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더 큰 선수가 돼야 한다."
KT 허훈은 KBL 2019-2020시즌 MVP다. 임팩트 측면에서 자격은 분명히 있다. 수비수의 그 어떤 압박에도 슛, 돌파, 패스를 자유자재로 한다. 스크린을 받으면 사실상 5대4를 유도, 어떤 식으로든 생산력을 높였다. 허훈의 2대2를 정상적으로 봉쇄하지 못해 지역방어를 하는 팀도 적지 않았다.
2019-2020시즌을 기점으로 KBL 국내선수 최고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했다. 심지어 승부처를 즐기는 듯한 인상마저 풍긴다. 누가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농구대통령' 아버지의 DNA를 그대로 물려받은 게 틀림없다.
젊고, 얼굴도 호감형이다. 팬 서비스와 인터뷰 스킬도 좋다. 즉, KBL 구성원들과 농구 팬들을 사로잡을만한 역량을 가졌다. KBL을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발돋움할 조건을 갖춘 셈이다. 여기에 MVP 상금 일부를 기부할 뜻마저 내비쳤다.
서동철 감독은 최근 전화통화서 "MVP 발표 이후 별 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냥 축하한다고 했다. 기사를 통해 기부를 한다는 내용도 봤는데, 잘 생각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이제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나를 비롯해 주변에서 더 잘 이끌어야 한다"라고 했다.
KBL 최고의 가드로 거듭났지만, 안주하면 안 된다. 이제 '더 큰 선수'가 돼야 한다. 신체 조건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나이는 어려도 팀에서의 비중을 감안할 때 단순히 자신의 활약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팀을 이끄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 더욱 성숙한 모습을 기대할 만하다. 물론 지난 시즌에도 리더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뛰어난 에이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발전할 수 있다.
서 감독은 "농구 뿐 아니라 코트 밖에서의 모습과 인성도 지금처럼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훈이가 나이보다 어른스러운 면이 있다. (더 큰 선수가 될 때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서 감독은 2020-2021시즌 외국선수를 되도록 허훈에게 맞출 계획이다. 그는 "훈이의 특성을 잘 알기 때문에 외국선수를 거기에 맞출 필요가 있다. 지난 시즌처럼 빅맨 한 명에 4번이 가능한 포워드를 원한다"라고 했다. 허훈과 2대2를 통해 최고수준의 생산력을 보여줄 수 있는 빅맨이 필요하다.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 현 시점에서 허훈이 가진 유일한 약점, 수비력도 해결해야 한다. 서 감독은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힘은 좋은 편이지만, 스크린에 막힐 때 대처능력(예를 들어 파이트스루나 슬라이드)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에이스와 리더라면, 그리고 더 큰 선수라면 공수마진이 좋아야 팀 공헌도를 더욱 높이고, 중심을 공고하게 잡을 수 있다. 팀 성적에 직결되는 부분이다. 서 감독에게 "강점을 더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라고 묻자 "장기적으로 수비력은 해결해야 한다"라고 했다.
허훈에게 약점 보완에 대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줄 필요는 없다. 지금 KBL에 허훈보다 더 뛰어난 국내선수가 많지 않다. 그러나 더 큰 선수로 롱런하기 위해선 올 시즌 MVP에 안주하면 안 된다. 궁극적으로 KT는 허훈이 MVP급 기량을 발휘하는 동안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그렇다면 허훈은 서 감독의 당부와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허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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