이니 데이 인 뉴욕' 배급을 맡은 미국 기업 아마존은 우디 앨런과 함께 제작하기로 한 4편의 영화 계약을 파기했다. 지난 2017년 촬영을 마친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미국 개봉도 전면 취소됐다. 우디 앨런을 거장으로 치켜세우는 유럽 등지에서는 정상적으로 개봉이 진행됐고, 우디 앨런은 아마존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출연한 배우들조차도 영화 개봉에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티모시 샬라메는 "우디 앨런과 함께 작업한 것을 후회한다. 이 영화로 이익을 얻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출연료 전액을 성폭력 반대 운동기구 등에 기부하기로 했다. 레베카 홀도 가장 먼저 출연료를 할리우드의 성폭력 공동대응단체 ‘타임스 업'에 기부했다.
이와 관련해 우디 앨런은 지난 달 발간한 회고록 '아프로포스 오브 나씽'(Apropos of Nothing)에서 "티모시 샬라메, 엘르 패닝, 셀레나 고메즈와 작업할 수 있어 즐거웠다"면서도 "티모시 샬라메가 나와 작업한 걸 후회한다고 했는데, 이건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을 위한 행보"라고 전해 뭇매를 맞았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국내에 수입 및 배급하는 배급사 그린나래미디어는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포스터에서 우디 앨런의 이름을 뺐다. 대신 우디 앨런의 전작인 '미드나잇 인 파리'를 언급했고 티모시 샬라메와 셀레나 고메즈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에 다수의 영화 팬들은 "'우디 앨런' 지우기에 나서고 있으면서도 개봉을 강행하는 건 관객 기만"이라고 불쾌함을 표하고 있다. 특히 그린나래미디어는 지난 1월 여성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수입 및 배급했던 바 있어 더욱 실망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사진 =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AFPNEWS]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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