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5년을 하면 나태해질 수 있어."
DB와 이상범 감독의 재계약은 '뉴스'가 아니다. 이 감독이 지난 3년간 보여준 리더십은 국내 프로스포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에 충분했다. (이미 많이 소개했다. DB는 KBL 대다수 선수가 뛰고 싶은 팀으로 거듭났다)
두 차례의 정규경기 1위와 두 차례의 감독상. 자연스럽게 재계약에 교감했고, 다시 손을 잡았다. 눈에 띄는 건 계약기간이 4년이라는 점이다. KBL과 WKBL 구단들이 감독 계약을 할 때, 2~3년이 많다. (그 안에서 1+1, 2+1로 나뉜다) 길게는 5년 계약을 맺기도 한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5년 계약을 마쳤고, 최근 3년 계약을 했다.
최근 4년 계약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오리온 추일승 전 감독이 지난 시즌까지 4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완주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사실 3년과 4년은 단 1년 차이다. 하지만, 느낌은 많이 다르다. 4년은 확실히 장기계약의 범주에 들어간다. 어지간한 구단은 감독과의 장기계약을 경계한다.
DB는 애당초 이 감독에게 5년 계약을 제의했다. 그만큼 이 감독을 향한 DB의 신뢰가 대단하다. 그러나 이 감독은 5년 계약을 제시 받자 자신을 채찍질했다. 사실상 본인의 의지로 1년을 줄였다. 결국 4년 계약을 맺었다.
이 감독은 최근 전화통화서 "처음에 회사에선 5년을 하자고 했다. 그런데 5년을 하면, 내가 나태해질 수 있다. 반면 3년은 좀 짧다. 신해용 단장님과 다시 얘기해서 4년 계약으로 결정했다"라고 했다.
5년은 장기계약이다. 사람이라면 부지불식간에 스며들 수 있는 느슨함을 사전에 차단하고 싶었다. 반면 3년이라면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대업에 조급해질 수 있었다. 4년이라는 계약기간은 절충안이다.
그렇다고 해도 구단의 5년 보장을 마다하고 1년을 깎은 건 이례적이다. 이 감독이 그만큼 자신에게 냉정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4년간 확실하게 성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그는 재계약 보도자료를 통해 "챔피언"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지난 3년간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못한 건 맞다. 지난 3년간 성공하지 못했던 대업을 완성하려고 한다. "어떻게 이 멤버를 만들었는데"라고 했다.
지난 3년간 허웅과 두경민이 차례로 상무에 갔다 돌아왔다. 이 감독은 착실하게 리빌딩을 했다. (2017~2018시즌 디온테 버튼의 센세이션으로 정규경기 1위를 차지했지만, 당시 목표는 리빌딩이었다) 김주성이 은퇴하고 코치로 변신했고, 김종규를 영입했다. 김태홍, 김현호 등 주전과 식스맨을 오가는 롤 플레이어들을 두껍게 쌓았다.
결국 이 감독과 DB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루려면 내부 FA 윤호영, 김현호, 김민구, 김태술, 김창모를 잡아야 한다. 특히 김현호와 김민구는 시장에서 꽤 인기가 있다. 이 감독은 "구단에서 잡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FA들을 잡아야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 다른 팀 FA는 생각할 여지가 없다"라고 했다.
연봉 분포도를 볼 때, 샐러리캡 25억원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몸값을 인상해야 할 선수가 수두룩하다. 때문에 FA 시장에서 외부 영입은 힘들다. 내부 FA들을 착실히 잡으면, 다음 시즌에도 상위권 후보다. 이 감독은 "FA 계약을 보면서 외국선수 방향도 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내부 FA들을 잡으면, 치나누 오누아쿠와의 재계약을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감독은 지난달 28일 재계약 발표 후 본사에서 사장을 예방하고 원주로 갔다. 챔피언을 향한 걸음이 바쁘다. 그는 "외국선수들을 파악해야 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영상을 봐야 한다. 4년이 아니라 1년, 1년이라고 생각하고 할 것이다"라고 했다.
[DB 이상범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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